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48.끝] 새로운 약재의 탐구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48.끝] 새로운 약재의 탐구
  • 권기창 경희미르한의원 의왕점 대표원장
  • 승인 2019.07.26 13:25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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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에서 자주 음식 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합니다. 요리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재료나 새로운 과일 등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현대에 들어와 해외 무역이 발달하면서 우리 주위에 예전에는 없던 음식 재료나 약재가 자주 등장합니다. 체질 의학을 하는 저로서는 이러한 새로운 음식이나 약재의 등장이 무척 반갑습니다. 

현재 쓰는 한약 처방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 처방에서 유래했습니다. 따라서 조선 중기까지 우리나라의 한약은 주로 중국에서 많이 나는 약재들 위주로 구성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약재는 수입하거나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대용 약재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처방이 나오고, 사상 체질 의학이 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약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후도, 포도근, 송화, 교맥(메밀) 등의 약재입니다. 이러한 약재들은 중국 처방에는 없거나, 잘 쓰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즉, 우리나라에 없는 약재를 고집하는 것보다는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약재가 훌륭한 대체품이 될 수 있고, 많은 경우에 더 나은 효과를 보입니다. 또한, 우리만의 새로운 한의학적 특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약재로 쓰이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주위에서 구하기가 쉬워야 합니다. 효과가 좋더라도 구하기가 어렵거나 고가이면 지속적으로 쓰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둘째, 지속적 사용의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효과가 좋아도 독성이 있거나 부작용이 강한 약재는 쓰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셋째, 일정 수준 이상의 약효가 있어야 합니다. 부작용이 없고 구하기 쉽더라도 약효가 미미하다면 구태여 쓸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약재가 많습니다. 일례로, 저는 어떤 태양인 체질에는 한약 외에 양파를 많이 권하는데, 정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탁월합니다. 물론 다른 체질에는 효과가 많이 떨어지거나 효과가 있더라도 부작용이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체질에 맞게 써야 합니다. 

또 다른 예로 오가피를 쓰는 태양인에게는 흑미를 많이 먹기를 권하는데, 이 체질의 역류 식도염과 기관지염 증상에 탁월하며, 다른 약재와의 조화도 뛰어납니다. 이외에도 무화과, 레몬 등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들을 한약과 더불어 먹게 하여 큰 효과를 봅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약재들을 찾아낼까요? 우선 인터넷이나 TV, 책, 민간요법 등에서 기존의 약재로는 잘 쓰이지 않는 약초 등을 찾습니다. 물론 식품으로 쓰일 정도로 안정성이 확보된 범위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약재가 새로운 사상 체질 중 어느 체질에 속하는지 분류합니다. 분류 방법은 이 약재를 각 환자에게 소량 복용시키고, 맥의 변화를 확인하면 됩니다. 그리고 어느 체질에 속하는지 찾아지면 어느 정도의 양으로 먹게 할지를 정합니다. 처음에는 소량 먹게 한 후 조금씩 양을 늘리는 거죠. 이렇게 새로운 약재를 발굴하고 체질을 확정하고 양을 정하는 데 대략 두 달 정도가 걸립니다. 

저는 굳이 구하기 어려운 고가의 약재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위의 식품도 좋은 약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요즘은 수입되는 채소나 과일 등의 식품도 좋은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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