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연구 권위자 박상철 박사가 밝힌 ‘100세를 살 준비’
노화 연구 권위자 박상철 박사가 밝힌 ‘100세를 살 준비’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8.02 13:29
  • 호수 6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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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당당한 100세인… ‘거룩한 노화’라 불러야 한다”
100세인들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몸을 자주 움직이고 희로애락도 솔직하게 표현한다. 지난 5월 7일 서울 노원구청에서 열린 경로잔치에서 100세 이상 어르신들이 케이크를 자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0세인들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몸을 자주 움직이고 희로애락도 솔직하게 표현한다. 지난 5월 7일 서울 노원구청에서 열린 경로잔치에서 100세 이상 어르신들이 케이크를 자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많은 100세인 직접 만나 인터뷰… “생명력 있는 모습에 감명 받아”

‘하자! 주자! 배우자!’ 3원칙, 행동강령 8조 제시… 나이 들어도 도전을

[백세시대=이수연기자]“처음 100세인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사람이 죽기 전에 숨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무엇일지에 초점을 두었지만, 100세인들을 만나면서 연구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삶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생명력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감명을 받았다.”

노화 연구자인 박상철 박사가 새로운 저서 ‘당신의 100세 존엄과 독립을 생각하다’(280쪽, 코리아닷컴)를 통해 100세 시대를 새롭게 조명하며 밝힌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100세까지 살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존엄과 독립을 유지하며 당당히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박상철 박사는 국내 최초 100세인 연구자로 직접 발로 뛰며 다양한 100세인들을 만났다. 이 책에만 100명 가까운 100세인이 등장한다. 김형석 교수, 김옥라 여사, 방지일 목사 등 유명 인사뿐 아니라 전남 구례 105세 독거노인, 부부 100세인도 소개되고 있다.

그가 만난 100세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충실하게 살고 있었다. 끊임없이 배우고,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거룩한 노화’라는 표현으로 감탄한다.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고, 배려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100세인들의 모습에서 당당함과 거룩함을 느꼈던 것이다. 

박상철 박사는 여러 사례 중 하나로 95세 현역 제자를 두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서 ‘장수과학 최고지도자’ 과정을 운영했던 저자는 당시 95세 현역 사업가 변경삼 대표가 수강생으로 등록한 것을 보고 놀랐으나 그가 100세가 넘어서까지 공부를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며 큰 감명을 받는다. 

“전 과정을 결석 한 번 없이 열심히 참석한 변경삼 대표를 통해 나이듦이 단순히 노화가 아니라 ‘자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됐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희망적이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진정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남 담양군에 사는 신계순 어르신은 다 허물어져 가는 판잣집에 혼자 살지만, 늘 집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을의 대소사에 앞장서 참여하고, 조그만 선물이라도 받으면 반드시 일로 갚았다. 한 예로 보건지소 간호사가 영양제를 가져다드렸더니 다음 날 새벽 보건지소 앞뜰의 잡초를 아무도 모르게 다 뽑아 놓았다고 한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에도 감사의 답례를 하는 할머니를 이웃 사람들은 가장 먼저 찾고 아꼈다. 

박상철 박사는 “20년 전과 최근에 100세인들을 조사했을 때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이 ‘관계’였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요즘은 훨씬 더 많은 어르신이 혼자 고독하게 늙어가고 있었다”며 “100세인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 다양한 관계가 중요하지만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재정립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100세인이 ‘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했다. 박상철 박사는 그들의 삶에서 찾은 공통점을 건강 장수를 위한 기본 원칙 3강 ‘하자’, ‘주자’, ‘배우자’와 100세를 준비하는 행동강령 8조목으로 정리했다. 

‘하자’는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결심이고, ‘주자’는 노인 스스로 ‘받기만 하는 자’에서 ‘주는 자’로 이미지를 전환하자는 것이며, ‘배우자’는 나이가 들었다고 망설이지 말고 새로운 것을 더욱 열심히 배워 내 것으로 체득하자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한 행동강령 8조목은 다음과 같다.

◇1조목: 몸을 움직이자

장수를 위해서 노동이든 운동이든 무조건 자신의 몸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 100세인들은 대부분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100세인은 자신의 장수 비결을 ‘자전거 장수론’이라고 정의했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자신의 몸을 쉬지 않고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2조목: 마음을 쏟자

늙었다고 감정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마음을 쏟는 대상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도 장수하는 100세인들의 특징이었다. 

◇3조목: 변화에 적응하자

‘옛날에는 어땠는데’ 식의 사고는 일상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고 수용한다면 삶의 터전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달라질 것이다. 

◇4조목: 규칙적이 되자

은퇴 후 적응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일상생활의 리듬’이 깨지는 것이다. 100세인들은 식사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식사 준비가 5분만 늦어도 큰일이 난 것처럼 반응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함으로 일상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5조목: 절제하자

국제노화학회에서 일반인에게 건강 장수를 위해 권할 것으로 학자들이 합의한 게 있다. 일상에서 어떤 것도 무리하지 말고 적정선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이다. 예컨대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서도 안 되고 또 너무 하지 않아도 안 된다. 

◇6조목: 나이 탓하지 말자

대부분의 사람이 나이를 이유로 일을 포기하거나 그만둘 때가 많다. 그러나 많은 100세인이 나이에 제약받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례를 통해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7조목: 남의 탓하지 말자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것까지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누군가 대신 해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직접 하지 않으면 계속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된다. 남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불평은 장수 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8조목: 어울리자 

가족, 이웃, 친구와 모든 일을 함께 하려는 노력을 일찍부터 기울여야 한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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