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고립무원의 외교·안보에서 벗어나려면
[백세시대 / 세상읽기] 고립무원의 외교·안보에서 벗어나려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9.20 14:21
  • 호수 6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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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이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다. 두 나라의 외교장관들이 최근 평양에서 만나 올해 수교 70주년을 맞은 양국의 협력강화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을 강조했다. 북한 외무상 리용호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불안·초조의 감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지금 한국의 국제 외교·안보는 고립무원의 상태다. 70년 가까운 오랜 세월을 이어온 끈끈한 한·미동맹도 균열이 보이고 일부에선 해체를 우려하는 말도 나온다. 이제까지 국가 간의 그 어떤 조약이나 협정들이 휴지조각이 되더라도 한·미동맹만은 굳건할 것으로 믿어왔는데 이제는 이마저 불확실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했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미 외교·국방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정부를 지목해 강한 유감과 실망을 쏟아냈다. 미 민주당과 워싱턴 싱크탱크 전문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정부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미국의 무책임과 방임의 자세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 두 달 동안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 통제를 믿을 수 없다면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동안 수수방관했다. 정부 외교 고위 관리가 워싱턴으로 달려가 중재를 요청했으나 외면했다. 그러다가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종료하겠다고 하자 펄쩍 뛰고 나섰다. 지소미아가 자국 안보 이익에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동북아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을 향해 극도의 불만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정보 공유는 한·일 두 나라뿐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되는 상호 이해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1월, 전격적으로 한·일 지소미아를 체결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일본과의 정보협력이 우리 안보 이익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타이틀 아래 대중국 포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군사화를 지지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이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안보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동북아에서 대중국 봉쇄축 역할을 맡기를 희망한다. 이른바 미·일 동맹 하부구조로 한·미동맹 편입론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심각한 오판이다. 한일 관계 악화는 북한과 중국에게만 이익이 될 뿐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도 잘못이다. 양국 갈등 때문에 결국 미국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선 삐그덕거리는 한·미·일 3국의 공조 체제를 단단히 붙들어 매야 한다.  

우선 한국은 대미 외교부터 복원해나가야 한다. 미국에는 한·미동맹의 소중함보다 자국의 방위비 예산을 더 걱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트럼프부터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는 대이란 공습 결정을 번복할 때도 공식 외교안보 진용보다는 폭스뉴스 앵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최측근인 이방카(트럼프의 장녀)와 쿠슈너(이방카 남편) 보좌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을 대상으로 물밑 외교가 필요하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이방카 보좌관을 한미여성역량강화회의에 초청한 것은 잘 한 일이지만 이후로도 집중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두 번째는 잠자고 있는 한·미 협의 메카니즘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외교 국방 2+2 장관회의’를 속개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신중한 조언을 해주던 매티스 국방부 장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켈리 비서실장의 퇴진으로 생긴 빈자리를 폼페이오 국무장관, 에스퍼 국방장관과의 돈독한 관계로 메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부, 의회, 싱크탱크와 한국전 참전용사, 성장하는 한인사회 등 미국 내 한·미동맹 우호세력을 대상으로 총력외교를 펼쳐야 한다. 특히 미 의회의 지한파 의원들을 결집시켜 트럼프에게 한국이 동북아에서의 공산화세력 확장 억제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다음에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한·일 분쟁을 미국의 중재로 풀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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