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버려지는 의자·탁자 활용해 입식문화 조성 시범사업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버려지는 의자·탁자 활용해 입식문화 조성 시범사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11 10:51
  • 호수 6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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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식 경로당’ 만들기 아이디어 빛난다
최근 충북 청주흥덕청원구지회 등이 불용물품을 활용한 경로당 입식문화 조성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청주의 한 경로당이 기증 받은 의자‧식탁 등으로 좌식에서 입식 형태로 바꾼 모습.
최근 충북 청주흥덕청원구지회 등이 불용물품을 활용한 경로당 입식문화 조성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청주의 한 경로당이 기증 받은 의자‧식탁 등으로 좌식에서 입식 형태로 바꾼 모습.

새것 같은 불용물품 확보가 관건…네트워크 형성해 기증받기도

바닥에 오래 앉으면 관절 부담…서울연합회는 ‘입식’ 예산 확보 노력

[백세시대=배성호기자]“회원들이 자리를 뺐길까봐 화장실도 안 갔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줄어들겠어요.”

지난 9월 30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덕암2리경로당에서 만난 오두현 경로당 회장은 새로 들여 놓은 소파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대한노인회 청주 흥덕청원구지회(지회장 이병생) 강수정 경로1부장이 기부 받아온 이 소파 하나로 회원들이 좌식생활로 겪는 고통을 일부 해소하게 됐다. 오두현 회장은 “지회의 도움을 받아 점차 식탁과 의자 등을 채워 경로당을 입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충북연합회(회장 김광홍)를 중심으로 경로당 입식문화 조성에 나서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로당 입식문화 조성이란 식탁을 비롯해 소파, 의자 등을 경로당에 들여놔 입식 환경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특히 충북연합회는 거의 새것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불용물품을 활용해 입식경로당을 조성하면서 ‘도랑치고 가재 잡는’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 경로당은 좌식 위주로 설계돼 무릎과 허리가 약해진 회원들이 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경로당과 시‧구립경로당조차 좌식 경로당을 기본모델로 한다. 

특히 전국 경로당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70대 후반에 다다르면서 좌식 생활로 인한 어려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광선 경복대 교수(서울연합회 사무처장)는 “일부 회원들은 방바닥에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나다 다치는 경우도 생긴다”면서 “오랜 시간 좌식으로 운영되던 식당들도 입식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추세지만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경로당은 여전히 좌식 중심이어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연합회에선 지자체 및 경로당과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고 있다. 서울연합회(회장 김성헌)의 경우 실태조사와 함께 의자‧식탁 구입 예산을 요구하는 한편, 경로당 후원에 관심 있는 독지가들에게 입식 경로당 조성에 필요한 물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아직까지 이를 위한 충분한 예산 편성을 하지 못해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충북연합회가 추진 중인 ‘불용자원을 활용한 경로당 입식 문화 조성’은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연합회는 지난해부터 김광홍 연합회장의 아이디어로 흥덕청원구지회를 비롯 6개 지회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불용자원을 활용한 경로당 입식문화 조성에 나섰다. 버려지는 물품 재활용을 통해서 좌식 경로당을 입식 경로당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 그 결과 80여곳이 거실에 식탁과 의자를 갖추며 기존 경로당 풍경을 바꿔놓았다.

이중 신성휴 사무국장과 강수정 경로부장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흥덕청원구지회가 가장 활발히 입식경로당을 조성하고 있다. 이병생 지회장이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신성휴 흥덕청원구지회 사무국장이 직접 기증받은 쇼파를 경로당에 옮기고 있다.
신성휴 흥덕청원구지회 사무국장이 직접 기증받은 쇼파를 경로당에 옮기고 있다.

신 국장과 강 부장이 가장 신경을 쓰는 건 불용물품 확보다. 누가 언제 불용물품을 내놓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은 시청과 구청 등 관계기관에 물품이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알려줄 것을 1년 내내 홍보하고 다녔다. 강 부장의 경우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물품 어플을 깔아 수시로 들어가 무료로 나눠주는 제품을 살펴보고 개인 SNS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20곳을 입식경로당으로 바꿔놓았고 올해에도 9월 현재 10곳을 추가적으로 조성했다. 

강 부장은 “보통 불용자원이 가장 많이 확보되는 시기는 5월과 10월”이라면서“이때가 되면 본업에 거의 손을 못댈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닌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경로당이 대상은 아니다. “공간이 협소한 경로당은 되레 불편할 수 있어서 30평 이상 공간이 확보된 경로당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강 부장은 설명했다.  

이병생 지회장은 “좌식 탈피는 경로당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불용자원을 많이 확보해 보다 많은 경로당에 입식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회로부터 지원받은 100여만원의 사업비는 주로 운송비로 쓰인다. 기증 받은 의자나 식탁 등은 지회 운영 차량을 통해 필요한 경로당에 설치해주고 있지만 차에 실을 수 없는 소파의 경우 건당 5만원 내외로 용달차를 활용하고 있다. 

강 부장은 “지회별로는 힘들더라도 연합회 단위로 용달차를 보유하고 전담인력을 추가로 선발해 활용하면 불용자원을 보다 원활히 확보해 입식 문화 조성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증 받은 물건 중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삐걱거리는 의자나 식탁의 경우 목공 기술을 갖춘 신 국장의 재능기부로 수리 후 배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폐품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신 국장은 “불용물품을 활용하더라도 새것 같은 것들만 기증 받는다”면서 “외관은 멀쩡하지만 다리가 흔들린다는 이유 등으로 버려지는 것들만 고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식탁과 의자를 기증받다가 덩달아 얻게된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 등도 교체해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사를 할 때 보통 더 큰 가전제품으로 바꾸면서 기존 제품을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활용해 망가진 경로당 물품과 교환해주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냉장고를 교체 받은 입상1리경로당 임태복 회장은 “냉장고가 망가져 교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수년간 아무 대답이 없어 고생했는데 지회에서 신상품 같은 냉장고로 바꿔줘 고맙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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