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핀 제거는 보장범위 아니다?”…애매모호한 보험금 기준
삼성생명 “핀 제거는 보장범위 아니다?”…애매모호한 보험금 기준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09.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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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지급 의무 없다…약관상 삽입 수술만 교정으로 정의”
소비자와 끝없는 분쟁 예고…암 보험금‧즉시연금 부지급 의혹 소송도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암 보험금과 즉시연금 등 삼성생명의 보험료 지급 거부는 오랜 시간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은 핀 제거 수술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했다. 회사는 약관상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보험 상품은 교정 수술만을 보장하는 것이지, 교정 후 핀을 뽑는 것은 교정과 관련 없는 수술이라는 것이다. 보험금 부지급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종합검사를 앞둔 시점에서 삼성생명이 논란의 핵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암 보험금과 즉시연금 등 삼성생명의 보험료 지급 거부는 오랜 시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슈다. 최근 삼성생명은 핀 제거 수술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다. 사진은
암 보험금과 즉시연금 등 삼성생명의 보험료 지급 거부는 오랜 시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슈다. 최근 삼성생명은 핀 제거 수술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다. 사진은 "100세 시대, 언제나 고객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삼성생명 현성철 사장(사진=삼성생명 홈페이지 캡처)

삼성생명 등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은 발가락 핀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수술 특약 보험금을 청구한 소비자 A씨를 대상으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발가락 통증이 있던 A씨의 핀 삽입 수술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정 완료 후 A씨는 발가락 핀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고, 삼성생명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회사는 해당 수술이 약관상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A씨는 피소됐다.

삼성생명의 이번 소송은 ‘불리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선제적 방어로 풀이된다. A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보험료를 받지 못한 소비자의 항의 사태를 만들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보험료 지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은 “하나의 수술에 하나의 보장”을 이유로 들면서 “핀 제거 수술은 보장범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소비자의 끝없는 분쟁…암보험금‧즉시연금 부지급 의혹

또한 삼성생명은 암 보험금을 비롯해 즉시연금 지급 거부로 소비자와 오랜 분쟁을 겪고 있다. 최근 KBS 추적 60분에서 암 보험금 부지급 관련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삼성생명에 대한 기업 신뢰도와 도덕성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따갑다.

삼성생명의 암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논쟁 키워드는 ‘화해각서’와 ‘직접치료’ 그리고 ‘즉시연금’이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 화해각서로 보험사와 개인이 계약 맺었던 약관 그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특히 여성이나 노약자에게 합의안을 주면서 보험금의 절반가량만 받아 가도록 떠보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방영됐던 KBS 추적60분에서도 화해각서는 문제로 지적됐다. 이 방송에서는 보험피해자 B씨의 사례를 인용, 삼성생명과 연계된 손해사정사를 통해 화해각서를 강요‧종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 수술로 보험금을 지급받은 B씨는 수술 후 항암 치료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삼성생명에 보험금을 청구하자, 손해사정사가 병원에 찾아와 “청구한 금액의 절반만 지급받고 향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서에 동의하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손해사정사는 보험금 산정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해각서 이후 손해사정사는 B씨에게 “암의 잔존 종양이 없다”는 내용이 기재된 손해사정서를 보여줬다고 한다. 이 문서는 B씨 주치의의 소견서가 작성되기 두 달 앞서 작성됐다. 이 방송에서 제작직이 손해사정서를 처리한 손해사정 업체를 찾아갔으나 면담을 회피하는 모습까지 전파를 탔다.

‘직접치료’는 암 치료에 직접적인 목적으로 치료됐는지 여부를 가릴 때 삼성생명이 쓰고 있는 단어로, 이로 인해 암 보험금을 타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했다. 삼성생명은 종합병원에서 취급하는 수술, 항암, 방사선 등 표준치료 이외에 직접치료로 인한 입원비용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소비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 또 그동안 지급해왔던 고주파온열치료와 면역 주사 등에 대한 보험료 지급도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주파온열치료와 미셀토 등 면역 주사는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치료 중 하나이다. 보험사들은 이 치료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꺼리는데, 약관변경까지 해가면서 다급한 암 환자들의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편 ‘즉시연금’은 계약자가 보험료 전액을 일시 납입하면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10월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에 대한 공제‧운용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제기, 삼성생명을 고소했다. 고소인들은 삼성생명이 정보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예상보다 낮은 연금액을 받았고 그동안 떼어간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보험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해 지급한다는 내용은 명시돼있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가 약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고소인들은 이 문서를 교부받지 못했다며 약관이라 보기 어렵다고 재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즉시연금에 가입한 고객에게 미지급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삼성생명이 향후 지급해야 할 즉시연금 보험금은 약 50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의 보험금 지급 회피 의혹은 지난달 공개된 삼성생명 상반기 실적에서도 증명된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보험미지급금은 2019년 6월 말 기준 300억 4200만원이었다. 이는 2017년 말 102억 8400만원 보다 3배가량 증가한 액수다.

삼성생명의 보험미지급금은 2019년 6월 말 기준 300억 4200만원이었다. 이는 2017년 말 102억 8400만원 보다 3배가량 증가한 액수다.
삼성생명의 보험미지급금은 2019년 6월 말 기준 300억 4200만원이었다. 이는 2017년 말 102억 8400만원 보다 3배가량 증가한 액수다.

“암보다 무서운‧소송부터 때리는 보험사”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은 “암보다 무서운 게 보험사라고 하네요”, “삼성생명에서 암 입원비 지급 안 하는 거 오래됐는데, 방송 나온 지 처음이네요”, “삼성이 보험금 지급 가장 안 하기로 유명한 보험사로 들었습니다”, “일단 소송부터 때리는 보험사가 있긴 하죠” 등 삼성생명에 대한 비판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3일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교정 수술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으로서 <교정 후> 핀을 뽑는 것은 교정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약관상 지급의무가 없다”며 “보장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정 수술의 보장 범위’에 대한 해석의 불분명함에 따른 분쟁으로 풀이된다.

화해각서에 대해서는 “‘화해각서’라는 이름의 문서는 없다”며 “다만 고객이 민원제기 시 화해 절차를 진행하고 문서상 기록을 남긴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보험료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지급하며 화해각서든 무엇이든 절대 소비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며 그밖에 요양병원 치료, 고주파 온열 치료와 면역 주사에 대한 보험료 지급에 대해서도 “약관에 따라 원칙과 기준에 의거, 직접 치료인지를 판단하고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시연금과 관련해서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예정이며 최소한의 보장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생명은 발가락 핀 제거 수술에 대한 1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즉시연금에 대한 4차 공판은 오는 10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애매모호한 보험금 약관 지급 기준은 소비자를 기업의 동반자로 보지 않는 한 보험금 지급 분쟁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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