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호 대한노인회 경북 구미시지회장 “뒷전으로 밀려난 구미시 노인들 위상 높여주었다”
박두호 대한노인회 경북 구미시지회장 “뒷전으로 밀려난 구미시 노인들 위상 높여주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7.19 13:34
  • 호수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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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농협장, 도교육위 의장, 학교재단이사장…구미시 경제·교육계 기여

논 팔아 석촌장학회 만들어… 수혜 학생 622명, 장학금 총 5억원

“노인 회장을 어른 대접하는 풍토로 만들었다. 구미시 노인들 위상이 높아진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다.”

박두호(87) 경북 구미시지회장에게 재임 중 가장 보람된 일을 묻자 이 같이 대답했다. 박 지회장은 “7년 간 노인 회장으로 일하면서 구미시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대접 받도록 한 게 가장 잘 한 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박 지회장은 2016년 4월 재임했다. 

박 지회장은 최근 큰 병 치례를 했다. 80kg였던 몸무게가 55kg까지 줄었다. 그렇지만 기억력은 또렷했고 음성도 크고 활기찼다. 박 지회장은 “주위에서 말하길 ‘아파서 죽는다는 사람이 살아났다’고들 한다. 이래 봐도 젊었을 적 경북도 육상선수였는데…”라며 웃었다.  

지난 7월 15일, 구미시 산책길에 위치한 노인종합복지관 2층 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지회 운영과 지나온 삶을 들었다. 

-과거 구미시의 노인 대접이 어떠했나.

“7년 전에는 젊은이들이 노인은 뒷전이라고 여기고 노인을 사회 참여에서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노인)도 힘자라는 데까지는 사회에 참여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박 지회장이 분회장 시절 동사무소의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만 해도 노인회장의 자리는 말석이었다. 박 지회장의 눈에 잘못된 처우로 비쳤다. 이후로 박 지회장은 어디를 가나 ‘관직으로는 시장이 제일 어른이지만 사회 윤리적으로는 노인회장이 가장 어른’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심지어 구미시장이 옆에 있는 자리에서도 “여러분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응은 어땠나.

“다음부터는 시장, 시의장에 이어 노인회장을 소개하고 축사도 시장, 시의장, 노인회장이 하고 그 뒤로 도의원, 시의원 순으로 했다. 전임 구미시장은 축사할 때 노인회장이 참석한 사실을 꼭 언급해주었다. 이제 구미에선 노인의 높아진 위상이 확고해졌다. 이게 바로 노인이 해야 할 일이고 후배들에게도 전해야 할 일이다.”

구미시 전체 인구는 43만여명, 노인인구는 3만6000여명이다. 구미시지회는 27개 분회, 409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5000여명이다. 

박두호 구미시지회장이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재훈 사무국장, 박두호 지회장, 이재호 구미노인대학장.
박두호 구미시지회장이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재훈 사무국장, 박두호 지회장, 이재호 구미노인대학장.

구미시는 ‘청년도시’다. 전자산업의 발달에 따라 젊은 인력이 유입돼서다. 박 지회장은 “젊은 층이 많아 변화가 심하고 욕구도 많은 지역”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며 여전히 ‘박정희 정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서’라면.

“과거 대한민국에는 박정희, 필리핀에는 마르코스란 인물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영도력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우리보다 잘 살던 필리핀은 지금 훨씬 뒤처졌다. 오늘날 넥타이도 매고 불고기라도 사먹을 수 있게 된 건 근검절약을 기치로 내걸고 나라를 이끌어간 박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란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에서 제가 대구에 가서도 ‘구미시민’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자연부락 경로당과 아파트 경로당이 반반씩이다. 경로당 신축이 필요하면 시에서 허름한 상가를 구입해 리모델링을 해주기도 한다. TV, 김치냉장고 등 웬만한 가전제품은 다 갖추었고 최근에 공기청정기를 전체 경로당에 보급했다.”  

-분회장, 경로당 회장에 대한 대우는.

“분회장에게 업무활동비로 월 1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경로당은 아직은 못하고 있다.”

-경로당 활성화 사업이라면.

“고스톱 치거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말고 문화생활을 영위하자는 취지에서 경로당에서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경로당에서 영화를 보여주자 사람들도 모이더라. 이웃이 같이 영화를 보며 정을 쌓는다.”

처음엔 경북연합회에서 영화 프로를 빌려다 상영했다. 반응이 좋아지자 자체적으로 영상장비를 마련해 경로당을 순회했다. 일년에 80~100회 상영 중이다. 박 지회장이 영상장비 구입에 사비 500만원을 내놓았고 스크린 등 장비 운반용 승합차를 시에서 지원해주었다. 

구미시지회는 노인 건강증진을 위해 게이트볼을 육성했으며 최근에는 한궁을 보급 중이다. 

구미시 출신의 박두호 지회장은 인동농협조합장(6선), 제5대 경북도의원, 제3,4대 경북도 교육위원과 의장을 지냈다. 현재 영덕여중·고 재단이사장으로 있다. 구미시지회 분회장을 거쳐 제6,7대 지회장으로 있다.

-농협장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농협장 취임식 때 외부 인사들을 초청해 식사를 했는데 상무가 돈이 없어 식사비용을 지불하지 못한다고 그랬다. 빚이 잔뜩 있던 농협을 ‘부자 농협’으로 만들어놓았다. 지점을 6개 내고 직영 마트와 주유소도 하나씩 냈다.”

-어떻게 가능했는가.

“절약이다. 제가 세숫물을 버리지 않고 옆의 ‘바케쓰’에 모아다 허드렛물로 쓰곤 했다. 제가 직원들에게 ‘내가 돈은 못 물려줘도 이 물은 물려준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재직 기간 동안 투서 한 장 없었다. 직원들이 하나같이 ‘박두호가 없었다면 인동농협도 없었다’는 말을 심심찮게 한다. 그런 인연으로 지회 행사 때마다 농협에서 협찬을 해주고 있다.”

-학교 재단이사장이기도 하다.

“도의원, 도 교육위원을 같이 한 지인이 포항에 학교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도 학교를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

영덕여중·고는 교사 40여명, 학생 500여명을 두었다. 박 지회장은 “제가 교사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우리 학교에는 전교조가 없다”며 “사시사철 꽃이 피는 아름다운 학교를 보고 학부모들이 ‘공작품’ 같다며 대단히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장학금도 주고 있다고.

“농협장이 되자마자 당시 소유한 논 1100평을 팔아 종자돈을 만들어 석촌장학회를 세워 집안이 어렵지만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왔다.”

지금까지 수혜학생이 622명, 장학금 총액이 5억원에 이른다. 

박 지회장은 평생 선거를 12번이나 치렀다. 농협장 6선 중 3선은 무투표 당선이다. 당선 비결을 묻자 “성실, 정직”이라고 짧게 대답한 후 웃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노인종합복지관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지만 복지관 앞 기와집 세 채로 된 시립민속관(100여평)으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민속관 내부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실내를 리모델링해 지회로 사용할 예정이다. 최초로 멋진 한옥지회가 탄생할 것이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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