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진입 막힌 여성’…DB금융투자 지원 자격 ‘남성’한정 논란
‘금융권 진입 막힌 여성’…DB금융투자 지원 자격 ‘남성’한정 논란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07.1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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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인턴 받는 투자금융본부서 실무자 실책 사고 원인 탓”?
남직원 분석‧영업‧기획, 여직원은 창구업무?…고정 性역할 비판도
DB금융투자가 사내 주요부서 인턴 채용 공고에 지원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은 인턴을 받는 해당부서의 실무자 실책으로 사고 원인을 돌리고 있다. (사진=DB금융투자 채용공고 캡처)
DB금융투자가 사내 주요부서 인턴 채용 공고에 지원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은 인턴을 받는 해당부서의 실무자 실책으로 사고 원인을 돌리고 있다. (사진=DB금융투자 채용공고 캡처)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DB금융투자가 사내 주요부서 인턴 채용 공고에 지원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계의 고정된 성역할의 잔존과 여성이 특정 업무에 진입부터 막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B금융투자 측은 인턴을 받는 해당부서의 실무자 실책으로 사고 원인을 돌리고 있다.

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 홈페이지에는 DB금융투자의 인턴 채용공고가 게재됐다. 지원 자격을 90년대 이후 출생 ‘남성’으로 한정한 이 게시물은 항의와 뉴스 보도로 며칠 후 삭제됐다.

해당 게시물은 DB금융투자의 투자금융본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부서에서 인턴사원을 채용한다는 공고였다. 합격자는 기업금융 관련 업무를 맡아 기업 및 산업, 시장 환경 분석 등을 맡아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해당 부서는 정직원 기준으로 증권사 내에서 급여가 높은 직무로 꼽힌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는 단비 같은 공고였기 때문에 여성 지원자를 애초에 배제하려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 성별에 따른 채용 방식에 대한 성 역할 관습이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2013~2017년) 간 ‘전(全) 금융업권별 남녀비율’ 자료에 따르면 금융업권 여성 종사자 평균비율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금융감독원,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최근 5년(2013~2017년) 간 ‘전(全) 금융업권별 남녀비율’ 자료에 따르면 금융업권 여성 종사자 평균비율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금융감독원,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지난해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업권 여성 임원 비율은 4%에 불과한 데 비해 창구업무 종사자는 63%에 달하고 있다며 금융계 고정된 성역할에 대해 지적했다. 제 의원이 당시 제출한 최근 5년(2013~2017년) 간 ‘전(全) 금융업권별 남녀비율’ 자료에 따르면 금융업권 여성 종사자 평균비율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는 14%, 신용평가업권은 24%, 자산운용업권은 29%였는데 이는 창구업무 존재여부에 따라 금융업권 남성 종사자와 여성 종사자 비율에 더 큰 격차가 생김을 알 수 있다.

2017년 기준 창구업무 종사자 중 여성비율은 △증권(99%) △여신(99%) △손해보험(99%) △생명보험(98%) △저축은행(95%) △은행(58%) 등이었다.

DB금융투자는 이번에 인턴을 받는 해당 부서의 실무자 실책으로 사고 원인을 돌렸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15일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인사팀과 조율이 되지 않은 채 투자금융본부에서 만든 채용공고가 해당 대학으로 바로 전달돼 인사 규정준수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바빠서) 이전에 있었던 채용공고를 참고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남성만 채용한다는 공고를 썼느냐는 질문에는 “실제로 쓰였는지 예시로 적어 놓은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세시대]확인 결과 현재 DB금융투자의 해당 인턴 채용공고는 내용을 정정해서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DB금융투자는 이번 일의 원인을 물의를 일으킨 사업부서에 돌리고 있다. 성차별 금지 관련 법을 엄격히 준수하며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사고가 나서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번 일로 DB금융투자의 특정성별 선호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인사팀의 검증단계가 빠져서 사고가 났다는 변명에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실제 근무할 부서에서는 특정 성별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정확하게 자격 조건으로 기재해서 공고를 냈다는 것이다. 이는 DB금융투자의 채용 관습, 아울러 근로문화와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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