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전두환 前대통령 ②
[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전두환 前대통령 ②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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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체조 한시간 飯酒 실력으로 술자리 참석

본지는 우리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개 장수하는 데 주목하여 은퇴한 노인으로서 겪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세월의 무상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공과 과가 있겠으나 어차피 전직 대통령들은 우리 역사입니다.
본지는 정치적 평가나 정파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전직들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선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간적인 관심사와 삶의 즐거움, 건강생활, 원로로서의 자리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지는 나라와 민족에게 불의한 일이나 좋지 않은 역사에 대한 평가와 의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획시리즈로 미뤄두고, 기왕의 기획시리즈를 계속하며 ①이승만, ②윤보선, ③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로 전두환 전 대통령 편을 4회 연속 게재합니다. 백세시대 독자 여러분의 ‘건강 노년·문화 노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획 취재팀〉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 체계는 평준화가 돼 있다. 전직 대통령이나 보통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다. 위화감을 조장할 정도로 병원이 고급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크지 않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31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76세인 전 대통령은 별다른 지병 없이 건강하여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다고 한다.


전 대통령은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배드민턴을 주로 친다. 전재국씨는 “일요일에는 지인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가끔 등산도 하십니다”라고 했다.

 

배드민턴은 전 대통령 연배에서는 수준급 실력이라고 한다. 전재국씨는 “잘 치신다 해도 노인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했다.


배드민턴은 힘 안들이고 칠 수 있지만 잘 치려고 하면 체력소모가 많은 격렬한 운동이다. 그렇게 볼 때 전 대통령의 배드민턴 솜씨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등산팀 짜서 전국 명산 찾아

 

등산은 수시로 팀을 짜서 다닌다고 한다. 지인들이나 측근들과 전국의 명산을 찾는다. 골프나 또 다른 운동은 하지 않을까  전재국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한 시간 정도 체조를 하세요”라고 했다. 체조를 한 시간 정도 한다는 것은 노년세대가 참고할만한 대목인 것 같다.


70대 중반에 이르면 아침에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러니 한 시간 정도 천천히 몸을 풀어 활동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두는 것은 어쨌든 좋은 일이다.


골프도 가끔 친다. 얼마 전 한 신문이 5·18 주간에 전 대통령이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한 적도 있는데, 지위가 전직이니만큼 골프를 무시로 치는 형편은 아니다. 골프가 대중화되고 있다 해도 전직 대통령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뉴스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전두환 육성증언’에 따르면 재임 중이던 때에도 그는 골프를 자유자재로 치지는 못했다.

 

1986년 민복기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내가 휴일에 골프라도 치려고 하면 다른 사람한테 미안해서 잘 안 나가요. 먼저 치고 있는 분한테 양해를 구하고 저쪽 홀 못 치게 하고 그러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버디를 잡던 날 이야기도 했다.

 

“나는 동남아 순방 때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과 골프 칠 때 버디를 평생 처음 했어요. 파 4짜리 홀이었는데 두 번째 친 게 그린 옆에 가서 아이언 7번으로 붙인다고 굴린 게 공이 홀을 찾아 들어가더라고요.”


어느 해 모내기철에는 “장·차관들도 토요일 일요일에 맨날 골프만 칠게 아니라 농촌에 나가서 모심기를 도와주어 분위기를 조성해야 돼. 기업체에도 얘기해서 그렇게 해주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골프가 대중화 돼서 웬만한 기업체 중간 간부들도 즐기고, 나이가 40쯤 넘어가면 골프 이야기 한마디쯤 못하면 팔불출에 속하는 정도가 됐으니 옛 이야기다. 기계화가 되기도 했지만, 쌀농사가 생산성이 떨어진 시대여서 모내기철의 골프도 이젠 가책을 느낄 이유가 없어졌다.

 

술은 즐기는 수준 아니고, 반주 정도

 

술은 어떨까. 박정희 대통령이 술에 대한 일화가 많은 데 비하면 전 대통령은 군에서나 대통령 재임 때나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지 않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재미없는 축에 든다.


육사 동기나 측근들이 이런저런 인터뷰나 기고에서 밝힌 바도 전 대통령은 술이 약한 편에 속한다. 전재국 씨는 ‘술을 평소 즐기는 것은 아니고, 반주 정도로 하시는 정도입니다’라고 했다. 사실 70대 중반 쯤의 건강한 노년세대라면 술을 한잔씩 마셔서 그 술 힘으로 하루하루를 소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전 대통령은 그런 노년은 아니다.


전재국씨의 말에 따르면 전 대통령은 술을 마시는 문제라면 젊었을 때의 태도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회식이나 모임 등 술을 마셔야 할 자리가 되면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반증이다.


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군인 세계에서 프랜드십과 리더십도 그렇게 해서 생긴다. 그런데 육사시절부터 리더십과 프랜드십을 발휘했던 전 대통령에게는 술이 일반적인 의미 이상으로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떠도는 이야기 중에 육사시절 동기인 김복동(작고) 생도에게 권투를 가르쳐 준다면서 턱을 가격해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체격이 좋은 김 전의원의 주먹에 나가떨어졌다. 그랬음에도 “센데 ”라고 하면서 넘어갔다는 일화다. 같은 육사 동기와의 관계에서 이런 일화는 남겼으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술을 마시고 호방한 남자들로서 벌인 에피소드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전 대통령은 군인이 술을 마시는 것은 이해해도, 지나쳐서 술주정을 하는 것은 싫어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과 가난 경험이 비슷하고, 동기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애주가였다. 그에 비하면 전 대통령은 밋밋하다. 본 지면에 소개된 적도 있지만, 술에 관한 한 전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이나 윤 대통령 등과 가까웠다.


전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의리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은 이유는 5·16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보낸 신임과 관련이 있다.


신임을 바탕으로 동기들 중에서 가장 앞서갈 수 있었고, 앞서가면서 동기들과 후배들을 챙기기도 했다. 그런데 또 다른 일면을 생각해보게 하는 일화가 있다.

 

육사 동기들이 화투를 치고 있다가도 전 대통령이 나타나면 “야, 치워. 두환이 온다”라며 화투판을 접었다는 얘기다. 술도 그렇지만 전 대통령이 화투 같은 것을 싫어하는 모범생의 일면이 있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음주 이해하지만 주정하는 건 싫어해

 

중앙일보사에서 발행한 책 ‘청와대 비서실’에 따르면, 전 대통령의 동기생으로 육사를 수석 졸업한 김복동 전의원에 대해서 전 대통령이 평가절하 한 것도 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기록돼 있다.

 

같은 책에 또 “술이 약한 전 대통령이 노태우씨를 좋아한 것은 그가 절대 술 먹고 실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는 기록도 있다. 남성으로서 술을 즐기는 호방한 기질이 흔히 매력적으로 얘기되지만 전 대통령은 도를 넘는 음주로 다음날 일상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중앙일보사에서 나온 책 「청와대 비서설」에 수록된 비화 중 술과 관련된 일화 하나를 더 보자. ‘음주 가무를 즐기는’ 민족답게 역사적으로 술 사건이 간간히 있는데, 얘기는 1986년에 일어난 이른바 ‘국방위회식사건’이다.


이날 회식에서 폭탄주를 마셔 만취한 상태에서 한 의원이, 장성들이 국회의원을 무시한다면서 양주잔을 벽에 집어던져 깨진 유리잔 파편에 한 장성의 눈 주위가 찢어지는 사고가 났다. 장성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와 양주잔을 던진 의원의 안면을 발로 걷어찼다.


이것이 보좌관들과 수행비서들에게 알려지면서 군인이 국회의원을 폭행했다, 야당 원내총무를 공격했다 하여 의혹이 부풀려지고 문자 그대로 ‘국방위 회식사건’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참석한 장성들이 자리이동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만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민정당 의원들도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장성 중 한 사람은 예편 조치됐다. 형평에 어긋난 가혹한 조처라고 했으나, 술로 인해 전 대통령의 신임을 잃고 있었다고 한다.


전 대통령이 공수1여단장이던 때 휘하 대대장으로서 직속상관과 취중에 육탄전을 벌여 전 대통령이 해결한 적도 있었고, 대통령 재임 중에도 과음을 하여 대통령을 불편하게 한 적도 있었다는 얘기다. 「청와대 비서실」은 예편한 그 장성이 경쟁자 그룹에게 밀렸다는 설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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