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딱, 5000원 짜리 집을 지었다
[백세시대 / 기고] 딱, 5000원 짜리 집을 지었다
  • 백인호 충북 청주시
  • 승인 2019.07.26 13:32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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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귀농하면서 건축비도 아끼고 건강에 좋다고 해서 재래식 흙벽돌을 찍어 살림집을 지었었다. 

그때만 해도 젊어서일까. 힘든 흙바름 일이지만 내 집을 짓는다는 즐거움에 피곤한 줄 모르고 일했다. 장마로 흙이 마르지 않아 선풍기까지 돌려가며 지은 생각을 하면 감회가 새롭다. 

그러니 나뭇간은 오죽했겠는가. 얼기설기 겨우 비가림만 할 수 있게 나뭇간을 지었다. 결국 15년의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얼마 전 이 헛간이 무너지고 말았다. 

방송프로그램 중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어떤 사람은 그때그때 땔나무를 해서 살아간다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땔나무가 고목인 경우 엄청난 물기를 먹어, 특히 장마와 여름철에는 잘 타지 않는다. 

나처럼 땔나무로 연료를 만드는 사람은 꼭 나뭇간이 있어야 한다. 조금 있으면 장마와 무더위가 닥친다. 파종과 제초작업도 끝났으니 조금은 한가해서 나뭇간 재건축을 시작했다. 

버린 폐자재를 보관했더니 요긴하게 쓰인다. 특히 지붕재료로 쓰는 함석은 노후건물이라 위험하다 하여 철거되는 동네 ‘벼 건조실’에서 구했다. 작은 사위가 건축업을 하면서 버린 간판을 뜯으니 또 함석이 나와서 그것으로 둘러치고 기둥은 버려진 각목을 사용했다. 

남들은 사흘 동안의 황금연휴를 보낼 때 나는 5평 크기의 집 한간을 지은 셈이다. 건축비는 얼마나 들었을까?

자력으로 했으니 인건비는 따로 들지 않았고, 지붕과 기둥 각목은 공짜로 조달해 아무리 따져도 5000원밖에 들지 않았다. 구멍 난 함석을 때우는데 쓴 실리콘 1개 2000원, 2인치 못 2000원, 대못 1000원, 다 합쳐 5000원 짜리 집이 완성됐다.

그래도 15년 전의 나뭇간에 비해 대궐 같다. 내가 평생 이 집에 살 동안은 끄떡없을 거다. 튼튼하고 파란 지붕에 보기도 좋다. 따지고 보면 전부가 쓰레기인데, 이것을 적재적소에 재활용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은 일본인의 절약 정신에 감탄한다. 생떼 쓰는 일본은 밉지만 절약 정신은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 식당에서도 딱 한 젓가락 먹을 만큼만 반찬을 주는데, 예전처럼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아 되레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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