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전…로마 문화 탄생에 주춧돌 된 지중해 고대국가
국립중앙박물관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전…로마 문화 탄생에 주춧돌 된 지중해 고대국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26 13:52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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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기원전 2세기 이전 문명… 청동상‧석관‧장신구 등 문화재 300점

‘저승의 신’ 반트 조각상, ‘여행하는 부부가 묘사된 유골함’ 등 눈길

이번 전시에서는 로마 문화 탄생에 큰 영향을 끼친 지중해 고대국가 에트루리아에서 발굴된 300여점의 문화재를 소개한다. 에트루리아인들은 종교와 신, 그리고 죽음에 관해 큰 관심을 가졌고 이와 관련된 유골함, 조각상 등 다양한 유물들을 남겼다.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로마 문화 탄생에 큰 영향을 끼친 지중해 고대국가 에트루리아에서 발굴된 300여점의 문화재를 소개한다. 에트루리아인들은 종교와 신, 그리고 죽음에 관해 큰 관심을 가졌고 이와 관련된 유골함, 조각상 등 다양한 유물들을 남겼다.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의 모습

“로마인의 기술력은 에트루리아인보다 뛰어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과 비교해 에트루리아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으로도 잘 알려진 D. H. 로렌스 역시 에트루리아 유적지를 답사한 ‘에트루리아 유적 기행기’(1932)를 발표하며 극찬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지금의 토스카나‧라치오‧움브리아주에 해당하는 에트루리아는 로마와 이탈리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로마 이전에 지중해 문명을 찬란하게 꽃 피운 에트루리아의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전이 10월 27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피렌체 국립고고학박물관,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 등이 엄선한 유골함, 청동상, 석상, 석관, 금제 장신구 등 문화재 300점을 5개 공간으로 나눠 소개한다.

먼저 ‘지중해의 가려진 보물, 에트루리아’에서는 역사와 지리적 환경 등 에트루리아 전반에 대해 소개한다. 또한 지중해 세계에서 문화가 어떻게 교류됐는지 알려주는 기원전 530~520년 테라코타로 제작한 긴 항아리 ‘아테네식 흑화 암포라’와 ‘아테네식 적화 스탐노스’, ‘오디세우스와 사이렌을 묘사한 유골함’ 등을 선보인다. 

반트 조각상
반트 조각상

이중 전시장 입구를 지키는, 기원전 4세기 말에 응회암으로 저승의 신 ‘반트(Vanth)’를 묘사한 조각상을 눈여겨 볼만하다. 반트는 망자의 사후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호위하던 에트루리아의 신이다. 일반적으로 날개 달린 젊고 활기찬 여성으로 표현되는데, 손에는 열쇠나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열쇠로 저승의 문을 열고, 횃불로 망자가 지하 세계로 내려갈 때 앞을 밝혀준다고 에트루리아인들은 상상했다. 반트는 주로 무덤 입구나 벽화, 석관 장식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어지는 ‘천상의 신과 봉헌물’에서는 에트루리아인의 생활 속에 나타나는 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누구보다도 종교와 신에 관심이 많고 심취한 삶을 살았던 에트루리아인은 이웃 그리스 종교관도 수용했다. 티니아(그리스의 제우스, 로마의 유피테르)는 우니(그리스의 헤라, 로마의 유노), 멘르바(그리스의 아테나, 로마의 미네르바)와 함께 에트루리아가 가장 중요시 여긴 신이다. 이들 세 신을 모신 신전이 에트루리아의 모든 도시에 세워졌다. 

사람들은 신전에 모여 기도하고 봉헌물을 바쳤다. 기원전 4세기 초 티니아 청동상과 3세기 테라코타로 제작된 신전 모양 유골함, 기원전 3~2세기 테라코타로 제작한 여성 인물이 묘사된 장식 기와들, 불치 신전의 페디먼트(건물 입구 위에 삼각형 부분)를 장식한 기와들, 점성술사를 기념하는 기념비, 점성술사 유골함 뚜껑, 디오니소스 행렬을 묘사하며 에트루리아 종교를 소개한다.  

‘에트루리아인의 삶’에서는 시, 음악, 무용, 연회를 즐긴 에트루리아인의 삶을 다룬다. 에트루리아 사람들은 무역, 항해, 전쟁에 적극적이면서도 문화를 즐기고 영위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겼다. 에트루리아 문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에트루리아인 무덤에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한 다양한 생활용품이 발굴됐다. 또 동으로 제작된 투구, 방패, 보호대, 전차, 금으로 만든 브로치, 머리핀, 팔찌, 월계관, 반지, 귀걸이 등을 통해 에트루리아 장인의 뛰어난 금세공법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눈길이 가는 유물은 기원전 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자상’이다. 당시 여성들이 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그리스 양식의 추모용 조각상으로 키톤(장방형의 천을 몸에 둘러 핀으로 고정시켜 입는 옷)을 입고 아이를 안은 어머니를 표현하고 있다. 무덤의 주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던 일종의 추모비로 여인의 오른팔에 그녀의 이름인 ‘라르티아 벨키네이’가 새겨져 있다. 이러한 양식은 에트루리아가 그리스 세계와 접촉하면서 널리 퍼졌다. 이 조각상은 볼테라에서 발견된 뒤 이탈리아 밖에서의 공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저승의 신과 사후 세계’에서는 에트루리아의 저승의 신과 내세관, 에트루리아의 무덤 및 장례 의례를 소개한다. 에트루리아인은 사후 세계를 믿었다. 저승 신들의 존재는 죽음의 필연성을 상징한다. 반트 외에 카룬도 에트루리아 종교관에서 저승의 신이다. 무덤은 에트루리아 사회를 이해하는 데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망자를 인도하는 반트와 카룬을 묘사한 유골함, 유골단지, 옹관, 망자의 얼굴을 묘사한 유골단지, 석관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한다. 

이중 ‘여행하는 부부가 묘사된 유골함’(기원전 2세기)은 마차를 탄 부부가 저승으로 떠나는 모습을 표현했다. 마차 앞에는 말을 탄 사람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으며, 뒤로는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이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뚜껑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오른손에는 부채, 왼손에는 석류를 들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여성이 있다. 이러한 장면은 볼테라 지역 유골함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마지막 ‘로마 문화에 남은 에트루리아’에서는 에트루리아에서 출발한 고대 로마 문화를 소개한다. 테베레 강가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로마는 에트루리아의 도시 외관을 본 떠 포장된 도로, 광장, 수로시설, 대규모 사원을 갖춘 도시로 발전했고, 세계 제국이 됐다. 청동기, 옹관묘, 금 세공 기술로 문명을 이룬 에트루리아가 로마에 흡수돼 위대한 로마제국의 근간을 이룬 것이다. 

로마에 남겨진 에트루리아 영향 중 종교적 영역과 권력의 상징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로마의 권력과 종교를 상징하는 많은 표상이 에트루리아로부터 유래했다. 테라코타로 제작한 루니 신전의 페디먼트 남성 조각상 등을 전시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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