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수발보험법 대수술 시급하다
노인수발보험법 대수술 시급하다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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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시민단체·학계 “대대적인 재검토 보완 필요”

정부가 오는 2008년부터 시행 예정인 노인수발보험법에 대한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이를 대체하자는 취지의 법안까지 발의되고 있다.

 

정계는 물론 시민단체, 학계까지 제도의 보완을 요구하고 나선 것.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최근 동료의원 9명과 함께 건강보험공단으로 돼 있는 운영주체를 지자체로 변경하고 수혜대상을 장애인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노인수발보험법을 대체할 국민요양보장법안을 내놓았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급여수준과 대상, 재원조달방식, 사회적 합의과정 등에 잘못이 있다며 제도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의료서비스가 연계되지 않고 수발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현 법안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7일 국무회의에서 2008년 7월부터 치매·중풍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간병 수발과 시설입소 등의 공적 수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인수발보험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 동안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졌던 노인수발 문제를 정부와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함으로써 치매·중풍 노인을 모시고 있는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법안에 따르면 수발보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 의료급여법에 따른 수급권자 중 65세 이상 노인 또는 64세 이하 치매·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경우 수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수발 종류는 재가수발, 시설수발 및 특별현금급여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수급자가 재가 및 시설수발 비용의 20%를 부담하되 대통령령에 따라 나머지 비용을 국가가 부담토록 했다.


정부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동료의원 9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19일 대체법안인 ‘국민요양보장법안’을 대표 발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했다.


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은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노인수발위원회가 관장하고, 수발보험 가입자의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 및 징수, 수발인정 신청인 조사 등의 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맡도록 했다.

 

그러나 안 의원이 발의한 국민요양보장법안은 복지부 장관이 제도시행을 관장하고 시군구 등 지자체가 관리, 운영하되 보험료 징수 업무 등 전문성이 필요한 일정 업무에 대해서만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시군구 보건소에 ‘요양지원센터’와 평가판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요양서비스 인정여부 및 등급을 판정토록 하고 있다.


안명옥 의원 측은 “관리 운영주체를 정부 추진안대로 건강보험공단이 맡을 경우 공단의 업무 특성상 제도 도입과정에는 잡음이 적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즉, 대상자 발굴이나 서비스 제공 등 제도의 본질을 고려할 때 해당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가 관리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또 국민요양보장법은 명칭에서 나타나듯 노인으로 국한돼 있는 수혜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있다.

 

정부안은 수혜대상자를 65세 이상 노인,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64세 이하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국민요양보장법은 장애인도 포함시키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노인성 질환자와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법안의 내용이다.


특히 정부 법안에는 재원의 국가 부담비율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돼 있지만 국민요양보장법안은 요양서비스를 받는 국민이 20%, 건강보험료 40%,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머지 40%를 분담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내용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는 노인수발보험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성명서를 내고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참여연대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내용은 비용의 국고지원비율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는 사회복지사업법 및 노인복지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2005년 7월부터 일반 재정으로 무료 및 실비에 의한 공적 노인요양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이를 위한 시설 및 서비스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비용의 국고지원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것은) 보험가입자 및 수익자 부담 원칙 하에 예외적으로 정부가 재정 형편을 감안해 예산반영 금액만큼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인수발보험법을 도입해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하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정치적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또 “정부는 2010년 수발서비스가 필요한 인구를 전체 노인의 12%에 달하는 65만명으로 예상하면서도 해당연도에 수발보험 적용대상을 중증요양노인에게만 제한해 전체 노인의 3.1%인 16만6000명에 그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보험료는 전 국민에게 부과하고도 판정 관문을 통과한 극히 일부 노인에게만 보험급여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은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급여내용과 비용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급여비용 중 본인부담이 20%이고 나머지는 보험재정과 중앙 및 지방정부가 부담한다고 하나 등급별 한도액이 정해져 있어 이를 초과하는 비용은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밖에 제도를 관장할 공공전달체계의 신뢰성, 공적 시설 인프라 부족, 저소득층 등 요양서비스 사각지대 발생, 사회적 합의 과정 무시 등 제도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지난 2월 9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노인수발보험제 도입의 필요성과 취지에 동감한다”면서도 “시행 첫해(2008년) 8만5000명, 2010년 16만6000명 등 전체 노인의 5% 미만인 극히 일부 중증질환 노인만을 대상으로 국한해 사회보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지역별 인프라 구축과 노인수발 관련 인력수급 및 공급에 대한 가이드라인, 본인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등이 제시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어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이규식 교수는 지난 4월 18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노인수발보험이 규정하고 있는 사회보험 형태는 오는 2020년쯤 재원조달 자체가 불가능해 장기적으로 제도 존립마저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보험료 부담 능력이 없는 경우 정부가 일반재정이나 목적세 신설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식 교수는 특히 “관리운영 주체는 지역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가 되는 게 타당하다”며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전국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이보다는 지역별로 모델을 다르게 해 어떤 모델이 적합한지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 김주경 연구원은 “곁에서 돌본다는 의미의 수발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의료 서비스는 제외시킨 점, 신체의 재활 및 기능훈련 등을 통한 회복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단순히 돌보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김주경 연구원은 또 “시군구 등 지방자체단체는 노인수발보험법의 사업주체가 아니면서도 시설 인프라 구축 및 확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며 “수발요양기관을 지정하는 권한은 건강보험공단이 갖고 있는데 시설 인프라 확보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에 맡긴다는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시행주체가 되면 각 지자체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이밖에 “수발인정 유효기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는데 2005년 9월 공청회에 제출한 요약자료에서는 대략 2년이었다”고 소개한 뒤 “수발보장제도의 목적을 중증도가 높은 노인들에 대한 돌봄에만 역점을 두고 기능회복을 통한 정상생활에의 복귀는 등한시했기 때문에 한번 수발인정을 하면 2년간 등급조정을 하지 않도록 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했다.


일본의 개호보험은 인정 유효기간을 6개월로 정하고 3~5개월 단축과 7~12개월 연장을 가능토록 해 신체기능이 회복되거나 악화될 경우 신축성 있게 등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수발보험법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정부 추진안을 살펴보면 급여수준과 대상, 재원조달방식, 서비스 내용 등 전반적인 내용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사회보험으로써 시행 가능토록 시급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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