‘제2의 신혼’을 사는 오복윤·이말봉 부부…인생을 새로 수놓는 아름다운 노년 커플
‘제2의 신혼’을 사는 오복윤·이말봉 부부…인생을 새로 수놓는 아름다운 노년 커플
  • 글=손정숙 본지 명예기자, 시인
  • 승인 2019.07.05 15:36
  • 호수 6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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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는 “신랑 믿음직” 신랑은 “난 복 터진 사람”

딸·아들·사위·며느리 14명이 친형제 같이 지내

“예순은 사춘기, 일흔은 청춘이래요.”

봄은 황혼도 설레게 한다지만 황혼의 봄은 실제 오는 걸까. 필자가 점심 배식봉사도 하고 시낭송 모임도 개최하는 경북 포항노인복지회관은 요즘 황혼의 로맨스가 화제다. 

2003년 문을 연 포항복지회관은 취미반이 20개이고 어학반이 9개나 된다. 당구·탁구 등 운동, 물리치료, 이·미용 시설 이용이 다 무료이고 2500원이면 따끈한 점심을 먹는다. 하루 출입하는 남녀 시니어가 500~600명이다. 

예부터 남녀가 모이면 정분이 난다고 했던가. 숨어서 남모르게 1년여 연정을 주고받던 커플의 사연이 그만 들통(?)이 났다. 오복윤(87), 이말봉(76) 커플(사진) 이야기다. 이제부터 오복윤씨는 신랑, 이말봉씨는 각시라 애칭을 붙이겠다.

신랑은 나이가 87세인데 70대로 보인다. 보통 키에 보통 체구지만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시켜 당찬 신랑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킨 6·25 참전 유공자다. 운수업으로 성공했고 1남2녀를 두었지만 아들이 군복무 중 순직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이말봉 각시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 엄마 같다. 1남4녀를 둔 딸부자 각시다. 

이래서 인연이 맺어진 신랑, 각시님은 딸부자가 되었다. 합치면 무려 여섯 자매다.

딸을 두면 비행기 탄다는데, 딸만 여섯이니 비행기만 타는 게 아니고 세계 몇 바퀴는 돌며 실컷 여행 다니게 됐다. 사위, 며느리까지 모두 14명으로 한 소대를 이루고 숨은 정이 새록새록 생긴단다. 

신랑님은 색시 칭찬을 많이 한다. “단 한마디도 ‘안돼요, 싫어요’ 거역하는 게 없어요.” 

복이 터졌다고, 노년에 이런 삶이 찾아오리라고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욕심 없이 살겠다고 한다.

색시님께 물어보았다. 신랑의 어떤 점이 좋았냐고. 그러자 “믿음이 가고 내 노년을 맡겨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답한다. 자녀들도 승낙하고 양쪽 딸, 아들들이 친 자매처럼 지내주어서 참 고맙다고 한다. 

결혼 선물은 뭘 주고 밭았는지 궁금했다.

색시는 서슴없이 “이 반지가 우리 커플반지예요”라며 손가락을 펴 보여준다. 우와, 빤짝빤짝 빛나는 다이아 반지가 유난히 더 빛났다. 신랑 손가락을 살짝 보니 빤짝빤짝 똑같은 빛이 난다.

이 커플을 먼발치에서 보면 색시는 길을 걸을 때도 옆으로 한 발짝, 뒤로 한 발짝 다소곳이 신랑을 따라다닌다.

“오, 신랑님 눈썹 문신도 하셨네. 색시님 만나기 전에 하셨나요?” 물음에 “어데요, 색시 만나고 둘이 함께 가서 했심니더”라며 겸연쩍은 대답이 나온다.

참말로 알콩달콩, 시샘이 날 정도다. 믿음과 신뢰로 사는 특별한 인연임에 틀림없다.

복지회관 선후배 친구들, 복지회관 팀장님도 한 마음으로 축하를 한다.

“오복윤, 이말봉님! 앞으로 30년은 거뜬히 알콩달콩 하며 만혼의 신혼을 누리면서 행복하세요.” 

복지회관에 가보면 홀로 되신 분이 참 많이 눈에 보인다. 걸음걸이나 의복을 보면 알 수 있다. 때로 냄새가 나서 옆에 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경로식당 입구에는 오전 11시부터 줄을 서 기다린다. 아침 겸 점심으로 해결을 한다. 쉼방에 가보면 코를 골면서 밤인지 낮인지 잠자고 있다. 외로움에 지쳐 용기도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쓸쓸한 노후다. 부부는 수년 차이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나야 하지만 그 일을 사람 맘으로 어찌할 수는 없다. 

얼마 전만해도 50~60세에 홀로돼 재혼을 하라고 하면 “이 나이에 무슨 망녕이 들었나. 자식들 보기 부끄럽고 남사스럽다”고 다들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세상도 바뀌고 사람도 살아가는 생활방식도 바뀌었다. 서로 가려운데 긁어주고 아프면 약도 서로 발라 주고 사랑쌈도 가끔은 하고 살면 좋지 않을까. 찾아보면 서로 딱 맞는 찰떡같은 인연의 짝이 있다. 망설이지 말고 올곧은 마음으로 서로 재산 같은 걸 탐하지 말고 인생의 제2막을 열어보자.

글=손정숙 본지 명예기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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