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어르신 눈높이 따라가지 못하는 ‘IT교육’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어르신 눈높이 따라가지 못하는 ‘IT교육’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23 13:41
  • 호수 6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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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어머니에게 스마트 워치를 선물했다. 아날로그시계가 보기 힘들어 전자시계에 관심을 갖던 어머니는 필자가 차고 다니던 ‘애플워치’를 오래 전부터 눈여겨봤다. 그러다 어느 날 결심했는지 “그 시계는 뭐냐”고 물어왔다. 전자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스마트 워치’에 대해 짧게 설명하기가 난감했던 필자는 “아이폰과 연결된 전자시계라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어머니는 쓸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넘어갔다. 

그러다 얼마 전 어머니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른 시계를 구입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필자에게 볼멘소리를 하며 “너가 차는 시계를 쓰려면 휴대폰을 바꿔야 하냐”고 진지하게 물어왔다. 그제야 안드로이드용 스마트 워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고 어머니가 꼭 가지고 싶다는 말에 일사천리로 결제까지 진행했다. 60대에 접어든 어머니가 최신 전자제품에 관심이 없을 거라 속단해 불효를 저지른 것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필자는 수차례 취재를 통해서 고령자들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최신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호기심이 강한 동물이고 새로운 문물을 보게 되면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어르신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고령자들 대부분은 젊은 시절부터 전자제품을 많이 다루지 못해 일종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도 처음 기기를 접하면 어려워하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살면서 수많은 전자기기를 다뤄봤고 기본적으로 작동하는 원리가 비슷해 금방 적응할 뿐이다.

어르신들도 두려움을 극복하면 젊은 사람과 큰 차이 없이 능숙하게 전자기기를 다룬다. 필자는 식기세척기를 다루지 못하지만 식기세척기가 보급된 경로당 어르신들은 막힘없이 조작하듯 말이다.

늘어나는 무인 결제 시스템(키오스크)에 대해 노인 차별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얼핏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키오스크는 젊은 사람들도 어렵다. 매장마다 방식이 약간씩 다르고, 뒤에 사람이 기다리기라도 하면 빨리 주문을 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는 청년들도 많다. 경험이 없을 경우 어려운 건 남녀노소 똑같다. 현재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비롯해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하지만 IT교육은 미흡하다. 몇몇 지자체에서 고령자들을 위한 IT체험관을 만들며 노력하고 있지만 현저히 부족하다. 고령자들이 익히는 속도가 젊은 사람보다 느릴 순 있다.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알려주면 대부분 따라온다. 

하루 빨리 IT교육이 활성화 돼 멀리 떨어져 지내는 어르신과 그의 가족들이 VR(가상현실)기기를 쓰고 민속놀이를 하는 유쾌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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