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진정성을 더한 유재석의 변신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진정성을 더한 유재석의 변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9.27 14:00
  • 호수 6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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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이 이름 석 자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91년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오랜 무명시절을 거치다 1990년대 후반 서세원쇼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본격적인 스타의 길에 들어선다. 당시 최고 인기 개그맨이었던 김국진이 주춤한 사이 치고 올라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표작인 MBC ‘무한도전’, KBS ‘해피투게더’, SBS ‘런닝맨’ 등 그가 히트시킨 프로그램만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는 동시대 라이벌 강호동과 신동엽이 구설수에 휘말렸던 것과 달리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었다.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 등 자기관리에도 철저하고 어려운 후배들의 손에 아낌없이 용돈을 쥐어주는가 하면 남몰래 수년간 기부를 하면서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의 롤모델이 됐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단단했던 그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간 연말 연예대상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몇 해 전부터는 전현무, 박나래, 이영자 등에 밀려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늘 상위권을 차지했던 그의 예능 출연작들은 어느덧 20위권에도 오르지 못하는 현실에 처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무한도전이 막을 내리면서 ‘유재석의 시대는 끝이 났다’는 말이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젊은 사람들이 막장에 가까운 자극적인 콘텐츠에 물든 것도 그의 하락세에 영향을 줬다. 최근 ‘선넘규’(선을 넘는 장성규)라는 캐릭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장성규 역시 자극적인 멘트와 행동을 앞세우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선에서 입담을 펼치는 유재석의 개그는 어느새 힘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은 최근 MBC ‘놀면 뭐하니?’, tvN ‘일로 만난 사이’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일로 만난 사이’와 지난해부터 방영돼 호평을 받고 있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속 그의 모습은 눈여겨볼 만하다. 길거리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거나 육체적 노동을 하면서 지천명을 바라보는 자신과 게스트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는 모습은 새롭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건강한 웃음을 얹어 재미도 갖췄다. 강속구로 리그를 호령했던 투수가 구속이 줄자 변화구 투수로 변신한 느낌이랄까. 

유재석의 전성기는 지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선사하는 편안한 웃음은 언제까지나 유효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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