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회장
무거운 고요가
두려움으로 내려앉는 새벽
마치 마을의 진산(鎭山)인양
큰기침으로 고창의 여명을 연다.
정겨움 묻어나는 고샅길 따라
잘 길들여진 양떼처럼
발길은 어느새
내 영혼 가득한 경로당에 머물고
자지러지는 웃음과
오색의 수다가 펼쳐지며
수많은 영겁이 마물렀던 곳에
내 인생 마지막 불꽃을 지피는데
옷밥 나오는 일 아니라는
할망구의 재잘거림이
켜켜이 쌓인 채석강 바위처럼
가슴을 짓눌러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설익은 강냉이 몇 개 꺾어
밥상위에 내밀며
연신 헛기침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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