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이번엔 김포요양병원서 화재… 스프링클러 작동안해, 보완대책 세워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이번엔 김포요양병원서 화재… 스프링클러 작동안해, 보완대책 세워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9.27 13:48
  • 호수 6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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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입원 환자 2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을 입었다. 9월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께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5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132명 가운데 2명이 숨졌으며 56명이 다쳤고, 병원 내부와 산소발생기 등 의료 장비가 타 87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직후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데다 최초 발화 지점인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웠고, 부상자 상당수가 병상에 누워 지내는 고령 환자여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가 발생한 상가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4814㎡ 규모로 요양병원은 이 건물 지상 3층과 4층을 사용했다. 화재는 건물 4층 요양병원 집중치료실 바로 옆의 보일러실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포요양병원 관계자는 “전날 오전 9시께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단전한다는 연락을 받고 보일러실 내 산소발생기 전원을 끈 뒤 산소통 밸브를 열었다”며 “10초 뒤 산소발생기 뒤쪽에서 퍽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폭발 후 순식간에 화재와 함께 연기가 발생했다”며 “매뉴얼대로 거동이 가능한 환자를 우선 대피시키고 부축이 필요한 환자들을 2차로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화재 대비 매뉴얼에 따르면 직원들은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환자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2차로 부축이 필요한 환자들을 옮기게 돼 있다. 이후 거동이 불가능한 집중치료실 환자들을 대피시킨다. 

화재 당시 건물 병원에 있던 이용객 대부분은 불이 나자마자 신속히 대피했다. 그러나 입원환자들은 고령인 데다 거동이 불편해 자력 탈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24일 오전 9시 3분 화재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0여분만에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에 나섰다. 

펌프차 등 장비 28대와 소방관 56명을 1차로 현장에 투입하고, 곧바로 서울과 인천에서 지원 나온 32명의 중앙구조대를 추가로 투입했다. 소방당국은 구조대원 50여명을 건물 좌측 계단을 통해 투입했고, 구조대원들은 병원 창문을 깨 화재로 발생한 연기를 외부로 빼내고 환자를 바깥으로 대피시켰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해당 건물과 붙어 있는 주차장을 통해 이날 오전 10시 5분께 대피를 완료했다. 

경찰과 국과수, 소방당국은 9월 26일 세 번째 현장 감식을 하는 등 화재 원인에 대한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요양병원 관계자 등을 불러 병원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는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안전 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있다.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확인 결과 의무 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실과 복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보일러실에서 화재가 난 것을 감지하지 못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일러실에는 단전에 대비하여 환자들에게 산소공급을 하기 위해 경유를 원료로 하는 비상발전기와 연료탱크가 있었다. 조사 관계자는 “단전으로 발전기를 가동하면서 유증기에 옮겨붙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밀폐된 보일러실에 유증기가 찬 상태에서 발전기를 가동시켜 스파크가 발생하고,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요양병원 이용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번 김포 요양병원 화재 사건으로 인해 아직 많은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2014년 장성 효사랑병원 화재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 이어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정도가 의무화되었지만, 또 다시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기 위해서는 보통보다 훨씬 높은 기준의 시설과 설비, 인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요양병원에 맡긴 사람들은 하루하루 불안에 떨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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