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16 13:38
  • 호수 6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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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탈북 모자(母子)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거주하던 탈북자 한 모(42) 씨와 그의 아들 김 모(6) 군은 지난달 31일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 수개월째 수도요금을 내지 않았고, 물이 끊겼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겨  임대아파트 관리인이 아파트를 찾았다가 누워있는 모자를 발견하고 신고해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진 것이다. 

경찰이 이들의 집을 조사했을 때 냉장고에 쌀은커녕 물조차도 없었다고 한다. 먹을거리라고는 고춧가루뿐이었다. 통장 잔고 역시 ‘0원’이었다. 한 씨는 마지막으로 5월 중순 3858원을 인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부패 정도로 보아 이 돈을 인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자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타살이나 자살의 정황은 없다. 경찰은 아사(餓死)로 추정하고 부검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먹고 살기 위해, 그러니까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는데 그 결과는 참혹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씨를 미리 발견하지 못한 복지제도의 허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는 풍족하지만 최소한의 생계는 이어갈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 어려운 사람이 도움을 먼저 나라에 요청하면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난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노후 대비를 못해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비방하는 사람들을 간혹 보곤 한다. ‘젊어서 얼마나 무능했으면 말년에 고생하냐’는 논리다.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결론을 낸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어려워진 이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젊어서 큰돈을 벌었어도 사기를 당한 경우가 있고, 보증을 잘못 서서 재산을 날리거나 한창 돈을 벌 시기에 크게 다쳐서 힘들어진 사례도 많다. 즉, 가난과 그 사람의 능력은 연관성이 낮다. 또 돈을 버는 능력이 부족해 가난하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도 없다. 사회에서 지켜주지 않는다고 비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반드시 살 길은 생기기 마련이다. 매년 복지 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보장 제도 역시 튼튼해지고 있다. 가난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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