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시] 경로당회장
[백세시대 / 시] 경로당회장
  • 노상기 전북 고창군지회 경로부장
  • 승인 2019.08.02 14:09
  • 호수 6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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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회장

무거운 고요가 

두려움으로 내려앉는 새벽

마치 마을의 진산(鎭山)인양

큰기침으로 고창의 여명을 연다.

 

정겨움 묻어나는 고샅길 따라 

잘 길들여진 양떼처럼

발길은 어느새 

내 영혼 가득한 경로당에 머물고

 

자지러지는 웃음과

오색의 수다가 펼쳐지며

수많은 영겁이 마물렀던 곳에

내 인생 마지막 불꽃을 지피는데

 

옷밥 나오는 일 아니라는

할망구의 재잘거림이 

켜켜이 쌓인 채석강 바위처럼

가슴을 짓눌러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설익은 강냉이 몇 개 꺾어 

밥상위에 내밀며

연신 헛기침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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