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대한노인회 전북 김제시지회장 “지회 존재 몰랐던 경로당에 일자리 제공하자 단합·소통 잘 돼”
이종선 대한노인회 전북 김제시지회장 “지회 존재 몰랐던 경로당에 일자리 제공하자 단합·소통 잘 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0.04 14:12
  • 호수 6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25개 경로당, 19개 분회 통해 관리…분회 별 ‘문화탐방’에 100만원 지원
김제시장, 토요일마다 경로당 방문해 애로 사항 들어 “노인회 적극 지원”

[백세시대=오현주기자]“일하고 싶은 노인은 김제로 오라.”

이 말은 전북 김제시에 어울릴 만한 슬로건이다. 김제시는 노인에게 ‘일자리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일자리가 2100여개에 이른다. 김제시 노인 인구는 2만5000여명이며 이중 대한노인회 회원이 2만여명이다. 회원의 10% 이상이 ‘현역’인 셈이다.

이는 모두 이종선(76) 전북 김제시지회장의 노고 덕분이다. 이 지회장이 2015년 1월, 취임한 이후부터 일관되게 일자리 확대를 추진해와 가능했다. 

이 지회장은 “제가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일자리전담 직원들이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취업 알선을 해준 결과 초창기 700~1000개 수준이던 일자리가 배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말, 김제시 하동에 위치한 노인회관에서 이 지회장을 만나 성공적인 노인일자리 창출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이 지회장은 2019년 1월 재임에 성공해 현재에 이르렀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노인일자리를 갖게 됐나.

“4년 전 취임 당시의 지회는 존재감이 없었다. 경로당에서 지회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으니까. 지회와 경로당의 협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어떻게 해야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느냐, 그걸 궁리한 끝에 경로당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일자리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김제시장과 함께 경로당 회장의 대우 문제와 연관시켜 연구하게 됐다.”

이에 앞서 이 지회장은 박준배 김제시장의 선거공약에 노인일자리 확대를 포함시켰고 시장은 당선 후 이 약속을 지킨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인가.

“김제시 750개 마을에 ‘환경지킴이’를 한 명씩 두도록 했다. 환경 정화 등 마을을 관리하는 일이다. 27만원을 지급하는 공익형 일자리에 경로당 회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로당 회장에게 공식적으로 활동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대신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이제는 지회와 경로당이 단합하고 화합이 잘 되며 경로당끼리 서로 먼저 회비를 낼 정도로 지회에 협조적이 됐다”고 말했다.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환경지킴이 사업에 총 19억~20억원이 들어간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과정에 한때 시 의회로부터 부결 당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시니어클럽 등 타 기관과의 노인복지지원 형평성 문제가 신경에 쓰이기도 했다.” 

-김제시가 노인회에 협조적인가 보다.

“전체 경로당에 급식도우미와 환경관리도우미가 지원된다. 이 두 가지도 시장이 직접 경로당 사정을 알아보고 마련해준 노인복지다. 시장께서 토요일마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전체 경로당을 돌아보며 애로사항을 듣는 등 꼼꼼히 현장을 시찰한 후 내린 결정이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낙후된 곳이 거의 없다. 가전제품을 모두 갖춘 데에다 밥도, 청소도 다 해주니 웬만한 가정집 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또 독거노인들이 숙식하는 ‘그룹홈’ 경로당이 155개가 있는데 그곳엔 300만원씩 더 지원된다. 필요한 곳에 그룹홈 경로당을 계속 늘리는 추세다.”   

-경로당 관리를 어떻게 하나.

“19개 분회를 통한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시 지원을 받아 매년 분회별 100만원씩 ‘문화탐방’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종선 김제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이보애 사무국장.
이종선 김제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이보애 사무국장.

김제시는 전체 인구가 8만여명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시설인 벽골제가 있으며 여전히 벼농사가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의 2.6%인 10만872톤을 생산했다. 해마다 벽골제에서 열흘간 열리는 김제지평선축제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김제시지회는 19개 분회, 625개 경로당을 두었다. 전북연합회 14개 시·군 지회 가운데 두 번째로 경로당이 많다.  

이종선 지회장은 젊은 시절 건설업, 관광운수업 등 여러 가지 사업체를 운영했다. 대한노인회 김제시지회 이사, 부회장을 역임했다. 김제시 민주평통자문위원을 지냈다.   

-마침 김제지평선축제가 한창이다.

“10월 6일까지 벽골제 부근에서 벼 수확체험 등 110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국 700여개 축제 가운데 만족도 1위이며 작년의 경우 41만여 명이 다녀갔다. 저도 개막식에 참석했고 지회에서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직원들이 나가 안내를 비롯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관광운수업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 관광버스 30대로 전국의 관광지를 누볐다. 도곡온천이 처음 생겼을 때 하루 1000명을 실어 날랐던 일도 있다.”

-노인회와 인연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지내던 중 노인회장으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노인 나이도 아니라 ‘특별 이사’로 들어갔다. 이후 부회장이 됐고 노인회 행사에 후원하는 등 봉사를 했다. 전임 지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그만두자 1년간 회장직무대행을 하고 지회장 선거에 나섰다.”

-그간의 업적이라면.

“앞에서 말했듯이 일자리를 늘리는데 주력했고 미약했던 지회 위상을 확실하게 다졌다. 그전까지는 노인의 날 기념식을 비롯해 노인 행사를 시와 타 기관에서 주관했다. 제가 취임한 이후로 노인 행사를 우리가 주도하고 있다. 시가 관장하던 게이트볼도 노인회로 가져왔고 지평선축제 실버행사도 내년부터는 노인회가 주관한다.”  

-노인인구 1000만 시대에 노인의 역할이라면.

“부양 받는 노인상에서 벗어나 책임지는 노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책임을 지려면 경제적인 힘이 있어야 하고 그런 이유에서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을 하면 몸을 움직이니까 건강해지고 병원비, 용돈도 마련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종선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현재 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노인복지정책이 한곳에서 집행되면 예산 절감도 되고 시혜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며 “하루속히 노인복지청같은 전담 부처가 신설될 수 있도록 ‘백세시대’ 신문이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