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하철 타고 가는 서울의 아름다운 길, 걷고 싶은 길
[여행] 지하철 타고 가는 서울의 아름다운 길, 걷고 싶은 길
  • 관리자
  • 승인 2008.08.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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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폭염과 지루한 장맛비로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때다. 야외활동하기가 부담스러워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끌어안고 집에만 있자니 짜증만 늘어간다. 그렇다고 한낮의 열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고, 자동차 배기가스가 온몸을 휘감는 서울의 거리로 나서기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서울의 녹지공간이 부족한 것은 대부분의 시민이 공감하는 터. 그러나 최근 녹지가 늘고 있고, 구석구석 살펴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길이 나타난다. 저녁 어스름, 한낮의 땡볕이 기세를 꺾을 즈음에 지하철을 이용해 천천히 산책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 몽촌토성 산책길


올림픽 공원 안에 자리잡은 몽촌토성 산책로는 이미 서울시민에게는 잘 알려진 산책로다.
86년 완공된 145만여㎡의 광활한 올림픽 공원 안에 위치한 몽촌토성은 잔디밭과 구릉이 어우러져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몽촌토성은 삼국시대 백제의 최전방 군사요충지로 고구려의 아차산 산성에 대항하던 토성이었다. 높이 2.7m의 둥근 토성과 주위에 둘러쳐진 해자(垓字)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평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여타의 공원의 잔디밭과는 달리 큼직한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드넓은 잔디밭 한가운데 서 있는 한그루 나무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몽촌토성을 걷는 데는 넉넉하게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산책을 즐기고 나면 올림픽 공원 평화의문 쪽으로 조성돼 있는 호수변에서 지친 다리를 쉬어가면 몸과 마음이 함께 여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5호선 올림픽공원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몽촌토성의 드넓은 잔디밭 가운데 서 있는 한그루의 나무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 선유도공원


한강의 하중도(河中島)를 공원으로 개발한 곳이다. 선유정수장 시설을 활용한 재활용생태공원으로 부지 면적은 총 11만 400㎡이다. 본래 선유도는 한강 8경의 하나로 불릴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했던 곳이다.

 

섬에는 본래 선유봉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있었으나 일제 강점기때 골재 채취를 위해 산을 헐었다. 이후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되다가 2000년 12월 폐쇄된 뒤 서울특별시에서 164억 원을 들여 공원으로 꾸몄다.

 

선유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정수장 시설을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 해 공원으로 꾸몄다는 데 있다. 그래서 공원의 모토가 ‘낡은 것은 낡은대로’다. 기존의 정수시설을 이용해 순환하는 물길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공연장, 산책로, 수생식물, 벽면폭포, 친수공간 등을 배치했다.

 

그래서 인위적인 공원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한다. 낡은 콘크리트도 세월의 더께를 얹고, 의미를 부여하면 얼마나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원에는 자작나무, 미루나무 등 친숙하고 편안한 조경이 잘 갖춰져 있어 걷기에 편하다. 한강 시민공원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보도전용 구름다리는 야간에 조명을 비치면 청홍의 불빛이 환상적이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 4번 출구로 나와 1500m쯤 걸어가면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

한강 하중도의 정수장 옛시설을 활용해 만든 선유도공원은 한국 공원사의 새로운 이정표라 할만하다.


▲ 난지천공원


서울의 동쪽에 올림픽공원이 있다면, 서울의 서쪽에는 월드컵 공원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평화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 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340만여㎡에 달하는 공원을 하루에 다 둘러보기는 힘들다.

 

난지도의 역사는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과거에는 난지(蘭芝), 난과 영지가 피어나는 신비로운 땅이라고 우러름을 받던 곳이 70, 80년대는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하치장으로 전락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높이 95m의 쓰레기 산을 이루었다.

 

이후 93년 쓰레기장이 완전히 폐쇄되고 안정화작업을 거쳐 2000년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월드컵공원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난지천 공원은 걷기에 호젓하고, 개울을 옆에 끼고 있어 갖가지 수초와 물오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시골길을 걷듯이 한적하게 걷는 이 길은 고향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서울의 몇 안되는 길이다. 산책을 마치면 평화의 공원 쪽으로 나와 호수변 목재데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산책으로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 알맞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공원역으로 나와 하늘공원을 끼고 돌아가면 개울길로 이어진다.

▲ 북악산 길


북악산 길은 북악산 능선을 따라 자하문에서 아리랑고개까지 이르는 나선형의 구불구불한 도로다. 하늘과 가깝다는 의미로 ‘북악스카이웨이’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1968년 개통된 뒤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를 누려왔다.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늘을 품은 숲과 향기로운 나무 냄새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정취를 선사한다. 그러나 보행자들은 이 길의 정취를 누릴 수 없었다. 좁은 2차선 도로뿐 보행로가 없어 걸어서는 통행이 불가능했다.


지난 2005년 37년 만에 ‘하늘길’이 열렸다. 자동차전용도로를 따라 성북구민회관에서 종로구와 성북구의 경계에 이르는 3.4㎞ 구간에서 산책로가 조성됐다. 그리고 2006년 종로구 구간의 산책로가 완공되면서 전 구간을 보행으로 통행할 수 있게 됐다.

 

총 10km에 달하는 길은 여유롭게 산책하기에는 조금 긴 거리지만 성북구 구간이나 종로구 구간만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에 맞춰 이용하면 된다. 어떻게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촌의 정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서울을 조망하는 맛이 썩 괜찮지만, 한번 들어서면 마땅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고, 중간에 내려올 수 있는 길이 부족하므로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산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 남산공원 산책로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인 남산공원의 북측 순환도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산책 및 조깅을 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1991년 북측 순환로를 차량통행 제한한 이후 2005년에는 남측 순환로도 차량통행을 제한했다.

 

현재는 남측은 업무차량과 노란색 순환버스만이 다닐 수 있고 북측 순환로는 온전히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졌다.

 

남측 순환로 보다는 북측 순환로가 산책하기에 더 알맞다. 총 3.5km정도의 북측 순환로는 아스팔트와 우레탄 길로 잘 포장된데다 경사도가 완만하여 편안하게 남산의 숲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남산의 중턱을 돌아가면서 연결해 놓은 순환로는 서울에서 가장 손쉽게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느티나무 고목이 온통 하늘을 뒤덮은 공원 위쪽은 그늘이 짙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느낌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하다가 산책로에서 남산한옥마을, 필동약수터, 동국대학교, 장충공원으로 내려올 수 있는 샛길들도 있고, 반대로 남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길도 있다.

 

주변에 한옥마을이나 타임캡슐광장 등 산책 이외에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에 하나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이나 3호선 동대입구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함문식 기자 hammoonsik@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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