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이 경로당 24] 대한노인회 용인기흥구 롯데캐슬에코1단지 경로당, 헌책 모으고 기증받아 도서관으로 변신
[와우 이 경로당 24] 대한노인회 용인기흥구 롯데캐슬에코1단지 경로당, 헌책 모으고 기증받아 도서관으로 변신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9.27 14:30
  • 호수 6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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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동 경로당 회장, 책 읽기 쉽게 입식으로 바꿔
신간서적도 구매… “3년내 3000권 장서 갖출 것”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롯데캐슬에코1단지 경로당에 마련된 작은 도서관에서 회원들이 책을 읽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롯데캐슬에코1단지 경로당에 마련된 작은 도서관에서 회원들이 책을 읽고 있다.

[백세시대=김순근기자] 선선한 바람이 불고 덥지도 춥지도 않는 가을은 책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딱 어울리는 경로당이 있다. 

대한노인회 경기 용인시 기흥구지회(지회장 조영재) 롯데캐슬에코1단지 경로당(회장 황명동). 60여평 공간의 경로당 벽 두 개면을 차지한 책장에는 1700여권의 책이 빼곡이 꽂혀 있다. 

테이블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어르신들 뒤로 ‘책에서 건강을 책에서 사랑을’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작은 도서관임을 알려준다. 어르신들은 이곳을 ‘책읽는 경로당’이라 부른다.

요즘 노인지원재단 등의 지원으로 경로당에 북카페(작은 도서관)를 개설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곳은 자체적으로 도서관을 개설해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매일 헌책 수집해 ‘책거지’ 별명도

경로당에 작은 도서관이 차려진 것은 작년 5월 황명동 회장(79)이 취임하면서부터다. 황 회장은 평소 경로당을 이용하면서 회원들이 화투나 장기, 바둑을 많이 하는 것올 보고 어른답게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황 회장은 “책을 많이 읽어야 손자들이 질문할 때 설명도 잘해주고 다양한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좋은 점이 많지 않겠느냐”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회장이 되고 나니 책임감을 갖게됐다.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지는 헌책들을 활용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결정을 했다.

우선 책 읽는 환경조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책상과 식탁을 겸하는 테이블과 의자를 구입해 ‘입식 경로당’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책을 모으고 관리하는 것은 황 회장이 거의 혼자 도맡았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새벽 운동을 하면서 재활용품 보관소를 찾아 버려진 헌책을 모으고 용인시 기흥구 관내 8곳의 도서관에 부탁해 기증도 받았다.  

이러다보니 황 회장에게 ‘책거지’라는 재미있는 별명이 붙었고 황 회장은 별명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독서량 많은 회원에 월회비 면제 

책꽂이는 모두 버려진 가구들을 재활용했다. 처음 책장 하나에 듬성듬성 꽂혀있던 책들이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은 1700여권으로 늘어났다. 이중 1400권은 직접 모았거나 경비원, 환경미화원에게 부탁해 모았고, 나머지 300권은 기증받은 책이다.

경로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벽을 도배한 것처럼 진열돼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와 회원들은 경로당에 오면 절로 유식해지는 것 같다고 농담할 정도다.

회원들의 독서량을 늘리기위한 장려책도 도입했다. 책을 빌리는 도서대출장부를 만들어 책을 빌리는 횟수로 시상하는 제도다. 시상은 5000원인 월 회비를 면제하는 것으로 1년 단위로 회원들의 독서량을 평가해 1등에게는 1년 회비, 2등은 6개월, 3등은 3개월 회비를 면제해준다. 상금은 황 회장이 자비로 지원한다.

이 장려책의 영향인지 책 읽는 회원들이 늘어났고, 10여명의 회원들은 거의 매일 책을 읽는 ‘독서광’이 됐다고 한다.

이곳 소식은 지회에도 알려졌다. 조영재 기흥구지회장은 지난 7월 26일 경로당을 방문해 격려하고 “책읽기는 너무나 소중한데 변화에는 인내와 권유가 필요하다. 더욱 발전하는 경로당이 되길 바란다”며 책 6권을 기증했다. 

조영재 기흥구지회장(왼쪽)이 경로당을 방문해 회원들을 격려하고 소장하고 있던 책을 기증했다.
조영재 기흥구지회장(왼쪽)이 경로당을 방문해 회원들을 격려하고 소장하고 있던 책을 기증했다.

“신간 도서 구입하는 등 3000권 모으겠다”

작은 도서관 모습을 갖췄지만 대부분 오랜된 책인데다 분야별 분류가 안되어 있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래서 앞으로 주민들이 주는 경로당 야유회 기부금을 아끼고 경로당 운영비를 줄여 신간 서적을 정기적으로 구입할 계획이다. 

날로 늘어나는 책들을 보관한 장소도 부족한 상태. 할머니방과 할아버지방 사이에 마련된 현재의 공간이 가득차 조만간 할머니방과 할아버지방에도 순차적으로 책장을 놓을 예정이다. 나아가 경로당과 붙어있는 학생용 북카페가 현재 이용객이 적어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 그곳을 활용하기 위해 관리사무소, 동대표측과 협의중이다. 

황 회장은 3년여 남은 임기내에 총 3000권의 장서를 갖출 계획이다. 그래서 ‘책읽은 경로당’을 경로당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경로당 회장이 제 인생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분류도 제대로 하고 각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을 구비해 가장 모범이 되는 ‘책읽는 경로당’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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