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이란 문자 그대로 마지막 도착지를 말한다. 이러한 종착역은 사람이 만든 것이라, 열차가 출발해 끝까지 가면 거기가 종착역이 되고, 그곳에서 차머리를 돌려 원래 출발한 지점에 도착하면 또 그곳이 종착역이 된다.
그런데 인생의 종착역은 한 번 도착하면 되돌아갈 수 없다. 하차하여 하늘나라로 입국하는 것이 신이 정해준 법칙이라고나 할까.
나는 대한노인회 예산군지회 소속 노인자원봉사클럽 회원이다. 이 클럽은 여러해 전에 결성됐고 회원들 평균 연령이 80세이다.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인생 종착역에 도착할 사람들인데, 수명이 연장된 100세시대 덕으로 봉사하는 날이면 꼭 참석하여 노익장을 과시한다.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며 봉사를 한다.
회원들이 고령이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일손부족 농가에 가서 과일 따는 것이나 잡초제거 하는 것 등을 열심히 하여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인근에 있는 요양원에 봉사를 가는데, 80이 넘은 회원들이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하는 것을 보면 신께서 봉사하는 것이 대견하여 건강을 듬뿍 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늙은 회원들이 요양원에 가서 무슨 봉사를 하겠냐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곳에선 말동무 해주는 것에서부터 손이 떨려 숟가락질을 못하는 사람에게 밥을 먹여주는 일, 휠체어 밀어주는 것 등의 봉사를 한다.
나는 그곳에서 102세 된 어르신과 말동무를 하게 되었다. 그는 나이에 비해 아주 정정했다. 100세 이상 된 노인은 TV에서나 봤지 직접 만난 것은 그분이 처음이다. 그런데 그 어르신이 나에게 남긴 말이 항상 머리를 맴돈다.
“내가 소싯적에 전국 팔도강산 안 가본 데가 없고 일본 만주까지도 내 집 드나들듯 하였는데 여기가 내 인생의 종착역이 될 줄은 몰랐네. 사람은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도 중요한 건데 내 인생 마무리를 이런 곳에서 외롭게 할 줄은 몰랐구먼. 아들·딸 8남매 낳아서 잘 키워서 가르치고 시집 장가 다보내준 대가가 이뿐인가 하니 눈물이 나오네. 당신도 종착역을 잘 정하시오. 되도록이면 당신이 먹고 자던 방이 종착역이 되기 바라오.”
내 종착역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