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웰다잉 포럼 열려…“웰다잉 문화, 시니어 그룹이 앞장서야”
제6회 웰다잉 포럼 열려…“웰다잉 문화, 시니어 그룹이 앞장서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7.12 13:15
  • 호수 6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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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수연기자]

사전의향서 작성해도 가족 반대로 실행 안 되는 경우 있어

병원 윤리위원회 설치 확대를… 윤리상담 등 역할도 커져야

7월 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6회 웰다잉 포럼에서 기념촬영하는 내빈들. 오른쪽 다섯 번째부터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명수 국회의원, 대한웰다잉협회 최영숙 회장, 대한웰다잉협회 안승갑 고문.
7월 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6회 웰다잉 포럼에서 기념촬영하는 내빈들. 오른쪽 다섯 번째부터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명수 국회의원, 대한웰다잉협회 최영숙 회장, 대한웰다잉협회 안승갑 고문.

“병원 윤리위원회가 행정적 역할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 의료인들에게 임상윤리상담을 포함한 다양한 임상윤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박상은 G-샘병원 대표원장)

“현재는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관리기관에 등록해도 가족들이 반대하면 이행하기 어렵다. 보다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사회 전반의 문화를 바꾸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에 대한노인회 등 시니어 단체의 역할을 기대한다.”(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

7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웰다잉을 위한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본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주제로 한 제6회 웰다잉 포럼에서 나온 주장들이다.

대한웰다잉협회(회장 최영숙)가 주최하고 국가생명윤리정책원과 백세시대, 의료법인 성심의료재단 양구성심병원에서 후원한 이날 포럼에는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명수 국회의원(직전 보건복지위원장) 등 내빈을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해 웰다잉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웰다잉의 진정한 의미가 성립되고, 생명 윤리적 관점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발전 방향을 찾는다면 삶이 다른 각도로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현재까지의 성과 및 과제, 시행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 등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펼쳐졌다.

연명의료결정법은 2017년 8월 발효돼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본격 시행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본인이 건강할 때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나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가 의사와 함께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본인 스스로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골자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는 대신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올해 5월 현재 연명의료계획서는 2만2649명이 등록했으며, 사전의향서는 22만명을 넘어섰다.

◇의료기관 윤리위원회의 역할 강화돼야

박상은 G-샘병원 대표원장은 ‘생명윤리학적 관점에서 본 연명의료결정제도’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박상은 대표원장은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안락사는 병자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죽음의 시점을 앞당기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는 대신 죽음을 잘 준비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의미한 치료 중단을 하려면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하며, 본인의 분명한 의사표현이 전제되어야 한다. 

박 원장은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법 시행 2개월 후 3000여건이던 것이 8개월이 지난 후에는 2만 건을 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에는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연명의료 중단 과정에서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가 연명의료중단을 환자 가족에게 제의하거나 환자 가족들로부터 요청을 받을 때, 과연 해당 환자가 의학적으로 연명의료중단의 대상이 되는지, 어떤 행정적 절차가 필요한지, 그리고 어느 수준과 범위까지 연명의료를 중단 또는 유보할 것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담당의사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판단하되 환자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결정 과정은 반드시 문서로 남겨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러한 점에서 의료기관 윤리위원회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려면 병원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돼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중소병원의 경우 공용윤리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윤리위원회는 가능한 조기에 갈등에 개입하는 것이 좋으며 환자 가까이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간호사, 간병인,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충분히 의견을 청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명의료 중단이 단지 치료비 등 경제적 이유로 결정되지 않도록 사회가 이를 지탱해주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육체적인 고통 외에도 말기와 임종기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국민이 ‘웰다잉’ 동참하는 문화 만들어야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을 좌장으로 이장형 백석대학교 교수,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 정극규 모현호스피스 원장, 박수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장형 교수는 “사회윤리적 관점에서 ‘견제와 균형’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중소병원 급에서는 공용윤리위원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명목적인 심의가 되지 않도록 의료인 이외에도 기본 소양을 갖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윤리위원회를 확대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42개의 상급종합병원은 100% 병원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있지만, 종합병원은 1/3, 요양병원은 전체 1500여곳 중 31곳만이 설치돼 있다. 

김명희 사무총장은 “연명의료 결정제도 시행 후 사전의향서 작성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사전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막상 연명치료 대상자가 되었을 때 환자의 자기결정권보다 가족의 의지가 중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 문화 활성화, ▷노년기 질병 치료에 대한 접근성 강화, ▷사전의향서 등록기관 접근성 강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설치 활성화 ▷법률 미비사항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극규 원장은 “호스피스 현장에서는 호스피스 담당의사와 호스피스 전문간호사가 손발을 맞춰 환자를 돌봐야 한다”면서 “그러나 실제 대학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는 밤중에 환자가 임종할 경우 응급실 인턴의사가 와서 사무적으로 임종선언을 하고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호스피스를 전혀 모르는 의사보다는 호스피스 전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이와 함께 “농어촌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말기환자들에게 골고루 호스피스 혜택을 주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독립형 호스피스 육성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수경 건보공단 연구원은 “연명의료법 개정과 조기완화의료 허용 등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의 기본 원칙을 정립하고, 영국에서 제시한 ‘좋은 죽음’(Good death)을 구현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심각해지는 고령화에 비해 죽음에 대한 사회적 준비가 부족함을 직시한 후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생애 말기 치료 전략’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때 나온 개념이 ‘좋은 죽음’이다. 이는 ▷친근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개인으로 대해지며 ▷가까운 가족‧친구와 함께 ▷통증이나 다른 증상에서 해방되는 것을 뜻한다. 

박 연구원은 “좋은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메시지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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