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시공 동탄 율현터널, 기둥 휘어짐‧붕괴 논란에도 “안전하다”주장
삼성물산 시공 동탄 율현터널, 기둥 휘어짐‧붕괴 논란에도 “안전하다”주장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10.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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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공사 중 기둥 붕괴, 감독관청에 진단받지 않고 임의로 처리”
“4차선 터널 동탄역, 특히 위험…비용 절감 위해 ‘일체형거푸집’ 사용”

삼성물산 “시설공단‧국토부 등 강도 시험서 안전성 인정”해명
부실공사 논란에 ITA 세계 최고 터널 상 물 건너 가나?…우려도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세계 최고 터널에 상을 수여하는 ‘ITA(세계터널지하공간학회)어워즈 2019’ 올해의 터널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율현터널’이 부실공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4차선 터널인 2.6km 길이의 동탄역 부근(5공구)이 안전상 위험하다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이 터널 내 기둥이 압력으로 휘어지는 좌굴현상과 기둥 균열로 인한 위험뿐만 아니라 공사 중 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전진단에서의 위법 의혹도 불거졌다. 감독관청에 사고원인진단을 맡기지 않고 임의로 처리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는 “(기둥) 속이 다 썩어 있기 때문에 보강공사를 해도 위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시공한 5공구, 동탄역 터널에 대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율현터널 내 기둥이 압력으로 휘어지는 좌굴현상과 기둥 균열로 인한 위험뿐만 아니라 공사 중 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전진단에서의 위법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은 좌굴현상으로 붕괴된 3번 기둥. 27MPa강도 콘크리트임에도 파괴 단면이 연성파괴의 특성을 띈다.(사진=제보자)
율현터널 내 기둥이 압력으로 휘어지는 좌굴현상과 기둥 균열로 인한 위험뿐만 아니라 공사 중 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전진단에서의 위법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은 좌굴현상으로 붕괴된 3번 기둥. 27MPa강도 콘크리트임에도 파괴 단면이 연성파괴의 특성을 보인다. (사진출처=제보자/2015년3월21일))

수서-평택 수도권 고속철도를 잇는 율현터널이 심각한 부실공사로 문제 제기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철도시설공단 국정감사에서 “율현터널은 하자 보수를 시행했음에도 계속해서 추가 하자가 발생하고 궤도틀림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궤도틀림 발생원인 규명과 보수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당초 율현터널 구간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율현터널 구간은 연약지반이면서 지진 가능성이 높은 신갈단층대 영향을 받는 구간이기 때문에 개통 당시에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공사 중 임의로 사고처리…문제발생 초기 제대로 ‘손 안 봐’ 생긴 문제

율현터널 부실공사 관련 제보자 A씨는 [백세시대]에 제출한 ‘수사요청서’에서 “(현행법상) 구조부재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설안전공단에서만 정밀안전진단을 하도록 정했지만 피고발인은 이를 3회 이상 위반하며 엄청난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시켰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올 초 삼성물산의 부실공사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났고, 이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A씨에 따르면 해당 터널은 국가시설물 1등급으로서 시설안전법제26조에 의거해 사고 등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사고원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3월 1차 좌굴사고 발생 당시 임의로 사고 처리를 했다고 했다. 

A씨는 “해당 사고 발생 후 9개월이 경과한 11월 한국건설안전협회에서 실시한 초기점검에서 A등급의 양호를 판정 받았다고 기재하고 있지만 5개월 경과 후 2016년 4월에 나머지 55개 기둥에서도 심각한 손상이 발생되고 전체 기둥이 횡방향으로 전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면 최초 12개의 기둥에서 국한될 수 있는 문제를 확산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법령에 따른 절차를 밟았다면 기둥 일부인 12개만 시공된 2015년 3월에 공사를 중지해 문제의 원인을 규명해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공기단축‧비용절감 위해 ‘일체형거푸집’ 시공…물 대량 혼합된 레미콘 사용

공사 중 기둥 붕괴와 좌굴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편의성’이 고려된 시공법 때문이란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높이가 12.4미터에 기둥 두께가 50cm인 공사의 편의성을 고려해 한 번에 시공하는 일체형거푸집을 사용했다”면서 “(삼성물산은) 설계에 특정된 레미콘은 점성이 높아 거푸집 내부에서 이동이 불가능해 물을 대량 혼합한 레미콘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편의성’은 공기단축과 그에 따른 비용 절감이다. 이로 인해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졌고 전체 기둥이 좌굴되고 붕괴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둥에서 외부 힘에 대해 저항하는 기둥 양측의 수직배근을 결속시키는 인장철근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로났다. 

A씨는 “인장철근을 설계와 달리 시공했다”면서 “하중을 받으면 저항해야 할 수직배근이 기둥 바깥으로 휘어지는 좌굴이 일어나도록 시공하고 감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공사 중 붕괴가 계속되자 77개 기둥 사이 빈 공간에 기둥을 추가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추가 공사가 진행됐다.

A씨는 “기둥 구조물의 핵심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미봉책”이라면서 “속이 다 썼어있는데 보강공사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율현터널은 지질구조가 매우 불안정한 신갈단층대를 관통하고 있다. 극심한 하중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터널은 손 쓸 수 없는 큰 재앙이 날 것이라고 A씨는 지적했다.

율현터널은 지질구조가 매우 불안정한 신갈단층대를 관통하고 있다. 극심한 하중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터널은 손 쓸 수 없는 큰 재앙이 날 것이라고 A씨는 지적했다. (사진출처=제보자)
율현터널은 지질구조가 매우 불안정한 신갈단층대를 관통하고 있다. 극심한 하중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터널은 손 쓸 수 없는 큰 재앙이 날 것이라고 A씨는 지적했다. 사진에서 중앙기둥이 휘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제보자)

삼성물산, 부실시공 부정 “실험결과, 문제없다 판정”

율현터널은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로 수서-평택수도권고속철도 전체 구간 61.1km 중 50.3km를 차지한다.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터널로 공사한지 3년 5개월 만인 2015년 6월 24일 관통 행사를 가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율현터널은 지난달 20일 터널 및 지하공간 건설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로 인정받는 ‘ITA 어워즈 2019’에서 올해의 터널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약지반에 이와 같은 터널을 완성한 데 후한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한 목소릴 냈다. 현재 율현터널은 부실공사와 ‘부실한’ 지형으로 인해 안전성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측은 “부실시공은 없었다”고 정면 반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5일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고 그에 따라 시설공단, 국토부 등 여러 기관에서 해당 터널 강도와 관련해 점검했다”면서 “정상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고 전혀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또 터널 내 속력을 줄여서 운행하는 것에 대해서 “그곳이 삼성물산이 시공한 터널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끝으로 ITA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5공구 일정 부분만 시공했고 회사가 신청을 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ITA상과 삼성물산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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