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아하! 속담·성어 11] 감놔라 배놔라
[백세시대 / 아하! 속담·성어 11] 감놔라 배놔라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8.30 14:00
  • 호수 6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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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에 올리는 감과 배의 순서를 두고 각자 자기네 관습에 따라 ‘감이 먼저다’ ‘배가 먼저다 ’고 간섭하면서 ‘감놔라 배놔라’라는 속담이 생겼다. ‘
제사상에 올리는 감과 배의 순서를 두고 각자 자기네 관습에 따라 ‘감이 먼저다’ ‘배가 먼저다 ’고 간섭하면서 ‘감놔라 배놔라’라는 속담이 생겼다. ‘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을 뜻함

‘감놔라 배놔라’는 우리 생활속에서 많이 사용되는 속담중 하나다. “기업에 정치권이 감놔라 배놔라 하나” “법원 판결에 서로 감놔라 배놔라” 등 언론의 기사 제목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문구다.

‘감놔라 배놔라’는 남의 제사에 ‘여기 감 놓아라, 저기 배 놓아라’ 간섭한다는 속담에서 유래됐다. 

옛날 지방의 한 선비가 한양으로 가던 중 함께 공부했던 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그런데 그날이 제삿날이어서 예를 갖추고 밖에서 지켜봤다. 

그런데 선비는 제사상에 놓인 과일들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 이에 친구를 불러 순서가 대추, 밤, 감, 배의 ‘조율이시(棗栗梨枾)’인데 감과 배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친구는 대추, 밤, 배, 감 순서의 ‘조율시이(棗栗枾梨)’가 맞다고 반박했다. 서로 자기 집안 방식이 맞다고 우기자 보다못한 집주인 가족들이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하지말라”는 말로 면박을 줬다. 이때부터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경우를 두고 ‘감놔라 배놔라 한다’고 하게 됐다. 

설과 추석 그리고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나 격식에 대해선 통일된 것이 없고 관습으로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지역마다 특산품이 다르고 철마다 나오는 과일이나 생선 등도 조금씩 달라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도 지역과 집안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의 경우 기호학파와 영남학파의 차례상 차리는 법이 달랐고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의 가례(家禮)에 대한 가르침이 서로 달랐다. 이로인해 집마다 가례가 있다는 ‘가가례(家家禮)’라는 말이 나왔다. 

제사에 올리는 음식은 가을철이 가장 풍성하다. 무엇보다 대추, 밤, 감, 배 등 온갖 과일로 제사상이 가득찬다. 그렇다면 감과 배의 위치를 놓고 왜 옥신각신하게 됐을까. 

과일의 경우 지방 즉 신위(神位)를 기준으로 붉은색 과일은 동쪽, 흰색은 서쪽에 놓는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와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놓는다는 조율이시(棗栗梨枾)의 관습이 전해진다.

대추, 밤, 배, 감의 순서인 ‘조율이시’는 가을에 수확하는 과일의 색깔을 음양에 맞춰 진열한 것이다. 그런데 감과 배의 순서를 바꾼 ‘조율시이(棗栗枾梨)’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추는 씨가 하나여서 임금, 밤은 알갱이가 세 개로 삼정승, 감은 씨가 6개로 육정승, 배는 씨가 8개로 8도 관찰사를 뜻하니 서열상 감이 배보다 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조율이시’ 집안과 ‘조율시이’ 집안이 서로 상대의 제사상을 보고 감과 배 위치가 틀렸다며 “감놔라 배놔라”하며 티격태격한 것이다.     김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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