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홍 대한노인회 충북 단양군지회장 “경로당에서 산불예방교육하자 단양에 산불 사라졌다”
이덕홍 대한노인회 충북 단양군지회장 “경로당에서 산불예방교육하자 단양에 산불 사라졌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9.27 13:54
  • 호수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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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 시절 민원 해결에 앞장…“믿을만한 사람” 평 들어
‘국가에만 의존’ 생각 바꾸려 경로당 회장 의식교육 처음 실시

[백세시대=오현주기자]충북도 최북단에 위치한 단양은 면적의 80%가 산이다. 그것도 산세가 험한 악산이다. 산불이 나면 진압이 어려워 큰 피해를 입는다. 그런데 올해는 산불 피해가 거의 없다. 단양군 노인회 덕이다. 

이덕홍(74)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단양군지회장은 “해마다 5건 정도 산불이 났다. 산불의 원인 중 하나는 봄철 노인들이 논밭을 태우다 번진 경우다. 산불이 작년에 3건으로 줄고 올해는 1건 뿐이었다. 그나마 노인이 아닌 등산객의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일자리 사업인 ‘재능나누미’ 대상자가 경로당에서 산불예방교육 및 홍보를 실시한 이후 노인의 실화로 인한 산불이 확 줄었다. 군청도 그 사실을 알고 무척 반가워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말, 단양군지회에서 만나 ‘작지만 강한’ 지회의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이 지회장은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어르신 덕분에 산불이 줄었다고.

“올해 지회 재능나눔활동 참여자가 350명이다. 이 중 100명은 치매예방, 250명이 산불예방에 나섰다. 깃발 들고 봉사 옷 맞춰 입고 경로당을 다니며 예방교육 홍보를 했다. 저도 취임하면서부터 산불예방에 주력했다.”

-지난 3년간 충북도의 경로당 활성화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취업알선 등 노인일자리에서 큰 성과를 낳았다. 올해도 취업 목표(80명)의 300%를 달성했다. 시장형 35명, ‘9988행복지킴이’ 330명, 재능나눔 350명, 파견형 100명 등 총 800명에 달한다.”

-단양을 소개해 달라.

“최근 단양 인구 3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의료·교육 시설 부족으로 고향을 등지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탄광·시멘트 사업이 활황일 때는 9만명에 달했던 적도 있다. 군민의 30% 가까이가 노인들이다.”

이덕홍 단양군지회장(앞 줄 중앙)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정근모 사무국장.
이덕홍 단양군지회장(앞 줄 중앙)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정근모 사무국장.

옛날 관료들이 단양 발령을 받으면 두 번 운다고 했다. 처음엔 산골이라서 부임할 때 울고 두 번째는 풍광 좋은 고장을 떠나게 돼 울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산과 강, 공기가 좋다는 얘기다. 단양팔경, 동굴 등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관광지로 한 해 1000만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이덕홍 지회장은 “충북도 12개 시·군 지회 중 가장 작지만 직원들의 열정이나 일자리 등 노인복지에선 상위그룹에 속한다”고 말했다. 단양군지회는 8개 분회, 161개 경로당을 두었다. 회원은 7100여명이다.

-취임해서 어떤 일들을 했나?

“군청의 노인회 예산이 대폭 늘었다. 우선 전체 경로당에 책임보험을 들었다. 면적에 따라 3만~4만원의 보험료를 낸다. 부족했던 지회 운영비가 2000만원 인상됐고, 노인의 날 행사비도 300만원 늘었다.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어르신 가정에 소화기와 감지기를 설치해드렸다. 가장 큰 변화라면 의식교육을 일 년에 한 차례 개최한다는 점이다.”

-의식교육이라면.

“지난 8월, 문화예술회관에서 경로당 회장과 사무장 등 330여명을 대상으로 지회 사상 처음으로 경로당운영 및 보조금 회계실무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저를 포함해 지역 출신의 대학 교수 특강도 있었다. 지금껏 이런 교육이 없었던 터라 반응이 아주 좋았다.”

-어떤 내용의 특강이었나.

“노인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촌의 경로당에선 집에서 무시래기라도 가져와 반찬거리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걸 보고 ‘왜 그런 걸 하느냐’, ‘국가에서 다 해주지 않는다’는 등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면 안 된다. 국가나 지방자체단체에 의지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인 스스로 해결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노인이 되자고 말했다.”

-군에서 협조를 잘 해주는 것 같다.

“지금까지 군과의 협조 체제가 원활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제가 취임하고 이 부분을 정상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류한우 단양군수께서 노인에 관심이 많고 잘해주신다. 노인회의 크고 작은 행사에 꼭 참석해 격려해주시고 경로당을 직접 찾아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상세하게 물어보고 해결을 지시한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제가 취임하면서 한 바퀴 돌았고 지난해 연말 연초에도 한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의 어려움이 무언지 파악하고 있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이번에 다 설치했다. 안마의자도 해마다 50대씩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 운영비는.

“운영비에 냉·난방비 포함해 경로당 한 곳당 연 300여만원이다. 군에서 겨울(3개월)에 식사도우미를 지원해준다. 50명 미만 30만원, 50명 이상 50만원씩 지급한다. 젊은 부녀회원들이 어르신 봉사의 의미에서 경로당에서 식사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덕홍 지회장은 단양 출신으로 지방공무원 생활을 33년 했다. 전주이씨 단양군종친회장, 영춘향교 전교(9년)를 지냈다. 단양군 영춘면 분회장을 6년간 했다.

-향교 전교를 오래 했다. 

“퇴직 후 향교 어르신들이 공무원 경험을 살려 향교 운영을 해보라고 권했다. 전교는 향교 재산 관리와 제향의 의무가 있다. 향교는 땅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편입·방치된 향교 소유의 토지를 조사하자 1억원의 보상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기본 재산이 없었던 영춘향교가 그 돈으로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다.”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1972년 8월, 단양에 큰 홍수가 나면서 영춘면내 300여동의 주택이 수해를 당했다. 당시 이재민을 위한 주택 복구에 전 행정력이 동원돼 조기 입주하게 됐다. 그런데 20년 상환이 다 지난 어느 날 그 가운데 세 집이 불법건축물이 돼 버렸다. 당시 공무원이 건축물대장에서 누락시킨 탓이다. 감사에서 지적받을 것을 우려해 누구도 건축물 대장에 등재해 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제가 당시 서류를 찾고 사유를 적어 등재를 시켰다. 도 종합감사에서 사실대로 밝혔더니 징계를 당하기는커녕 ‘공무원의 바람직한 자세’라며 상을 주었다. 물론 당사자들이 고마워한 건 말할 나위도 없고.”

이런 일들이 쌓여 영춘면에선 이 지회장을 두고 “믿을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분회장 시절에도 많은 일을 했을 것 같다. 

“사회봉사 쪽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단양에는 관광지가 많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노인들 휴지 줍는 모습을 보면 종이 한 장이라도 덜 버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분회 회원들과 관광지 환경정화 봉사를 자주 나갔다. 면 단위의 행사가 있으면 노인들이 십시일반 도와주고 불우이웃돕기도 활발히 했다.”

이덕홍 단양군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경로당 회장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경로당이 달라진다”며 “경로당 회장들과 ‘9988행복나누미’들이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선진지 견학을 하게끔 군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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