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개봉해 99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퀸’ 열풍을 일으켰던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 일주일 전에 동료들에게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사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실제 프레디 머큐리는 감염 사실을 1987~1988년 사이인 솔로 활동을 할 때 알게 됐고, 멤버들에게 털어놓은 건 1990년에 퀸의 새 앨범을 제작할 때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의 감동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여러 역사적 사실을 영화의 극적 효과를 위해 ‘왜곡’했다. 개봉 직후 퀸의 골수팬들은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퀸의 히트곡에 얽힌 뒷이야기와 함께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천만명에 육박한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나랏말싸미’ 역시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신미 스님이 한글을 주도적으로 창제했다고 묘사한데다가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을 상대적으로 무능하게 그린 게 공분을 산 것이다. 또 감독이 신미스님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믿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면서 흥행 역시 급제동이 걸려 손익분기점(350만명)의 절반도 넘기기 힘들게 됐다.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는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라 할지라도 스크린 속 가짜 세상에 불과하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에 상상력을 가미한 허구의 이야기로 실제와는 구분하는 것이 맞다. 인체를 말도 안 되게 표현한 입체파 화가들처럼 예술로서 영화는 어떠한 연출도 가능하다. 역사를 왜곡했더라도 작품의 만듦새가 훌륭하다면 ‘예술적’ 관점에서는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단, 대중적인 평가는 다른 문제다. 극장에 걸리거나 DVD나 VOD로 팔리는 영화는 예술이 아닌 ‘상품’이다. 구매자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상품으로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말도 안 되는 왜곡을 저질러 대중의 관점에서 하자 있는 상품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모양만 예쁘고 맛이 없는 음식처럼 말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큰 줄기는 사실을 반영하고 자잘한 것만 바꿨다. 만약 프레디 머큐리를 이성애자로 묘사하고 HIV는 수혈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고 하면 흥행은커녕 극장에 걸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을 무능하게 보이게끔 연출한 것이 결정적 실수였다.
‘나랏말싸미’ 제작진은 쏟아지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팔기로 결심하고 제작했다면 대중들의 입맛을 고려해야 했다.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그랬다 해도 대중들이 싫어한다면 조리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는 #2007년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무신론 운동이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비판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하며 “그 #비판은 #건전하고 유용한 #충고를 넘어 흔히 #맹목적인 비난이 되어 버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서로 다른 신념의 소유자들 사이의 #대화 자체를 가로막습니다. #대화는커녕 #갈등만 #조장할 뿐이죠”라고 말했었다.
12년 뒤 김 교수가 쓴 이 글이 꼭 그렇다. 톨레랑스와 해석의 다양성은커녕 #편견과 종교적 갈등만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