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다시 모인 역전의 용사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다시 모인 역전의 용사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26 13:26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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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JTBC를 틀어보니 조기축구 경기가 방영되고 있었다. 경기는 한 쪽이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리는 팀의 수비수가 발로 자기 편 골대를 향해 패스를 했는데 골키퍼가 이를 손으로 잡았다. 예전과 달리 현재는 수비수가 발로 패스한 공을 골키퍼가 잡으면 반칙 판정을 받는다. 같은 편 선수들이 달려와 경기규칙도 모르냐며 골키퍼를 타박했지만 한국 농구의 전설이자 국가대표 감독까지 역임했던 ‘허재’는 그저 해맑게 웃었다.  

최근 JTBC에서 시대를 풍미했던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아 만든 ‘뭉쳐야 찬다’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축구 문외한인 타종목 전설들이 모여 조기축구 1승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허재를 비롯해 씨름의 이만기, 야구의 양준혁, 마라톤의 이봉주, 사격의 진종오, 레슬링의 심권호, 기계체조의 여홍철, 격투기의 김동현까지 내로라하는 왕년의 스포츠스타들을 다 모았다. 이들을 지도하는 사람도 10대들에게는 방송인으로 훨씬 유명해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안정환이다.  

방송의 재미는 안정환이 기라성 같은 선배 스포츠인을 지도하면서 절절매는데 있다. 축구에선 초보자이지만 각자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선수들이기에 남다른 승부욕을 보이지만 실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장면에서도 큰 웃음을 선사한다. 

그간 TV프로그램은 관찰예능, 먹방, 여행에만 집중해 왔다. 각자 차별점을 제시하지만 결국 3개의 소재로 압축된다. 그러다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또 다른 문제점은 새로운 얼굴이 없다는 것이다. 한때 잘나가다 지금은 다소 주춤한 tvN의 경우 자사의 대표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하는 코미디언으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정도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방송 내용도 죄다 비슷하다보니 유튜브에 밀려 방송사 수익 악화로도 연결되고 있다.

스포츠 예능도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뭉쳐야 찬다’는 왕년의 스포츠 스타를 대거 출연시켜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다혈질과 승부욕으로 유명한 허재의 경우 첫 방송부터 큰 웃음을 선사하며 ‘예능 늦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대부분 지천명을 넘긴 스포츠 스타들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매일 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1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한번 해보자’라는 용기를 심어준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짜 승자’라는 말처럼 이들의 1승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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