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이 경로당 22] 경기 용인 한숲시티5단지 경로당 “얼굴 익히려 명찰 달아요”
[와우 이 경로당 22] 경기 용인 한숲시티5단지 경로당 “얼굴 익히려 명찰 달아요”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8.09 15:49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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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수 172명…매주 화요일 ‘회원의 날’ 정하고 단톡방 개설
4개 주민참여 프로그램 자체 운영하며 빠른 활성화 눈길
용인 한숲시티5단지경로당 어르신들이 명찰을 달고 얼굴과 이름 익히기를 하고 있다.
용인 한숲시티5단지경로당 어르신들이 명찰을 달고 얼굴과 이름 익히기를 하고 있다.

[백세시대=김순근기자]경기 용인시 한숲5단지아파트경로당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들어서면 모두 명찰을 단다. 명찰에는 이름과 출생년도, 동호수가 적혀있다. 명찰 달기는 8월 6일부터 시작됐다.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회원의 날을 맞아 이날 일제히 명찰달기를 시작한 것이다.  

백발의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가슴에 명찰을 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숲시티5단지경로당은 2336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경로당이다. 지난 3월 15일 운영을 시작한 이 경로당은 등록회원수가 172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경로당에 갈때마다 처음보는 얼굴이 많아 어색하고 서먹서먹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을 ‘회원의 날’로 정해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얼굴을 익히고 각자 뜻맞는 회원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취미생활을 하기로 했다.

회원의 날에는 60~70명 이상 모였다. 그렇게 5개월 정도 지났음에도 아직 얼굴 정도만 아는 회원들이 많았다. 그래서 명찰달기를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회원들은 이름표를 달고 나니 서로가 더 반갑고 더 친해지는 것 같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남규 어르신(78)은 “황혼의 나이에 이렇게 명찰을 다니 새롭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서로들 얼굴만 아는 사이였는데 이제 이름과 사는 곳까지 알게되니 정말 이웃사촌이 된 것 같다”고 반겼다. 

◇경로당 오픈때부터 주민에 시설개방

공식 운영에 들어간지 5개월 정도에 불과한 신생경로당이 이처럼 다양한 새로운 시도로 활성화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성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여늬 경로당과 달리 남녀비율이 비슷한 것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이곳은 출발부터가 남달랐다. 경로당을 열때부터 주민과 함께하겠다며 시설을 개방했다. 또,  올해 경로당에 대한 프로그램 지원신청이 1월말에 종료돼 자체적으로 주민들의 ‘프로그램 강사’ 재능기부를 이끌어내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현재 운영하는 4개의 프로그램에는 모두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86평의 경로당은 중앙 홀 주변으로 주방과 4개의 룸이 있어 다양한 소모임 활동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모든 공간에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어 있는 등 노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입식구조로 돼 있다.
86평의 경로당은 중앙 홀 주변으로 주방과 4개의 룸이 있어 다양한 소모임 활동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모든 공간에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어 있는 등 노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입식구조로 돼 있다.

이 경로당의 특별함 배경에는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이박준(80) 회장이 있다. 오랜 공직생활과 목회활동을 하다 은퇴한 이 회장은 평소 경로당에 대해 ‘노인들 공간’ ‘고스톱이나 치는 곳’ 등으로 안좋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2월말 경로당 창립총회 소식에 은퇴한 목회자로서 혹여 목회활동에 도움이 될까해서 경로당을 찾았다가 ‘어쩌다 회장’이 됐다고 한다.

“당시 회장 임기를 1~2년 하네 마네 하고 있길래 ‘무슨 임기를 그렇게 하면 되겠냐. 1년, 2년 딱 부러지게 해야지’라고 한마디 한 게 마음에 들었는지 회장으로 추천을 하더라고요”

회장이 되니 사명감이 생겼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 경로당 운영에 관한 글들을 찾아 참고했고 그중 서울·경기지역 경로당 운영에 관한 한 논문이 큰 도움이 됐다. 거기에는 주민들과 어울리는 ‘공회당’ 개념의 경로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이 회장은 무릎을 딱 쳤다.

주민들 대부분이 외지서 이사온 관계로 무엇보다 회원들간의 유대감 형성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이 회장은 판단했다. 그래서 전체 회원이 모이는 회원의 날을 정한데 이어 172명의 회원이 모두 참여하는 단체카톡방도 개설했다. 

◇주민 재능기부로 프로그램 운영

이처럼 회원들이 서로 관심을 갖고 뭉치니 어려운 일도 쉽게 풀렸다. 자체적으로 경로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활성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파트 입주자모임 카페와 경로당 단체카톡방을 통해 자원봉사할 재능기부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단박에 태극권, 서예반, 민요, 색소폰 등 4개 분야의 지원자가 나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졌다. 

주민 강사지만 실력은 수준급이다. 매일 새벽 6시에 운영되는 태극권반 강사인 한광섭 어르신(71)은 합기도 공인 9단에 오식태극권 6대 계승자로 대림대 태극권 초빙 교수로 활동한다. 이같은 실력있는 스승에서 배운 탓인지 지난 6월 전통선술대회에 출전해 단체전 3위를 했다.

매주 금요일에 운영되는 서예반 지미애 강사(68․여)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2회, 서화작가협회 대상, 경기미술 대전 특선 2회의 화려한 수상경력의 소유자다. 처음에 붓으로 가로세로 줄긋기만 하던 회원들이 10월 2일 노인의 날에 주민들에게 가훈 써줄 계획을 세울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경기도 국악당 판소리와 경기민요 전수자인 김기홍 강사(65)의 민요반도 역시 노인의 날에 발표회를 가질 예정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열심히 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색소폰반은 왕년의 색소폰 연주자인 박승호 경로당 이사(69)가 강사를 맡고 있다.

무려 4개에 달하는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적으로 강사 모집에 나서 조만간 노래교실과 영어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태극권반
태극권반
서예반
서예반

◇다양한 프로그램에 경로당이 즐겁다

이곳 아파트로 이사오기전 살던 곳에서 경로당 회장을 했었다는 최남규 어르신은 “대부분 경로당이 마땅히 할거리가 없어 심심했는데 여기에선 시설도 좋고 프로그램도 다양해 매일매일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오래된 경로당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는 가운데 탄생 6개월도 안된 신생경로당이 이 정도로 활성화를 이룬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박준 회장은 “이제 경로당도 시대흐름에 맞게 변해야 하며 주민도 참여해 혜택을 받는 복리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경로당이 재미있고 삶에 도움이 되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며, 보다 잘 운영되고 있는 경로당이 있으면 찾아가 노하우를 전수받겠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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