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치매 어르신 훈련센터 ‘희락당’, 치매 어르신도 훈련 받으면 일상생활 오래 유지
서울 노원구 치매 어르신 훈련센터 ‘희락당’, 치매 어르신도 훈련 받으면 일상생활 오래 유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09 14:14
  • 호수 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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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치매안심센터가 구청건물 5층에 개설… 기본‧수단훈련 과정
옷입기, 목욕, 배변 등 6회차 훈련… 수료 후에도 모니터링‧상담 진행
노원구 치매안심센터는 전국에서 최초로 치매 어르신들의 일생생활 유지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작업치료사가 어르신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노원구 치매안심센터는 전국에서 최초로 치매 어르신들의 일생생활 유지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작업치료사가 어르신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백세시대=배성호기자]“머리를 감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요?”

지난 8월 2일 서울 노원구청 5층 ‘희락당’. 작업치료사의 질문을 받은 이정순(83‧가명) 어르신이 잠시 답에 대해 골똘히 생각한다. 그러다 생각이 난 듯 “머리에 물을 묻혀야 한다”고 말한 이 어르신은 환하게 웃었다. 이후로도 몸을 씻는 순서를 묻는 질문에 이 어르신은 느리지만 정확하게 답을 해나갔다. 이 어르신은 “가급적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참여했는데 그 방법을 차분하게 알려줘 좋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치매안심센터가 전국에서 최초로 치매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위한 훈련센터 ‘희락당’을 열어 주목받고 있다. 희락당은 ‘치매환자가 사는 집은 이렇게 꾸며 놓으면 좋다’고 알려주는 일종의 모델하우스다. 노원구 치매안심센터는 지난 5월 희락당을 조성하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어르신들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인 ‘홈런’(Home Learn)을 개발했다. 

‘홈런’은 크게 치매어르신들을 위한 기본적 일상생활활동 유지 훈련프로그램(이하 기본훈련),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수단적 일상생활활동 유지 훈련프로그램(이하 수단훈련)으로 나뉜다. 치매 또는 경도인지 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과 가족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치매안심센터로 전화하거나 방문 상담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먼저 기본 훈련은 식사, 배설, 목욕, 옷 입기 등 집안에서 꼭 해야 하는 활동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다. 센터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2인 1조로 훈련을 진행한다. 훈련 시작 전 작업치료사들은 어르신의 치매 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평가를 진행하고 자택을 방문해 개별적인 생활환경도 파악한다. 이때 낙상사고 등 안전상 위험이 있는 가정에는 사회적기업 ‘나사희(나눔‧사랑‧희망)’와의 연계를 통해 치매 친화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이후 센터는 진행도가 비슷한 어르신들끼리 그룹을 지은 후 6주에 걸쳐 식사하기, 의류 선택 및 옷 입기, 개인위생 및 용품 관리하기 등의 훈련을 진행한다. 치매가 진행될수록 어르신들은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을 아는 능력) 등이 떨어지면서 평생 해온 습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 가령 머리에 물을 묻히지 않고 샴푸를 한다거나, 한 여름에 겨울옷을 입는 등의 행동을 한다. 

훈련의 목적은 어르신들이 이런 기본적인 활동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게 하는데 있다. 훈련이 시작되면 작업치료사는 각 행동의 절차를 칠판에 적는다. 이때 일방적으로 적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에게 각 과정을 질문하고 스스로 기억을 더듬게 한다. 가령 변기 사용법을 소개할 때는 ‘대소변을 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식이다. 어르신들이 오답을 말하더라도 즉각 답을 알려주지 않고 재차 물어 스스로 환기하도록 돕는다. 또 모든 과정을 머릿속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한 후에는 실제 행동으로 연습하도록 해 효과를 높였다.  

노원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는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많지만 치매 진행속도를 지연시키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는 곳은 전무했다”면서 “여기에서 착안해 개발된 훈련으로 최대한 오랫동안 어르신들이 일생상활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수단훈련 역시 기본훈련과 큰 틀은 같지만 내용에서 차이가 난다. 수단 훈련 대상자들은 집안에서 일상생활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등 외부활동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5명 내외로 그룹을 지어서 ‘관공서 이용’, ‘취미 및 여가활동’ 등의 맞춤형 적응 훈련과 함께 ‘요리수업’, ‘도자기수업’ 등의 여가활동을 결합한 훈련을 진행한다. 또한 훈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가족교육도 두 차례 이상 병행한다. 이때 가정 내 환경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낙상예방을 위한 보호자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상세히 알려준다.  

이후 총 6회차 훈련이 끝난 후에는 거동 움직임 감지 센서등, 미끄럼 방지 테이프 등 9가지 도구가 포함된 안전키트를 제공한다. 또 보호자에게 훈련책자를 제공해 자택에서도 꾸준히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5월 운영을 시작한 이후로 7월까지 총 93회, 385명의 어르신과 가족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센터는 꾸준한 모니터링과 환자 및 가족과의 면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치매 어르신이 늘어감에 따라 가족이나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정신적, 경제적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다”며 “치매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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