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민속씨름, 부활할 수 있을까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민속씨름, 부활할 수 있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04 14:20
  • 호수 6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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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7일 유튜브에 등록된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단체전 결승-김원진vs황찬섭’ 경기는 10월 1일 기준 조회수 155만회에 도달했다. 10만을 넘기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퇴물 취급받는 씨름 동영상 조회수가 150만회를 넘긴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섣부르긴 하지만 한때 국민 스포츠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한 씨름이 제2의 전성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에서도 알 수 있듯 씨름은 태권도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국기(國技)다. 광복 이후에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씨름은 1956년 열린 제12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부터 체급제를 도입하며 현대화의 길을 걷는다. 또 1983년에 프로화 기치를 내걸고 ‘민속씨름’이라는 이름으로 제1회 천하장사 씨름대회를 장충체육관에서 열면서 국민 스포츠로 성장한다. 

특히 이만기, 이준희, 이봉걸 등 이른바 ‘모래판의 3이(李)’를 인기 중심축으로 흥행이 고조되면서 한때는 천하장사 결승전 중계가 열리는 날은 주관 중계 방송사였던 KBS가 오후 9시 정규뉴스 시간을 늦춰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필자 역시 명절 때마다 외갓집에 놀러가 외삼촌과 사촌형들과 함께 밤을 까거나 송편을 빚으며 한라장사, 백두장사, 천하장사대회를 시청했다. 장사결정전의 경우 앞서 음식을 준비하던 어른들도 합류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했다. 이로 인해 ‘명절=씨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씨름은 강호동 등 스타의 은퇴, IMF 등이 겹치며 쇠락의 길을 걸었고 알력다툼까지 벌어지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갈곳을 잃은 최홍만, 이태현 등 스타는 이종격투기에 도전했다가 큰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러한 씨름이 다시 부활한 배경에는 금강급(90㎏ 이하), 태백급(80㎏ 이하) 등 경량급 선수들의 활약이 있다. 최근 씨름판은 ‘힘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변화해왔다. 2013년부터 백두급의 최대 체중이 160㎏에서 150㎏으로 낮춰졌고, 2017년부터 샅바를 잡을 수 있는 구간을 10㎝에서 15㎝로 늘렸다. 이로 인해 155만 조회수의 영상 속 김원진, 황찬섭 선수들처럼 체중이 상대적으로 덜 나가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특히 씨름 선수하면 거대한 몸을 연상하지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늘씬하고 단단한 몸매를 보여주면서 젊은층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대한씨름협회와 KBS가 협업한 젊은 씨름선수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나는 씨름선수다(가제)’가 방영 예정에 있어 씨름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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