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주택 개조 나선 서울 성북구…청년 선발해 전문가로 양성
고령자주택 개조 나선 서울 성북구…청년 선발해 전문가로 양성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12 13:32
  • 호수 6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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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정부 커뮤니티케어 위해 전국 24만 가구 주택 개조 계획

성북구, 한발 앞서 실행… 소규모 공사, 가구당 200만원 지원

서울 성북구에 사는 임길선(83·가명) 어르신은 남편과 사별 후 혼자 지내고 있는데다 무릎이 말썽을 부리는 등 몸도 성치 않아 요양원 입소를 권유받고 있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았던 동네를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 임 어르신은 이를 거부하며 가족들과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이 어르신에게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성북구에서 정부보다 앞서 일명 ‘주택 개조’ 사업에 나서 개선된 집에서  최소 3년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임 어르신은 “최대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집을 바꿔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부가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일환으로 주택개조 사업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서울 성북구가 한 발 앞서 관련 사업을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청년들로 구성된 사업단을 통해 개조에 나서면서 청년일자리 해결 등 1석2조가 기대돼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의 주택개조 사업은 집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을 위해 주거환경을 노인친화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가는 등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수납공간을 설치하고 문턱을 없애주는 사업이다. 또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는 낙상 예방을 위해 미끄럼방지 매트 등을 설치하는데 역점을 둔다. 특히 이 사업은 요양원 보다 거주지를 선호하는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낙상 사고를 예방해 연간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2017년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서도 노인 가구가 가장 필요한 주거정책 1순위로 주택 개보수(26.4%)를 꼽았을 정도다. 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고령자 안전사고 가운데 74%가 주택에서 발생한다. 집안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고 이로 인한 2차 안전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서울의료원이 응급실을 찾은 낙상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안전사고를 겪은 고령자는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이런 요소를 고려해 지난해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중점과제 중 하나로 주택개조를 꼽았다. 2025년까지 24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정부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서울 성북구가 자체 예산을 들여 먼저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서비스 사업에 돌입했다. 성북구는 올해 3월 16명의 청년들을 선발해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진행했다. 이들은 3개월 간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등에서 개발한 기초이론교육 140시간, 현장실습교육 160시간을 받았다. 교육과정에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저소득가정을 방문해 현장감각도 키웠다.

교육을 마친 사업단은 지난달 말부터 관내 27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주택개조는 실태조사-계획수립-시공 순으로 진행된다. 

주택개조 사업은 사진에서처럼 키가 작아 설거지를 할 때 의자를 이용해 낙상의 위험이 있던 어르신을 위해 싱크대를 낮추는 등 좀던 개선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주택개조 사업은 사진에서처럼 키가 작아 설거지를 할 때 의자를 이용해 낙상의 위험이 있던 어르신을 위해 싱크대를 낮추는 등 좀던 개선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사업단은 우선 대상 가구를 방문해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장애 유형, 주거 유형, 이동방법 등을 꼼꼼히 조사한다. 대상자의 동선과 생활 습관, 패턴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미끄럼 방지, 문턱 없애기, 보행 안전 손잡이, 수납공간 설치, 싱크대 높이 조절 등 노인들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주택개조에 나선다. 주택개조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구당 대략 200만원 내외가 소요된다. 

임 어르신의 경우 신체에 비해 싱크대 높이가 다소 높아서 이를 낮추고 수도꼭지를 편리한 위치에 설치했다. 또 임 어르신이 평소 안방과 거실, 욕실을 주로 오가는 것을 파악해 이 동선에 따라 안전손잡이를 부착했다. 욕실의 거울과 휴지걸이, 수건걸이도 신체조건에 맞춰 설치됐다. 방범과 단열에 취약했던 현관문은 사용하기 편리한 방화문으로 교체됐다. 이 밖에 미끄럼 방지, 문턱 제거, 원격동작 전등 및 계단 안전난간 설치 등이 이뤄졌다.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은 현재 성북구 생활임금 수준인 211만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고, 향후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과 같은 창업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또 성북구는 서울시와 절반씩 총 6억5000만원의 예산을 마련해 향후 1년 동안 약 200가구에게 맞춤형 고령 주택 개조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가가 아닌 전세나 월세 주택에 사는 어르신의 경우 집주인에게 집수리와 향후 3~4년간의 안정적인 임차를 조건으로 계약서를 받아 개조를 진행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일반적인 집수리 업체들은 노인들에게 필요한 주택 내 일부 개조보다는 전면적인 수리 작업을 선호해 노인들이 의지할 만한 곳이 없었다”면서 “노인 주거복지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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