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속담·성어 12] 등화가친(燈火可親)
[아하! 속담·성어 12] 등화가친(燈火可親)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9.27 14:08
  • 호수 6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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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읽기에 좋다’는 뜻으로 가을을 가리키는 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옛날 선비들은 가을이 오면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며 한여름 무더위에 흐트려진 마음을 다잡고 글읽기에 정진했다. 등화가친(燈:등 등, 火:불 화, 可:옳을 가, 親:친할 친)은 직역하면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뜻인데, 가을 밤은 바람이 선선하고 상쾌해 등불을 가까이 하며 글읽기에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비슷한 사자성어로 신랑등화(新凉燈火)가 있다. 신랑등화(新:새 신, 凉:서늘할 랑, 燈:등 등, 火:불 화)는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생길 무렵이 등불 아래서 글읽기에 좋다는 뜻이다.

신분사회였던 옛날에는 상류층 외에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 책을 읽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일상적이어서 밤의 환경이 특히 중요했다. 가을 밤은 춥지도 덥지도 않다. 시원한 바람은 무더위에 지친 몸을 힐링시키고 집중력을 강화해 독서 효과가 배가 됐을 것이다. 더욱이 수확을 끝낸 후의 여유로움도 한몫했다.

물론 한겨울 추위가 물러간 봄도 독서하기에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다. 실제 봄과 가을의 일조량과 온도, 습도는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일까?

봄과 가을은 온도와 습도가 같을지라도 봄바람에 꽃이 피고 가을 바람엔 열매를 맺는다. 음양오행설에서는 이를 기운(氣運)의 차이라고 해석한다. 봄은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데서 알수 있듯 발산하는 기운이, 결실을 맺는 가을은 수렴하는 기운이 강해 인간의 행동도 이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봄바람 났다’란 말은 있지만 ‘가을바람 났다’는 말은 없다. 외부로 발산하는 기운이 강한 시기에는 감성이 풍부해져 마음은 밖으로 향해 집중이 잘될 리 없다. 반면 수렴하는 기운이 강한 가을에는 이성적으로 변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도 맑아져 자연히 글귀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된다. 

 ‘등화가친’이라는 사자성어에는 이같은 자연의 섭리를 간파하고 글읽기를 장려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한편 ‘등화가친’과 함께 가을을 뜻하는 대표적인 사자성어로는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를 꼽을 수 있다. 높고 푸른 하늘 등 좋은 날씨 속에 온갖 먹거리가 넘쳐나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외 계절감이 물씬 느껴지는 가을과 관련된 사자성어로는 일엽지추(一葉知秋: 하나의 떨어지는 낙엽에서 가을이 왔음을 안다), 만추가경(晩秋佳景: 늦가을의 아름다운 경치). 만산홍엽(滿山紅葉: 온 산이 단풍으로 붉게 물듦) 등이 있다.

김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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