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글의 큰 스승’ 전, 세종대왕 다음으로 한글에 영향을 준 인물은?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의 큰 스승’ 전, 세종대왕 다음으로 한글에 영향을 준 인물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04 15:22
  • 호수 6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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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투표와 전문가 조사 통해 주시경‧윤동주‧방정환 등 12명 선정
박두성이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 등 선봬

[백세시대=배성호기자]‘한글’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사람은 단연 세종대왕이다. 조선 최고의 성군이자 애민정신으로 대표되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까막눈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그렇다면 한글하면 떠오르는 두 번째, 세 번째로 떠오르는 인물은 누구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5주년과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해 내년 3월 8일까지 진행되는 ‘한글의 큰 스승’ 전에서는 설문조사로 뽑은 5명과 박물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 7명의 삶과 한글 관련 활동을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과학성과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한글을 통한 문화의 창조,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2014년 한글날 문을 열었다. 

상설전시와 특별전을 무료로 공개하며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온 박물관은 지난 3~6월 세종을 제외하고 한글 발전에 공헌을 한 33명의 인물을 추려서 ‘한글’ 하면 떠오르 사람 3명을 선택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700여명이 참가한 설문조사 결과 1∼5위에 주시경, 윤동주, 허균, 방정환, 성삼문이 올랐다. 또 박물관은 이와 별도로 전문가를 통해 숨은 주역을 조사했고 공병우, 박두성, 장계향, 정세권, 최세진, 최정호, 헐버트 등 7명을 기여도가 높은 인물로 추가로 선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38건, 195점의 자료를 통해서 이 12명의 인물들이 한글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살펴본다. 주시경과 그 제자들이 집필한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 ‘말모이’(1910년대), 박두성이 창안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1926), 헐버트가 집필한 최초의 한글 지리교과서 ‘사민필지’(1889),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1952) 등 각 인물을 대표하는 주요 유물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았다.

먼저 1부 ‘한글로 나라를 지킨 사람들’에서는 주시경, 윤동주, 방정환, 정세권, 헐버트를 다룬다. 이중 윤동주는 섬세한 언어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시에서는 윤동주 사후인 1948년 지인들의 도움으로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통해 그가 시로 표현한 한글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정세권은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가회동, 삼청동 일대에 위치한 현재의 북촌을 만든 부동산 개발 전문가이자, 그 누구보다 한글을 사랑하고 지키는 데 앞장선 사람이다. 한글학자 이극로와의 인연을 계기로 건물을 기증하는 등 조선어학회의 다양한 활동을 후원한 그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에 휘말려 갖은 고문을 당했으며 일제에 의해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일대의 토지를 강탈당하고 초라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전시에서는 정세권의 후원으로 탄생한 ‘큰사전’을 통해 그의 공로를 되돌아본다. 

이어 2부 ‘한글로 사회적 편견에 맞선 사람들’에서는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을 쓴 허균을 비롯 최세진, 장계향을 소개한다. 최세진은 어린이들을 위해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를 편찬했는데 ‘기역, 니은, 디귿’ 등 오늘날 한글 자음 읽는 방법이 이 책에서부터 유래됐다. 또 중국 한자음인 ‘한어음’(漢語音)과 우리의 한자음인 ‘동음’(東音)을 구별해 정리하고 중국음을 한글로 정리한 운서 ‘사성통해’를 저술하는 등 당시 지식사회의 근본이었던 한자나 중국어의 학습을 위해 한글을 사용하며 대중화와 보편화에 기여했다.

마지막 ‘한글로 새로운 시대를 펼친 사람들’에서는 훈민정음 반포에 도움을 준 집현전 학자, 한글 점자를 고안한 박두성, 한글 타자기를 발명한 공병우, 1세대 한글 글꼴 디자이너인 최정호를 조명한다. 공병호는 1949년 한글을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 세벌식 타자기를 발명한 이후, 자신의 연구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시켜 더 빠르고 편리한 타자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최정호 역시 오늘날 쓰이는 디지털 한글 글꼴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명조체, 고딕체 등 30여 종의 한글 글꼴의 원형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글 점자로 만든 전시 해설 책자도 발간한다. 일반인도 한글 점자를 배우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점자 읽는 법과 한글 점자 퀴즈를 담은 터치스크린도 마련됐다. 또 전시장 도입부에는 전시 기획과 준비 과정을 프로젝션 맵핑(건물 내외벽, 인테리어 공간 등을 스크린으로 이용해 3차원의 영상재현이 가능한 기능)으로 구현한 연출 영상이 상영된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영상실에는 한글의 스승 12명을 소개하는 전문가․유명인의 인터뷰, 전시에 참여한 일반인 인터뷰 영상도 소개된다.

이재정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글 점자 책자를 제작하고, 점자 설명문을 달았다”며 “학생은 물론 일반인들이 박물관을 찾아 지금의 한글이 있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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