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방송을 개인 홍보수단 쯤으로 아는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방송을 개인 홍보수단 쯤으로 아는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12 14:12
  • 호수 6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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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진짜사나이’에 출연해 훈련소 조교를 향한 한 번의 애교로 CF스타가 된 방송인 혜리가 최근 동생이 운영하는 쇼핑몰을 출연 중인 방송에서 홍보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유명 가수들의 노래 중 잘 안 들리는 특정 음절을 듣고 가사를 맞추는 음악퀴즈쇼 tvN ‘놀라운 토요일’에 고정으로 출연 중인 혜리는 7월 6일 방송에서 동생의 쇼핑몰을 기습적으로 홍보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처음에 노래를 들려주고 가장 많이 맞춘 출연자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데 이때 동생 쇼핑몰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어 올렸던 것이다. 

인기가 상승 중인 프로그램이었기에 혜리가 알려준 쇼핑몰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즉각 화제를 모았다. 또 혜리는 이 사실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동생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웃은 건 여기까지였다.

대중들의 반응은 놀랍도록 싸늘했다. 당연한 결과다. 회당 수백만원의 고액 출연료를 받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방송을 이용해 동생 쇼핑몰을 홍보했으니 말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사과를 했지만 등 돌린 여론은 여전히 냉랭하다. 

얼마 전 지상파 3사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대부분이 광고 수익이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업들이 옮겨가면서 이런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방송사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많은 방송을 통해 스타가 탄생되고 있으니 말이다. 기업들은 이런 방송의 위력을 알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에 맞춰 거액을 들여 광고를 한다. 

연예인들도 새로 노래를 발표하거나 영화가 개봉할 때 방송에 나와 홍보를 한다. 이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소 TV에 잘 나오지 않는 스타를 볼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선만 지키면 비난하지 않는다. 문제는 일부 연예인들의 도를 넘어선 사적 홍보와 이를 거르지 않는 제작진에게 있다.

방송인 하하의 경우 틈만 나면 출연 중인 SBS ‘런닝맨’에서 가수 김종국과 동업 중인 고깃집 이야기를 한다. 상호를 노출하지 않았고 웃음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상의 간접광고나 다름없다. 생방송이 아니라 편집으로 걸러낼 수 있는데도 재미있다는 이유로 그대로 내보내는 제작진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 

연예인이라고 광고하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규칙을 지켜야 한다. 정당하게 방송사에 광고료를 지불하고 홍보하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이번 혜리의 행동과 이를 그대로 내보낸 제작진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또 타 프로그램 역시 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방송의 사적 이용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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