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문기자’, 가짜뉴스 넘치는 세상서 진실 찾는 언론인 이야기
영화 ‘신문기자’, 가짜뉴스 넘치는 세상서 진실 찾는 언론인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11 15:02
  • 호수 6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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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스캔들 소재로 한 소설이 원작… 한국배우 심은경 주연
내각이 의과대학 만들려는 내막 추적하는 과정 긴장감 있게 담아
아베스캔들을 소재로 한 작품은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찾는 언론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아베스캔들을 소재로 한 작품은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찾는 언론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백세시대=배성호기자]강자에게는 유리한 기사를 약자에게는 불리한 기사를 쏟아내는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참담한 수준에 가깝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언론을 이끌어 가는 기자들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한편이 10월 17일 개봉한다. 영화 ‘신문기자’ 이야기다.

주목받는 젊은 배우 심은경이 출연한 일본 영화로 화제를 모은 ‘신문기자’는 한 신문사 사회부 기자가 익명의 제보 문건을 받은 뒤 국가가 숨긴 충격적인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 중 하나인 ‘가케 학원’ 스캔들(추문)과 내용이 유사해 화제가 됐다. 아베 총리는 가케학원 이사장과 친구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학원이 대학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그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스캔들의 핵심이다. 당시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는 이 스캔들을 끈질기게 취재한 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동명의 소설을 출판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는 지난 6월 28일 일본서 불과 143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으나 한 달도 채 안 돼 33만명을 동원, 흥행 수익 4억엔(약 45억원)을 돌파했다.

작품은 사회부 4년차 기자 ‘요시오카’(심은경 분)가 어느 날 익명의 투서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투서의 맨 앞장에는 손으로 그린 양 그림과 함께 내각의 의과대학 신설 계획이 담겼다. 요시오카는 소관 부처 문부과학성이 아닌 내각이 직접 대학을 신설하는데 의문을 품고 내막을 추적한다. 그러던 중 한 내각부 고위 관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고, 그의 죽음과 제보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내각정보조사실에서 일하는 엘리트 공무원 ‘스기하라’는 익명으로 SNS 활동을 하며 친정부 메시지를 전파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던 중 친한 선배가 조직의 비밀을 떠안고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임신한 아내를 둔 가장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기하라는 총리실에서 추진 중인 충격적인 계획을 알게 된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결심한 그는 요시오카와 접촉하고 추악한 진실이 서서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 정치 영화에 한국배우가 주연을 맡게 된 것은 일본 배우들이 ‘반(反)아베 정권’ 낙인이 찍히는 것이 두려워 출연을 꺼린 탓이다. 심은경이 출연하면서 요시오카를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란 인물로 설정했다. 1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일본어를 공부한 심은경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발음과 억양으로 세밀한 감정 연기를 보여줘 몰입감을 높였다.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더 포스트’나 ‘스포트라이트’ 등 할리우드 영화들과 전개 과정이 비슷하다. 주변의 압박, 내부고발자의 고뇌, 신문 제작 과정 등이 비교적 자세히 담겨 있다. 다만 속도감 있게 사건을 추적하기보다 인물의 내적 갈등에 좀더 시간을 할애한다.

다소 느릿하지만 이를 통해 작품은 국가와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며 진정한 언론, 저널리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극 중 내각정보조사실이 주로 하는 일은 SNS를 통한 댓글 조작과 가짜뉴스로 여론을 조작·선동하는 것이다. 정부와 고위 관료를 보호하기 위해 성폭력 피해 여성을 ‘꽃뱀’으로 만들거나, 정적을 ‘불륜 스캔들’로 낙마시킨다. 또한 반정부집회에 참석한 민간인에 대한 사찰과 신상털기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돕는 언론의 행태 역시 충격적이다. 국민을 위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본분인 언론이 국가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를 묵인하고 국가의 권력 쟁취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이에 앞장선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뉴스와 거짓 정보를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하며 퍼뜨리는 영화 속 대중들의 모습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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