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관객 열광시키는 악당 조커의 매력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관객 열광시키는 악당 조커의 매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11 14:38
  • 호수 6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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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면 어둠이 존재하듯 영화 속에서도 영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빌런’(악당)을 등장시킨다. 특히 악당의 힘이 세면 셀수록 극 후반부 관객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커진다.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악당이 쓰려졌을 때 시원한 사이다를 한 잔 들이킨 것 마냥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악당은 영화가 극장에서 막을 내림과 동시에 사람들에게서 잊혀진다. 영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가 첨단 무기로 물리친 악당들을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악당들은 강하긴 하지만 성격이 치졸한 경우가 많아 별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인공의 인기를 뛰어넘는 악당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할 때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어벤져스’ 시리즈 속 끝판왕 타노스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2009년 개봉해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경우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주인공 ‘엘도 레인 소위’보다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한스 란다 대령’이 더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나쁜 놈’이지만 매력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현실에 있으면 끔찍한 범죄자겠지만 영화라는 가상 세계를 보다 흥미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영화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소개한 이들을 모두 제치고 영화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악당이 현재 우리나라 극장가를 휘어잡고 있다. 박쥐 옷을 입은 영웅 배트맨의 숙적이자 가장 악랄한 범죄자 조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조커’가 10월 10일 현재 300만명을 동원하며 예상 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봉한 작품은 평범한 광대였던 사람이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악당 조커가 되는 과정을 그리며 지난 달 막을 내린 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웅물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이다.

조커는 귀까지 닿을 듯 기괴하게 립스틱으로 입을 그린 채 흉한 소리를 내며 웃음을 짓는 것으로 유명한 악당이다. 살인부터 테러까지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악한 심리를 건드리면서 묘한 동질감을 이끌어 낸다. 개똥철학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려드는 영웅보다는 잠재된 분노를 시원하게 폭발하는 조커의 인기는 어쩌면 사람들의 진짜 욕망을 보여주는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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