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용 대한노인회 대구북구지회장 “경우회 회원이 장악한 아동안전지킴이, 노인회서 절반 가까이 확보”
하정용 대한노인회 대구북구지회장 “경우회 회원이 장악한 아동안전지킴이, 노인회서 절반 가까이 확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8.30 13:47
  • 호수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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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노인회로선 첫 분회 설치, 홈페이지 구축… 경로당 소통 잘 돼
28년 경찰 경력, 행정학 박사·사회복지사 등 자격… 지회 운영에 도움

[백세시대=오현주기자]대한노인회 대구북구지회(지회장 하정용)는 경로당이 277개이다. 지회의 직원은 사무국장, 경로부장, 업무보조 등 셋이다. 직원만으로는 이 많은 경로당 관리가 불가능에 가깝다. 방법은 없을까. 농촌 지역의 분회에서 답을 찾았다. 하정용(75) 지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6년 5월, 서둘러 지역별로 경로당을 묶어 11곳에 분회를 설치했다. 대도시 노인회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시대에 걸맞은 소통 수단을 마련했다. 홈페이지(www.bukgusenior.com) 구축이다. 

지난 8월 말, 대구 북구 공단로에 위치한 폐교에서 만난 하정용 지회장은 “분회 운영비, 홈페이지 제작비 등 재정적 어려움이 따랐지만 두 가지 소통 방법 모두 효과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폐교 2층에 지회 사무실이 있다.

“지회 건물이 낡아 새로 짓는 동안 임시 거처로 사용 중이다. 초등학교였던 폐교를 리모델링해 노인회를 비롯 보훈단체 등이 입주해 있다.”

-청사 신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정태옥 국회의원에게 간곡히 요청해 국비 10억원을 받았다. 거기에 보훈청, 시비, 구비 등을 보태 50억원으로 구청사 자리에 5층 건물을 짓고 있다. 노인회는 지하 1층 노인대학, 인문학 아카데미, 지상 1층 사무실 등 2개 층을 사용하게 된다. 내년 3월 입주 예정이다.”

-분회 설치는 좋은 아이디어 같다.

“경로당 회장들 전체가 모이는 기회가 총회 한 번뿐이라 경로당 관리나 소통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됐다. 동장 출신의 사무국장이 잘 하고 있지만 어려운 일이다. 역시 문제는 재정이다. 회의 마치면 점심 한 끼라도 같이 해야 하는데 비용 마련이 쉽지 않았다. 처음엔 지회에서 분회 운영비(10만원)를 지급하다가 요즘은 구청에서 매달 10만원씩 지원 받는다. 석 달에 한 번, 분회 모임이 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지회도 드물다.

“지회 운영서부터 지역사회 소식, 새로운 노인복지정책에 이르기까지 노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차원에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지난 1월 1일 개설했다. 홈페이지 담당자(경로부장)가 매일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저 역시 수시로 들어가 보고 회원들이 남긴 글을 읽고 답변을 해주고 있다.”

-회원들이 많이 이용하는지.

“초창기라 아직은 많지 않다. 기회 있을 때마다 홈페이지 개설 소식을 알리고 이사회에서 분회장들에게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와 보고 경로당 회장에게도 홈페이지 이용을 권장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대구시 북구 인구는 44만3000여명, 노인은 5만4200여명이다. 북구지회 회원은 1만240여명이다. 대구연합회 8개 시·군 지회 가운데 경로당이 달성군지회(약 315개) 다음으로 많다. 하정용 지회장은 2015년 11월, 취임했다. 

-임기 4년이 다됐다. 어떤 일들을 했는지.

“지회를 변화시키려고 나름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회 건물 마련, 분회 설치 그리고 홈페이지 구축을 들 수 있다. 일자리창출에도 치중했다. 노인재능나눔사업에 100명, 노인지역봉사지도원 연 40명 그리고 아동안전지킴이 27명 등이다.”

하정용 대구북구지회장이 직원들과 사무실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황현주 경로부장, 하 지회장, 조형래 사무국장.
하정용 대구북구지회장이 직원들과 사무실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황현주 경로부장, 하 지회장, 조형래 사무국장.

아동안전지킴이 예산은 노인회가 부담하지만 실제 일자리는 경우회 회원들이 장악해 지회 회원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다. 다행히 하 지회장이 경찰 출신이자 선발위원장인 덕에 전체 일자리 중 절반 가까이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한다.

하정용 지회장은 노인회장 가운데 드물게 박사학위 소지자다. 대구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를 했다. 국립경찰경정(수사과장) 등 28년간 경찰에 몸담았다. 대경대 경찰행정과 부교수, 서정대 사회복지과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경찰 복무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수사과장으로 부지기수의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했다. 유치장 분위기를 도서관처럼 바꿨던 일이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있을 때 직원들로부터 도서 550권을 기증 받아 ‘유치인문고’를 만들었다. 폭력과 기행, 범죄답습이 관행처럼 행해졌던 폐쇄된 공간이 책 읽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유치인들 식단을 개선하기도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대통령상 2회를 비롯, 국무총리·장관 상 등을 30여회 수상했다.

-행정학 박사를 하게 된 계기는.

“12만여 경찰 중 박사가 8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도 한 번 ‘박사 10’에 들어가 보자는 마음에서 쉰 넘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여러 대학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던 중 한 대학으로부터 사회복지 강의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뒤늦게 사회복지도 공부해 2012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노인복지정책을 제안한다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방법은 노인 인구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노인 나이를 점차적으로 70세로 상향 조정해 젊은이들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대한노인회와의 인연은.

“침산 2동 화성1차아파트 경로당 회장을 2년 하자 주위에서 지회장 선거에 나설 것을 권했다. 맡아 해보니 (지회장을)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민주적인 사고를 가지고 노인복지와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사명감을 가진 이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은 임기동안 하고 싶은 일은.

“경로당 회장들에게 판공비를 지급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보려고 한다. 모든 걸 구청장에게 요청한다. 구청장이 노인회에 참 잘해주신다. 행사에 참석하면 서로 격려해주고 지회가 요구하는 사항은 다 들어주려고 애쓴다.”

하 지회장이 취임 이후 지회에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노인대학이 노래교실에서 탈피, 교양강좌를 열었고, 시장, 구청장, 대학총장 등 박사 출신의 주요 인사들을 초빙해 강의를 듣는 ‘인문학 아카데미’가 문을 열었으며 국회의원, 시의원, 변호사, 의사, 약사, 기타 저명인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지회 운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정용 지회장은 “근거 없이 새 사업을 벌일 수 없어 각종 규칙을 만드는데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갔다”고 했다. 규칙은 초안 작성, 회장단 회의, 이사회, 총회의 결의를 거쳐 연합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다. 

하 지회장은 “그동안 분회 운영 규칙, 인문학 아카데미 설치 규칙, 경로당운영지도위원회 운영 규칙, 자문위원회 회칙 등을 제정했다”며 “지회 지원에 관한 조례의 경우는 직접 만들 수 없어 초안을 만들어 구 의회 사회복지위원회 차대식 의원에게 넘겨 제정토록 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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