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기고] 즐거운 탁구 라이프, ‘즐탁’하세요!
[백세시대/기고] 즐거운 탁구 라이프, ‘즐탁’하세요!
  • 김태중 대구 달성군지회 화원읍분회 사무장
  • 승인 2019.07.12 14:24
  • 호수 6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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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즐탁’.”

몇 해 전부터 노인복지관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 이런 인사를 한다. ‘즐탁’이란 탁구를 즐기는 것을 뜻하며 필자가 다니는 복지관의 유행어다. 노년에는 적당한 운동이 꼭 필요한데 탁구만한 것이 없다. 노인들은 빨리 걷거나 달리는 것이 힘들다. 등산도 70대에는 심장에 무리가 가서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탁구는 다르다. 적은 움직임으로도 큰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필자가 복지관에서 탁구반 활동을 한 것이 벌써 10년째다. 생각만큼 기량이 많이 늘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량의 향상보다는 동년배 친구들과 함께 즐긴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부가 함께 즐기면 금슬도 절로 좋아진다. 우리 복지관에는 부부가 함께 탁구를 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이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고 건전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관에 탁구교실이 들어서자 농촌에서 일만 하시던 어르신, 또는 직장에서 평생을 이 나라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사셨던 어르신들이 새벽같이 나와 등록을 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는지 아무런 장비도 없이 수업에 참여했다. “‘빳다’ 빌려달라”고 촌스런 용어를 쓰기도 하고, 규칙도 모르면서 덤벼드는 사람도 있었다. “라켓을 들고 공을 따라 요리조리 따라 다니다 보니 눈알이 뱅뱅 돌드라”라고 하면서 중도에 포기하고 파크골프로 돌아서는 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탁구의 매력에 푹 빠져 현재까지도 탁구교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번은 정말 탁구를 좋아하는 한 어르신이 ‘탁구 예찬 시’를 지어 대기의자나 탁자에 붙여 놓았다. 구절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시를 본 사람들 모두 엄지를 추켜올리며 감탄했다. 

필자 역시 탁구에 심하게 중독됐다. 실력이 뻔히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객관적인 기량을 확인해보고자 복지관 친구들 몰래 대구시 탁구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달성군노인복지관을 대표해 1등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강에서 끝내 미끄러지고 말았다. 1등 수상 소감으로 복지관 홍보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경기를 하는 내내 즐거웠다. 간발의 차이로 결승에 나가지 못했어도 승자와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었을 정도로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다. 

우리 복지관의 한 어르신은 우스갯소리로 “탁구를 즐기면 절대 죽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탁구 치기 바빠서 돌아가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기초를 익히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땀을 흘리며 라켓을 휘두르다 보면 잊고 지냈던 삶의 활력이 되살아난다.  

이 세상에 탁구를 즐기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 오늘도 즐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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