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딸 장학금 문제가 아니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딸 장학금 문제가 아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9.06 13:44
  • 호수 6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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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던 날 저녁, 친지가 “알려진 것처럼 나쁜 건 아닌가봐”라고 말했다. 친지는 기자간담회 전만해도 “조국은 위선자이며 결코 법무부 장관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대학을 나와 중소의류업체 상무를 지냈다. 대한민국 중산층에 속하는 60대 중반의 남자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내 귀를 의심했다. 조 후보자의 ‘나 몰라라’식의 변명을 듣고 비판적 안목이 흐려진 데에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여야가 청문회에 합의한 이상 초유의 기자 간담회는 무용지물이 됐다. 11시간 동안 조 후보자와 기자들 사이에 벌어졌던 질의응답과 설전은  후보자 검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수사 권력이나 자료 제출 요구권이 없는 기자들로선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   

청문회를 열더라도 ‘조국 사태’는 흐지부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 여부는 ‘딸 장학금’ 문제에 달려 있지 않다. 조직적이고 치밀하고 의도된 비리 혐의가 있다. 바로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06년 대검중수부에 있을 때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사건을 담당해 사모펀드의 운용 방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췄다. 그가 조 후보자 가족의 투자에 직감적으로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조국 후보자 가족이 100% 투자한 펀드가 인수한 업체인 웰스씨앤티는 서울시의 입찰 공고 두 달 전 사업 수주에 대한 준비를 했다고 한다.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은 사업비가 15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공사업이다. 그런데 연 매출 20억원에 불과한 가로등점멸기 업체와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한 신생 사모펀드가 사업수주에 뛰어들어 로비를 벌이고 자금을 대려 했다는 것이고 놀랍게도 실제 사업권을 따냈다. 펀드 관계자가 당시 ‘서울시를 잘 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누군가 사전에 정보를 빼주고 지원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로 규명할 부분이다. 

조 후보자 가족은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이 된 직후 펀드에 가입하고 그 돈을 전부 웰스씨앤티 지분 인수에 썼다. 실제 넣은 돈은 14억원 가량인데 투자 약정액은 전 재산보다 훨씬 많은 100억원이나 되는 이상한 투자였다. 지분 인수 한 달 뒤 컨소시엄은 와이파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그러자 웰스씨앤티는 가진 돈을 전부 컨소시엄에 털어넣다시피 이른바 ‘몰빵 투자’를 했다. 성공하면 결국 조 후보자 가족이 대박을 터뜨리게 되는 구조다.

“가족이 관여한 적 없다”더니 액면가가 1만원에 불과한 펀드 주식을 주당 200만원에 사들인 펀드 최대 투자자는 조 후보자 처남이었고 그 돈 일부를 조 후보자 아내가 대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다 여권과 서울시 연루 의혹까지 더해졌다. 즉, 민주당 정치인 측근들이 주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고 서울시의 입찰공고 두 달 전에 웰스씨앤티는 사업 수주를 기정사실화하고 대관 업무와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스마트시티 사업 등 펀드가 손댄 각종 사업과 관련해 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갈수록 ‘권력형 게이트’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권력 핵심 인사 가족들이 그 지위를 이용해 공공사업 이권을 노리고 작전을 벌인 것이라면 범죄다. 조 후보자는 진짜 아무 연관이 없을까. 가족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는데 모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진보 정치학계의 대표적인 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국 사태’에 대해 “조 후보자 문제의 핵심은 그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 안되느냐가 아니다. 사법행정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의 도덕적인 문제가 걸려 있고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공직을 검증하는데 법률 위반만 따지는 건 아니다. 불법 행위는 청문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다. 이 정부 들어 낙마한 장관 후보들도 불법 행위는 없었다. 그렇지만 사과하고 물러났다. 양심을 개인과 집단의 이익 아래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조 후보자와 청와대는 상식을 무시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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