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성 대한노인회 충남 금산군지회장 “칠순 여행경비, 경로당 연료비로…대접 받는 노인에서 벗어나야”
양희성 대한노인회 충남 금산군지회장 “칠순 여행경비, 경로당 연료비로…대접 받는 노인에서 벗어나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8.23 13:36
  •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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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회장 사비로 매년 10명 학생에 50만원씩 전달…작년에 10만원씩 인상
경로당 현황판 새로 제작해 보급…회원들 “편리하고 공간 넓어져 좋다”
양희성 금산군지회장이 지회장실에서 자신이 만든 경로당 현황판을 보여주고 있다.
양희성 금산군지회장이 지회장실에서 자신이 만든 경로당 현황판을 보여주고 있다.

[백세시대=오현주기자]대한노인회 충남 금산군지회 경로당이 확 바뀌었다. 벽에 걸린 낡고 변색된 태극기를 새 태극기로 바꿨고 지난 게시물들을 벽에서 모두 떼어내고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요구하는 부착물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그러자 경로당이 새로 지은 건물처럼 깔끔하고 산뜻해졌다. 회원들도 “편리하고 정돈돼 좋다”고 입을 모았다. 

금산군지회 경로당의 일신(一新)은 양희성(80) 금산군지회장 덕분이다. 양 지회장은 2018년 9월, 부임 직후 첫 사업으로 경로당 내부부착물 개선사업을 벌였다. 그는 “작년에 115개, 올해 전반기 115개 등 230곳의 경로당을 돌아 보고난 뒤 환경정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군의 협조를 얻어 순차적으로 경로당 내부를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중순, 금산읍 금산로에 위치한 노인회관에서 양 지회장을 만나 부임 1주년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지회 건물이 현대식으로 세련됐다. 

“군에서 2004년, 군민복합센터를 만들었다. ‘다락원’(多樂院)이란 명칭 아래 청소년, 여성, 노인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각종 시설(공연장, 대강당, 스포츠센터, 도서관, 보건소)이 들어서 있다. 노인의 집 건물 1층은 장애인특수목욕시설, 2층 지회 사무실과 강의실, 3층 노인대학, 물리치료실, 바둑·장기 등 취미공간을 갖췄다. 개관 초기엔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러올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박순옥 금산군지회 사무국장이 “군 공무원들이 파견돼  전체 운영을 맡아 하며 지회에도 행정전화가 지원돼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금산군을 소개해 달라.

“옛날에 인삼이 백제 금산, 신라 풍기, 고구려 개성 등 세 곳에서만 나왔다. 모두 높은 해발 지역에 기후가 선선해 인삼 재배에 최적지이다. 전국 인삼의 70%가 유통된다. 외부에서는 인삼 수입과 관광으로 풍요롭게 보일지 몰라도 실제 자립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군민 5만4000여명 중 노인이 1만5000여명(29.8%)에 달해 초고령이다.”

박 사무국장은 “100세 이상 어르신이 39명이며 110세 이상은 9명”이라고 덧붙였다. 금산군지회는 11개 분회, 333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600여명이다. 

-부임한 지 1년 됐다. 어떤 일들을 했나.

“우리 지회가 자랑할 만한 전통이 하나있다. 장학 사업이다. 해마다 노인의 날 기념식 자리에서 중학생 이상 10명에게 50만원씩 500만원의 장학금을 주어오고 있다. 전임 지회장이 8년 재임 동안 사비를 들여 장학금을 주어왔고 저 역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양 지회장은 장학금 총액을 100만원 인상해 지난해 10월 2일, 학생 한 명 당 60만원씩을 전달했다.

-장학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노인이라고 대접만 받을 생각하지 말고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전임 지회장이 시작했다. 지회장이 솔선수범하니 분회장, 사무장과 경로당 회장도 나눔의 손길에 동참하고 있다. 연말에 전 경로당에서 모은 성금 954만원을 지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더욱 감동적인 사실은 양 지회장이 칠순잔치 여행경비를 흔쾌히 내놓은 점이다. 2008년 만해도 경로당 연료비가 부족해 난방이 충분치 못했다. 당시 경로당 회장이던 양 지회장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자녀들이 마련해준 1600만원을 쓰지 않고 읍내 40개 경로당 연료비에 보탰다. 양 지회장은 그 후로도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 400만~500만원, 10년간 총 5600여만원을 희사하는 등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경로당이 말끔해졌다고 들었다.

“경로당에 반드시 부착해야할 게시물들이 제 자리에 붙어있지 않고, 전임 중앙회장, 전임 연합회장의 지시사항도 그대로 걸려 있더라. 심지어 전임 경로당 회장의 등록증이 걸려 있는 곳도 있었다. 군수를 만난 자리에서 이걸 정비해야겠다고 밝히고 예산 1200만원을 받아 ‘경로당 현황판’을 만들었다.”

가로, 세로 150cm×90cm 크기의 현황판 상단 중앙에 태극기를 놓고 태극기 좌우에 대한노인회 운영목표, 노인강령을 각각 배치했다. 태극기 아래에 노인여가복지시설 설치신고필증, 경로당 고유번호증, 경로당 회장 등록증 등 3개 부착물 자리를 만들었고 오른쪽 하단에 회장 이름과 사진, 사무장 이름과 사진 칸을 마련했다.

양 지회장은 “부착물을 액자에 넣는 번거로움과 제작 경비 절감을 위해 부착물을 갈아 끼우도록 봉투 형식으로 만들었다”며 “이 현황판은 타 지회 경로당에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양희성 금산군지회장(오른쪽 다섯번째)이 직원들과 사무실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양 지회장 왼편이 박순옥 사무국장.
양희성 금산군지회장(오른쪽 다섯번째)이 직원들과 사무실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양 지회장 왼편이 박순옥 사무국장.

금산군지회는 양 지회장이 오고 나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올 1월부터 경로당 운영비가 50% 인상돼 경로당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 경로당에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을 설치했다. 잦은 출장으로 고장이 잦았던 지회 차량도 곧 새 차량으로 대체된다. 직원들의 처우 개선도 물론이다.

-분회장, 사무장에 대한 대우는.

“지회와 경로당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그분들이 일을 가장 많이 한다. 분회장과 사무장의 회의참석수당을 인상했으며 군수에게 특별히 부탁해 내년부터 활동비(5만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금산군 출신의 양 지회장은 젊은 시절 새마을운동에 헌신했다. 금산읍협의회장, 금산군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역임했다. 금산인삼가공(주), 금주홍삼 등 인삼수출업체를 창업해 26년간 지역의 인삼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새마을운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은.

“통일벼를 생산해 자급자족의 시대를 열기까지 그간의 숱한 어려움과 희생이 우리 세대가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노인회와 인연은.

“경로당 회장 8년에 지회 부회장 7년, 충남연합회 이사 4년을 했다. 전임 지회장과는 정당 활동도 같이 하면서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전임 지회장의 임기 만료로 17대 지회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추대돼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지회 운영 철학은.

“제가 새마을운동과 사업 경영을 통해 체득한 사실은 조직이란 상응하는 처우와 긍지 두 가지를 충족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읍·면장을 만나면 노인회장 대우를 잘 해달라고 부탁도 하고 명절 때가 되면 분회장, 사무장들에게 작지만 선물을 챙겨 드리곤 한다. 그래야 그분들도 조직에 협조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겠는가.”

금산군지회는 그라운드골프, 게이트볼, 한궁 등 3개 지회장기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양희성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그라운드골프는 전국 대회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했고 도 대회 3연패를 해 우승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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