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자백…공소시효 끝났어도 사건 진실 밝혀지길 기대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자백…공소시효 끝났어도 사건 진실 밝혀지길 기대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10.04 14:04
  • 호수 6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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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9월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9차례 이뤄진 이 씨에 대한 대면조사에서 이같이 털어놨다고 밝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에서 10명이 강간‧살해 당한 사건으로 발생 30년이 넘도록 미해결로 남아 있던 장기 미제 사건이다.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10차 사건까지 총 9차례 사건이 미제로 남아 있었다. 이 씨는 화성 사건 9차례에 더해 5건의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당시 화성연쇄살인 사건 해결을 위해 동원된 경찰은 연인원 205만여명이고, 수사대상자는 2만1280명, 용의자는 3000명에 달했다. 이춘재도 용의 선상에 올라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당시는 증거물에서 DNA를 검출해 분석하는 기술이 도입되기 전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 기술을 수사에 처음 도입한 시기는 1991년 8월로 마지막 10차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난 뒤였다. 

이춘재는 10차 화성 사건 이후 2년 9개월이 지난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화성에서 마지막 살인사건이 벌어진 1991년 이후 3년째 되는 시점이다. 당시 경찰 조서에 따르면 이춘재의 주소는 충북 청주시로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다 실직해 무직 상태였으며 아내가 가출한 뒤 처제를 집으로 불러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처제의 시신을 집에서 약 900미터 떨어진 철물점 마당에 버렸다. 당시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파기 환송하면서 최종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았을 연쇄살인사건이 33년 만에 재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DNA채취 관련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경기남부청에 따르면 이번 유력용의자 신원 확보가 가능했던 이유는 올해 들어 주요 미제 사건을 미제수사팀에서 총괄하도록 하면서 지난 사건들에 대한 기록 검토 등이 진행된 덕이다. 이 가운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DNA 증거물을 다시 살펴보던 중 한 증거물에서 이 씨의 DNA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경찰은 7월 중순경 이 DNA를 국과수에 복원 및 재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현재 다른 살해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DNA 분석 기법을 통해 당시 10차례의 사건 가운데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등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건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24년째 수감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과거 범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조사나 징벌을 받지 않는 등 교도소 내에서도 유명한 1급 모범수로 생활해 왔다. 특별사면 심사 대상자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로 지목되었을 당시 전면 부인하던 이춘재는 9월 18일부터 시작한 9차례에 걸친 조사 끝에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모방 범죄로 밝혀진 사건을 제외한 9건뿐만 아니라 미제 살인 사건 5건과 미제 강간 사건 30여 건에 대해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뢰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 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본인이 살인은 몇 건, 강간은 몇 건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춘재가 자백한 모든 범행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 씨의 자백을 근거로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 증거 수집 등 전면 조사를 통해 이춘재를 처벌할 수 있는 사건이 있는지 공소시효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더라도 역사적 소명을 갖고 실체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많은 세월 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아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사건의 진실이 이제라도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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