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가정간편식 ‘밀키트’… “손질 다 된 식재료·양념 제공… 고급요리 집에서 척척”
주목받는 가정간편식 ‘밀키트’… “손질 다 된 식재료·양념 제공… 고급요리 집에서 척척”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16 14:41
  • 호수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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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 가구 위해 구성된 소량 세트… 조리법대로 하면 누구나 ‘셰프’
재료낭비 줄이고 요리 즐거움 높여… 포장 용기 배출 느는 게 단점
최근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 등을 담아 바로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시판되는 다양한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최근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 등을 담아 바로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시판되는 다양한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백세시대=배성호기자]“포장지를 뜯고 조리법 대로 끓이기만 했는데 근사한 마라탕이 됐더라구.”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오미현(58) 씨는 오랜 고민 끝에 최근 유행하는 마라탕을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마라소스’를 사서 한 번 사용하고 방치할 것 같아 망설였던 오 씨가 마라탕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밀키트’(Meal Kit) 덕분이었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을 말한다. 

오 씨는 “소고기, 청경채, 마라소스 등 마라탕의 모든 재료가 남편과 둘이서 먹을 수 있는 만큼 들어 있어 부담없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재료 낭비를 줄이고 요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밀키트’가 가정간편식 시장에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중심으로 확장되던 시장에 CJ제일제당, 이마트 등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밀키트는 지난 2008년 스웨덴의 스타트업 ‘리나스 맛카세’(Linas Matkasse)가 처음으로 선보였다. 2012년에 미국의 ‘블루에이프런’이 밀키트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관심을 보였고 이후 아마존 등 세계적인 업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일본도 ‘오이식스(Oisix)’를 필두로 안전한 식재료와 영양의 균형 등을 앞세워 시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미국 밀키트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1.6% 증가한 3조5340억원에 달했다. 일본은 10.5% 증가한 8859억원이었다.

단순히 전자렌지에 음식을 데우는 기존의 레토르트 식품과 달리 요리하는 재미가 있다. 프라이팬, 냄비 그리고 뒤집개나 국자 등 기본적인 조리 기구만 있으면 레스토랑에서 먹을 법한 스테이크, 스파게티 등을 집에서 먹을 수 있다. 

또한 꼭 필요한 재료만 구성돼 있어 낭비되는 재료도 적다. 예를 들어 소량의 아스파라거스, 당근 등을 곁들인 스테이크를 조리하려면 고기 외에도 해당 야채를 구입해야 한다. 문제는 평소 아스파라거스나 당근을 잘 먹지 않는 가정의 경우 한 번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밀키트로 조리 시에는 꼭 필요한 만큼만 들어 있어 낭비되는 재료가 거의 없다. 

가격은 보통 1~2인분 기준으로 1만원 내외에서 형성된다. 식당에서 사먹을 때보다는 저렴하고 개별 재료를 구매해 많은 사람이 먹을 때보다는 비싼 편인데, 1~2인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버리는 재료가 줄어 합리적인 가격이다.  

이런 편의성과 실용성 덕분에 비프 찹스테이크, 라따뚜이, 소고기 고추 잡채 및 꽃빵 등 레스토랑 메뉴에서부터 차돌박이 순두부찌개, 떡볶이 등을 한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밀키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밀키트 안에는 손질 다 된 식재료와 양념이 들어있다.
밀키트 안에는 손질 된 식재료와 양념이 들어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스타트업 닥터키친이 밀키트를 출시한 이후 한국야쿠르트, 동원홈푸드 등은 물론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롯데마트, 갤러리아 등과 같은 유통업체들도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 4월 그동안 축적한 간편조리식 기술과 CJ대한통운의 배송 시스템 등을 접목한 ‘쿡킷’이라는 밀키트 브랜드를 공개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1월까지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밀키트 센터를 건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매출 100억원 달성은 물론 향후 3년 내 1000억 원 규모로 매출을 키워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역시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피코크 밀키트’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알렸다. 이마트는 그간 구축해 놓은 당일 배송 시스템인 ‘쓱배송’을 전면에 내세운다. 또한 1인용 밀키트는 물론, 유기농 밀키트 등 제품을 다양화 해 올해 매출 100억원, 2024년 연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밀키트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류에 포장돼 판매된다. 특히 각 재료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개별포장을 하는데 많게는 한 개의 키트에 플라스틱 용기 1개와 10개 이상 비닐포장이 들어있기도 하다. 당일 배송을 이용할 경우 버려지는 포장재가 더욱 늘어난다. 

또 밀키트는 냉동식품이나 레토르트식품이 아닌 냉장식품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3일 정도로 짧다.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 재료가 신선하고 요리의 본연의 맛을 살린다는 의미이지만 깜빡하고 방치했다간 아까운 재료를 그대로 버릴 수도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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