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나랏말싸미’는 왜 흥행에 참패했나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나랏말싸미’는 왜 흥행에 참패했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09 14:26
  • 호수 682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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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개봉해 99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퀸’ 열풍을 일으켰던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 일주일 전에 동료들에게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사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실제 프레디 머큐리는 감염 사실을 1987~1988년 사이인 솔로 활동을 할 때 알게 됐고, 멤버들에게 털어놓은 건 1990년에 퀸의 새 앨범을 제작할 때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의 감동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여러 역사적 사실을 영화의 극적 효과를 위해 ‘왜곡’했다. 개봉 직후 퀸의 골수팬들은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퀸의 히트곡에 얽힌 뒷이야기와 함께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천만명에 육박한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나랏말싸미’ 역시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신미 스님이 한글을 주도적으로 창제했다고 묘사한데다가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을 상대적으로 무능하게 그린 게 공분을 산 것이다. 또 감독이 신미스님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믿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면서 흥행 역시 급제동이 걸려 손익분기점(350만명)의 절반도 넘기기 힘들게 됐다.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는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라 할지라도 스크린 속 가짜 세상에 불과하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에 상상력을 가미한 허구의 이야기로 실제와는 구분하는 것이 맞다. 인체를 말도 안 되게 표현한 입체파 화가들처럼 예술로서 영화는 어떠한 연출도 가능하다. 역사를 왜곡했더라도 작품의 만듦새가 훌륭하다면 ‘예술적’ 관점에서는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단, 대중적인 평가는 다른 문제다. 극장에 걸리거나 DVD나 VOD로 팔리는 영화는 예술이 아닌 ‘상품’이다. 구매자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상품으로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말도 안 되는 왜곡을 저질러 대중의 관점에서 하자 있는 상품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모양만 예쁘고 맛이 없는 음식처럼 말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큰 줄기는 사실을 반영하고 자잘한 것만 바꿨다. 만약 프레디 머큐리를 이성애자로 묘사하고 HIV는 수혈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고 하면 흥행은커녕 극장에 걸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을 무능하게 보이게끔 연출한 것이 결정적 실수였다.  

‘나랏말싸미’ 제작진은 쏟아지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팔기로 결심하고 제작했다면 대중들의 입맛을 고려해야 했다.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그랬다 해도 대중들이 싫어한다면 조리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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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akala 2019-08-12 04:29:32
1️⃣2️⃣다만 그가 종교학자로서 종교학이 지향하는 ‘ #톨레랑스( #관용의 정신)’ ‘ #해석의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뿐이다. ‘종교학이라는 학문은 #진리나 #신념 자체에 #헌신하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그 효과를 분석하는 일에 더 관심을 둔다’고 자신이 #과거에 밝혔던 견해와도 차이가 커 보인다.

그는 #2007년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무신론 운동이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비판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하며 “그 #비판은 #건전하고 유용한 #충고를 넘어 흔히 #맹목적인 비난이 되어 버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서로 다른 신념의 소유자들 사이의 #대화 자체를 가로막습니다. #대화는커녕 #갈등만 #조장할 뿐이죠”라고 말했었다.
12년 뒤 김 교수가 쓴 이 글이 꼭 그렇다. 톨레랑스와 해석의 다양성은커녕 #편견과 종교적 갈등만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Mahakala 2019-08-12 04:26:49
1️⃣1️⃣이 영화는 ‘진영’에 의해 만들어졌고 역사왜곡을 했으니 비판받아 마땅하고 자신은 이미 ‘ #애도’했으니 어서 막을 내리라는 것인가.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유니클로 일본 본사 임원이 “ #불매운동 오래 가지 않을 것이고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처럼 “염려스럽다”는 그의 말에 #진정성보다 #냉소나 #야유가 담겨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학창시절 #주일학교 #중고등부 학생들을 가르쳤고 개신교 #서클 및 #교회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제대 후에는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목회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잠시 했다고 했다. 이제 스스로를 ‘거의 #무신론에 가까운 #세속적 종교학자’라고 말하는 그의 이번 글이 기독교 #신념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Mahakala 2019-08-12 04:26:05
1️⃣0️⃣왜곡 논란은 학계가 아닌 언론이 주도했고 개신교 언론도 이 문제를 확산시키는데 한몫 톡톡히 했다.
그로 인해 대다수 영화관에서 상영을 중단했고 상영하는 곳도 새벽이나 밤 시간대여서 일반인들이 보기는 쉽지 않다. 그의 말처럼 #손익분기점 330만명은커녕 100만명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사찰 스님과 불자들이 어렵게 영화관을 찾아 단체 관람하는 것에 대해 “ #종교편향” 운운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불교를 다룬 영화에 불교계조차 냉담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라면 ‘ #벤허’나 ‘ #이집트왕자’ 최근 개봉한 ‘ #천로역정’을 기독교인들이 단체 관람해도 “종교 편향” 운운할 것인가.

Mahakala 2019-08-12 04:22:37
9️⃣등등 역사적 사실조차 거짓으로 여기거나 불편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뿐만 아니다. 그는 ‘불자로서 감독의 종교적 욕심이 과했다’ ‘감독이 불교계 관람독려 현장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런 점을 들어 #감독의 #창작동기를 #불자로서 그의 욕망으로 환원했다’ 등등 견해를 줄줄이 얘기한 뒤 정작 자신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슬쩍 발뺌하는 것도 때리는 #시어머니는 아닐지라도 말리는 #시누이 같아 곱게 비춰지진 않는다.

그는 사찰과 불교단체들이 이 영화를 찾는 것에도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이를 ‘불교계의 관람독려 운동’이라고 명명한 그는 ‘그 운동이 오히려 이 영화의 정체성을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껍질 속에 박제해버리지는 않을지, 그래서 이 영화가 스스로 자초한 역사 왜곡 논란에 더해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또 다른 논란에까지 휘말리며 정말로 영영 무너져버리게 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고 말한다.

Mahakala 2019-08-12 04:21:25
8️⃣다만 #유일신을 믿는 이들이 #절대자 권위를 내세우듯 그도 ‘학계’ 혹은 ‘역사학계와 국어학계’의 권위 뒤에 숨어 ‘세종의 #단독업적이나 일부 #집현전 학자들의 협력’이라는 기존의 통설과 다른 견해들에 대해선 가차없이 학계와는 무관한 진영의 논리이거나 학문적 검증을 거치지 않는 개인적 견해쯤으로 취급한다.

#한글 #창제 연구의 권위자 #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나 #김광해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그리고 최근 신미 스님이 한글 창제에 참여했다는 연구 결과를 책으로 펴낸 #국어학자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한글과 불교와 관계를 연구한 숱한 학자들의 성과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태도다.
김 교수의 글을 읽다보면 그는 1️⃣한글 창제 후 언해된 게 대부분 불경이라는 것, 2️⃣세종이 궁궐 안에 법당을 짓는 등 숭불했다는 것, 3️⃣신미 스님이 언해 및 언해본 보급에 큰 역할을 했던 것, 4️⃣오랜 세월 한글이 범자나 파스파문자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나왔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