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맨’ 전신마비 로펌 대표와 건달의 배꼽잡는 우정
영화 ‘퍼펙트 맨’ 전신마비 로펌 대표와 건달의 배꼽잡는 우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04 15:21
  • 호수 6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지막 버킷리스트 실행되면 사망보험금 주겠다” 흥미로운 계약
고달픈 삶 속 소소한 행복 의미 강조… 설경구‧조진웅 등 찰떡 호흡
이번 작품은 2개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전신마비 로펌 대표 ‘장수’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건달 ‘영기’가 우연히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이번 작품은 2개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전신마비 로펌 대표 ‘장수’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건달 ‘영기’가 우연히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백세시대=배성호기자]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전신마비 환자인 변호사와 사지는 멀쩡하지만 가진 것은 없는데다 모시는 ‘형님’의 돈을 날려 목숨을 위협받는 건달의 만남.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국내에서 큰 히트를 친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호사의 버킷리스트를 채워주면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준다는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전혀 새로운 영화로 탄생한다. 또 올해 인기 장르인 코미디영화라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설경구와 조진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퍼펙트 맨’ 이야기다.

10월 2일 개봉한 ‘퍼펙트 맨’은 양극단의 인생을 살아온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 분)의 우정을 다룬 코미디 영화다. 

‘퍼펙트하게 사는 삶’이 꿈인 꼴통 건달 영기는 동생을 의대에 보내고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조직 생활을 함께 해 온 20년 지기 친구 대국(진선규 분)과 크게 한탕을 노린다. 그가 세운 계획은 자신이 평생 모신 형님 범도(허진호 분)의 돈 7억원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다. 

영기의 이러한 야심은 되레 그에게 독이 되고 만다. 사기꾼에게 속아 하루아침에 돈을 몽땅 날린 것. 범도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영기와 대국은 위기에 처한다.

어떻게든 돈을 구해야하는 상황에 휘말린 영기는 우연한 계기로 장수(설경구 분)를 만난다. 장수는 승률 100%를 자랑하는 대형 로펌 대표지만 불의의 사고로 두 달밖에 못산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충격도 잠시 장수는 조용히 죽음을 준비한다. 두 달 남았다는 의사의 말에 연명치료도 거부한다. 그의 로펌에서 경영권을 빨리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 속에서도 미련 없이 남은 재산을 기부한다. 생명보험사를 통해 이 상태로 죽으면 12억원, 사고로 죽으면 27억원이 나온다는 걸 듣고서도 코웃음 치고 넘길 정도로 삶의 미련을 버린 상태.

다만 장수는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고 여기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었다. 때마침 곤경에 처한 영기를 만난 그는 자기 부탁을 들어주면 생명보험금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좌충우돌 동행이 시작된다. 

작품이 풀어가는 두 인물의 관계는 흥미롭다. 착실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고 성공한 변호사와 가진 것 하나 없이 한 탕만 노리는 건달, 직업부터 성격까지 극과 극인 둘은 애초에 공평한 거래가 성립되기 어려워 보인다. 불과 물처럼 상극인 두 사람을 움직이게 한 건 사랑이었다. 

영기가 가족들을 아끼는 것도, 편견 없이 장수를 대하는 것도, 또 장수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하나씩 이뤄가는 모든 일들의 바탕엔 자신과 타인을 향한 애정이 있었다. 

상극의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는 과정은 이 영화의 큰 재미다. 영화는 장수, 영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도 어느 한 인물에게만 집중하진 않는다. 주인공인 두 남자와 그 주변 인물들이 분주히 만들어내는 드라마와 코미디를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 

여러모로 부족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경쾌한 분위기 속에 스며들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는 장수와 영기처럼 극단적 상황에 처해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소소한 행동에서 행복을 찾듯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치 있는 삶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배우로 시작해서 배우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조연의 연기가 진가를 발휘했다. 

설경구는 죽음을 준비하는 시한부 캐릭터를 맡아 몸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어려운 연기를 해냈다. 표정만으로 인물의 감정 변화를 연기하며 자신의 탄탄한 내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초반 예민하고, 까칠한 모습부터 영기와 함께하며 변화하는 장수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영화의 감동을 더했다. 

조진웅 역시 부산 건달로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 화려한 꽃무늬 패턴이 들어간 의상과 포마드 헤어, 여기에 매사에 흥이 넘치는 행동을 통해 영기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특히 그의 완벽한 부산 사투리는 영화를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충무로의 흥행 요정으로 떠오르는 진선규도 영기의 ‘베스트 프렌드’ 대국 역을 맡아 조진웅과 끈끈한 브로맨스를 선보이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허준호 역시 묵직한 카리스마를 가진 영기의 조직 보스 범도 역을 통해 긴장감을 더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