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충남 공주시지회 ‘행복나눔클럽’ “90세 어르신도 땀 흘려…남 도우면 행복해”
대한노인회 충남 공주시지회 ‘행복나눔클럽’ “90세 어르신도 땀 흘려…남 도우면 행복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8.09 16:04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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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행정공무원 출신 21명이 결성
문화재 청소, 요양원·장애시설 위문 등
대한노인회 충남 공주시지회 ‘행복나눔클럽’ 회원들이 지난 6월 말, 공주시 산성동에 위치한 공산성 입구의 47개 비석들을 물걸레로 닦고 있다. 회원들은 한 달에 두 번 봉사활동을 편다.
대한노인회 충남 공주시지회 ‘행복나눔클럽’ 회원들이 지난 6월 말, 공주시 산성동에 위치한 공산성 입구의 47개 비석들을 물걸레로 닦고 있다. 회원들은 한 달에 두 번 봉사활동을 편다.
양승일 코치
양승일 코치

[백세시대=오현주기자]“뭐든지 다 한다. 연탄도 나르고 아이들 발도 씻겨주고 노인들 어깨도 주물러주고. 도움 받는 것보다 돕는 게 훨씬 좋지 않나.”

8월 8일, 10여년째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는 안원모(90·공주시 교동) 어르신이 하는 말이다. 안 어르신은 공주군청에서 40년 봉직한 행정공무원 출신으로 대한노인회 충남 공주시지회(지회장 전대규)의 노인자원봉사 ‘행복나눔클럽’ 회원이다.

안 어르신은 항상 30분 전 현장에 도착하는 ‘열성 회원’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회원들과 어울려 기쁜 일을 하고 있다. 양(승일) 코치가 나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 봉사하며 살겠다”며 웃었다.

양승일 코치(73·공주시 옥룡동)는 2011년 클럽을 처음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는 주인공이다. 공주군청, 시청에서 40여년 공무원 생활을 하다 국장(서기관)으로 정년을 마쳤다. 리더스봉사단연합회 소속으로 ‘1000시간 봉사 인증패’를 받는 등 ‘봉사의 달인’이기도 하다.

양 코치는 “행정공무원들은 모내기 일손돕기 수준에 그칠 뿐 제대로 봉사할 기회가 적다. 퇴직 후 봉사하면서 느낀 보람과 행복감을 선·후배들과도 같이 나누고 싶어 뜻을 같이하는 18명이 모여 현 클럽의 모태인 ‘행정클럽’을 만들었다. 우리 활동 모습을 보고 90세 두 분도 동참했다”고 말했다.

70대 초반부터 90대까지 21명의 남성들로 구성된 이 클럽은 한 달에 두 번, 문화재 등 공공시설 환경정화, 요양원·장애아시설 위문, 홀몸노인돌보기, 연탄·도시락배달 등을 한다. 

이들의 봉사활동은 지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회원들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시대 유적 공산성 일대 환경정화에 나섰다. 식당이 밀집한 백미고을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공중화장실을 소독했다. 산성 입구에 있는 비석군도 청소했다.

정문해(74) 회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50여기 비석에 잔뜩 낀 먼지와 흙을 물걸레로 깨끗이 닦았다. 금서루 현판 글씨가 햇빛에 반짝이는 걸 보고 기분이 좋았다”며 “관광객이 우리를 향해 ‘노인들이 어려운 일 한다’며 자기도 ‘백제사람’이라고 말해 다 같이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 코치는 봉사를 하며 잊지 못할 순간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작년 11월, 어려운 이웃에 연탄 400장을 날랐다. 홀로 지내는 92세 할머니 댁에 연탄을 들고 들어가자 ‘노인들이 웬일로 연탄을 가져 오냐’며 깜짝 놀라더라. 나중에 연탄이 가득 쌓인 걸 보고 할머니가 여러 번 ‘고맙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마음이 짠했다.”

클럽 회원들이 보훈공원 일대 잡초제거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회원들의 음식 값을 대신 지불했던 일도 있었다. 

양 코치의 희생과 기여는 작은 부분에서 비롯된다. 윤석조(90) 회원은 “양 코치 부인이 가져온 뜨거운 물에 양 코치가 준비한 커피를 한잔씩 타 마시는 것으로 봉사를 시작한다”며 “양 코치가 앞장 서 잘 하기 때문에 회원들도 열심히 따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코치는 봉사 전·후 자신의 승용차로 90세 회원들을 집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 환경정화에 필요한 고무·면장갑, 물걸레 등도 모두 양 코치가 마련하는 건 물론이다.

클럽 운영에 힘든 부분은 회식비. 대한노인회에서 지원하는 클럽 운영비(20만원)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양 코치는 “후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지만 현역 시절 상사로 모셨던 회원들이 잘 따라주셔서 힘든 것도 잊는다.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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