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경술국치일, 얼마나 기억하고 있나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경술국치일, 얼마나 기억하고 있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8.30 13:53
  • 호수 6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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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은? 삼일절이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그렇다면 8월 29일은? 언뜻 생각이 나지 않을 것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각자 가지고 있는 달력을 들여다봐도 된다. 하지만 달력에도 나와 있지 않을 것이다. 국가기념일마다 그날에 맞춰 메인을 꾸미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역시 이날만큼은 기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내줬다고 공표한 경술국치일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초‧중‧고에 다니던 시절에는 매년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해 배웠다. 시간이 지나 대부분 잊었지만 당시 사람들이 일제에 의해 핍박을 받았다는 것과 그 기간이 36년이었다는 것, 그리고 8월 15일 광복을 맞았다는 것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문제는 그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배운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일제의 우리나라 침략은 1904년 러일전쟁 승리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당시 일제는 무력을 앞세워 1904년 2월 한일의정서, 그해 8월 제1차 한일협약, 1905년 11월 을사늑약, 1907년 7월 한일신협약(정미칠조약)을 차례로 체결해 한국을 식민지화하기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을사늑약 체결에 따라 일제의 한반도 통치기관인 조선통감부가 설치된다.

이후 1910년 5월 데라우치가 조선통감부의 3대 통감에 취임하면서 한일합병은 빠르게 추진된다. 8월 16일 데라우치는 총리대신인 이완용에게 합병조약안을 통보했다. 8월 18일 한국정부 각의에서 조약안이 통과됐고, 22일 이완용과 데라우치 사이에 합병조약이 조인됐다. 일제는 한국민의 저항을 우려해 29일이 돼서야 조인 사실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조선왕조는 건국 519년 만에 합병의 형식으로 일제의 식민지가 됐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1945년 8월 15일 일제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는 일본에게 얽매여 있다. 이유는 복잡하겠지만 그중 하나는 경술국치를 빠르게 잊었다는데 있다. 현재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신 수입맥주가 일본 제품이었다. 그 일본 맥주가 전범기업의 브랜드였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아무리 일제에게 벗어난지 수십 년이 지났다 해도 전범기업 제품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주고 사는 행위는 일제에 의해 수탈을 당한 사람들을 모독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 알았다면 대부분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경술국치일을 국가적으로 기념할 필요가 있다. 110주년이 되는 내년부터라도 당시의 치욕을 되새김질해 다시는 한반도에서는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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