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알아두면 좋은 지식 9] 화이트리스트
[백세시대 /알아두면 좋은 지식 9] 화이트리스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09 14:11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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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시 허가신청 면제 받는 국가 명단

일본이 한국 제외해 양국 갈등 고조

지난 8월 2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오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화이트리스트란 일본이 자국의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전자 부품 등을 타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를 가리킨다. ‘백색국가’ 또는 ‘안전 보장 우호국’이라고도 한다. 통상적으로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은 안보 문제없이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개별적으로 심사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백색국가로 지정될 경우 절차와 수속에서 우대를 받게 된다.

지난달까지 한국을 포함한 미국·캐나다·오스트리아·벨기에·불가리아·체코·덴마크·핀란드·프랑스·독일·그리스·헝가리·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네덜란드·노르웨이·폴란드·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스위스·영국·호주·뉴질랜드·아르헨티나 등 27개 국가가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아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하면서 이번 사태를 예고했다. 당장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1100여 개의 전략물자 리스트 규제 품목 수출과 관련해 일반포괄허가를 받던 것이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뀌게 된다. 

일반포괄허가는 수출기업이 경제산업성의 사전 심사 없이 포괄허가(3년에 한 차례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반면, 특별일반포괄허가는 수출기업이 수출관리 프로그램을 사전 신고하고 경제산업성의 점검을 거쳐 인증을 받는 등 보다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여기에 비전략물자임에도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의 경우도 캐치올 규제(상황허가)가 적용된다. 이는 품목마다 차이는 있으나 개별허가를 받는데 일반적으로 90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추가 서류 제출 등을 요구하며 허가를 지연하거나 불허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한국의 태도를 봐가면서 시기와 강도를 조절, 일본에 대한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옥죄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수출심사 자체가 길어지기도 하지만 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부품·소재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가 자국 안보나 절차상 이유 등을 들어 자의적으로 허가를 지연하거나 금수조치를 내리는 상황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한일 양국 모두에게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3위 수출국이자 수십 년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불화수소의 경우 생산량의 90% 가까이 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다가 삼성, LG 등 대기업이 국산 제품을 비롯한 대체재 찾기에 나서면 일본기업 역시 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우려는 즉각 증시에 반영돼 8월 5일 국내 코프피와 코스닥, 일본 닛케이지수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처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추가 수출 보복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민간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불매운동 외에도 우리나라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 제외, 관광·식품·폐기물 분야 안전 조치 강화, WTO 제소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고 있다.   

특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까지 거론된다. 지소미아는 친밀한 동맹 관계인 국가끼리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으로, 국가 간 정보 제공 방법과 정보의 보호, 이용 방법 등을 규정한다. 

한국과 일본은 2016년 11월 23일에 지소미아를 체결했으며, 양국의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직접 공유한다. 한국은 주로 북·중 접경 지역 인적 정보를 일본에 공유하고, 일본은 첩보위성이나 이지스함 등에서 확보한 정보 자산을 한국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 유효 기간은 1년인데. 기간 만료 90일 전 두 나라가 별도의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1년씩 자동 연장된다. 올해 지소미아 종료 통보 시한은 8월24일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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