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 어쩌다 독립군 된 민중들, 일본군에 대승 거두다
영화 ‘봉오동 전투’ 어쩌다 독립군 된 민중들, 일본군에 대승 거두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02 15:32
  • 호수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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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 바탕으로 한 ‘황해철’ ‘이장하’ 등 캐릭터 통해 전투의 의미 전달
‘명량’ 연상시키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 마지막 전투 장면 통쾌함 선사
이번 작품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황해철과 이장하 등 독립군들이 적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해 대승을 거두는 과정을 실감나게 다룬다. 사진은 극중 이장하(가운데)가 이끄는 분대의 모습.
이번 작품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황해철과 이장하 등 독립군들이 적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해 대승을 거두는 과정을 실감나게 다룬다. 사진은 극중 이장하(가운데)가 이끄는 분대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기자]지난 1920년 12월 25일 발간된 독립신문 제88호에서는 앞서 6월 봉오동 계곡에서 벌어진 한 전투를 짧게 다뤘다. 평범한 농민이었다가 나라를 잃고 어쩌다 군인이 된 한국인들이 일본의 정예부대를 상대로 벌인 전투였다. 

당시 일본군은 최고의 기술로 만든 산포(山砲)를 앞세웠지만 아군에게는 소총과 수류탄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봉오동 전투’에서 아군은 빛나는 투지와 전술로 10명 미만에 피해를 입은데 반해 수백명의 일본군을 사살하며 압도적인 대승을 거뒀다.  

한국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투쟁을 담은 영화 ‘봉오동 전투’가 8월 7일 개봉한다. 이번 작품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0년 6월, 중국 길림성 봉오동 골짜기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 연합부대와 야스가와(安川) 소좌가 이끄는 일본 월강(越江) 추격대의 전투를 담았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독립군 ‘황해철’, ‘이장하’를 중심으로 당시 전투를 재현한다.

영화는 독립군 황해철(유해진 분)이 일본군에게 동생을 잃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처참하게 동생을 잃고 독립군이 된 그는 한때 마적이었던 뛰어난 저격수 마병구(조우진 분) 등과 함께 자신만의 분대를 이끌며 수많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특히 그는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처럼 가볍다’는 문구가 쓰여진 항일 대도(大刀)로 단칼에 적의 목을 베고, 적군의 피로 ‘대한 독립 만세’를 쓰거나 가짜 수류탄을 활용해 적을 교란시키는 등 기만전술에도 뛰어났다. 

삼일만세운동 이후 탄압이 거세진 가운데 황해철과 그의 분대는 독립자금을 봉오동 계곡에 주둔 중인 독립군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는다. 적의 눈을 피해 이동하던 그의 분대는 일본군을 유인하는 임무를 맡은 이장하(류준열 분)의 분대와 만난다. 적은 수의 인원으로 수백명의 일본군을 상대하겠다는 이장하를 두고갈 수 없었던 황해철은 그의 부대와 함께 움직이지만 일본군의 추격이 턱밑까지 쫓아오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이번 작품은 전투를 다룬 것 답게 초반에는 당시의 참상을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머리를 잘린 시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하면 불문율이라 여겨지는 아이의 죽음까지도 적나라하게 그린다.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피폐해진 마을의 모습은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참혹하다. 이처럼 화가 치밀 정도의 잔인한 묘사를 통해 우리 민족과 역사의 상처를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한다.

기존 항일 영화나 전쟁 영화와는 다르게, 작품 곳곳에 우리 민족 특유의 넉살과 여유를 버무린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팔도 사투리로 감자를 표현한 것이다. 앞서 유해진이 주연을 맡았던 ‘말모이’를 연상시키며 큰 웃음을 준다. 

마지막 봉오동 전투 장면은 특히 압권이다. 승리로 마무리 됐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막상 그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을 때 올라오는 감동은 색다르다. 광대한 자연, 그 속에서 민족의 울분을 대신해 일본군을 몰아치는 독립군의 모습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한국 최고 흥행기록을 가진 ‘명량’과 유사하다. 잘 아는 지형을 이용해 일본군을 위기에 빠뜨리는 것,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전투를 감행해야 한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단, 명량이 이순신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여러 등장인물을 골고루 부각시켜 차별화했다. 또 명량이 말미에 후속작을 암시했듯 이 작품 역시 마지막 장면에 베일에 가려져있던 ‘홍범도’를 깜짝 등장시키며 또 다른 전투를 기대케 한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배우들의 명연기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유해진은 거친 액션과 맛깔나는 입담으로 영화의 중심축을 담당했다. 늘 실망을 시키지않았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보답하며 최고의 명연기를 펼쳤다. 류준열은 날렵한 액션부터 아픔을 간직한 내면연기까지 모자랄 것없이 매끄럽게 표현했다. 

특급 조연으로 성장한 조우진도 유해진과 류준열의 중간적인 인물로,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흥미를 돋웠다. 박지환은 남양수비대 대장 아라요시 시게루 역을 재치있게 소화해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그 어떤 작품 영화보다 보조출연자(엑스트라)들이 돋보였다. 독립군과 박해 받는 민초로 열연한 이들의 모습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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