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사랑 있는 고생’은 행복이었네!
[백세시대 / 기고] ‘사랑 있는 고생’은 행복이었네!
  • 서상옥 시인‧수필가
  • 승인 2019.10.18 14:45
  • 호수 6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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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90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교수의 수상집 ‘100년을 살아보니’를 최근 탐독했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 사이라고 믿는 원로 철학교수의 인생론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수요 삶의 등불이라고 느껴졌다.

반세기 이상을 이어가며 많은 청춘남녀들에게 삶의 등불이 되어온 철학자요, 수필가인 김 교수는 인생의 깊은 의미와 종교, 사랑과 영원에 대한 그리움을 우리의 가슴에 남겨주고 있다. 푸른 이상에 불타던 학창시절 인생의 번뇌에 사로잡혀 방황하던 때 인생은 결코 허무한 운명이 아니라는 삶의 철학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인간은 생로병사라는 숙명 속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본다. 끝없이 흐르는 세월의 강나루에서 고통의 열매를 따먹으며 사는 동물이 우리 인간이 아닐까?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나는 고통을 겪음으로써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고통은 행복의 스승이라는 말도 있다. 철저한 고난의 역경을 지나 참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인류역사를 빛낸 성자들은 하나같이 고난의 가시밭길을 거닐었다. 소크라테스는 죄 없이 제자들 앞에서 악법도 법이라 하면서 독배를 마셔야 했으며, 108번뇌를 떨치려고 보리수 밑에서 대각견성(大覺見性)한 석가모니는 호화로운 왕자의 자리를 버렸고, 만민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그리스도의 고난은 부활의 승리를 거두었다.

김형석 교수는 또 대표적 수필선집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젊은 시절부터 지울 수 없었던 고독과 번뇌, 그리고 그리움과 생의 애환을 그려놓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의 빈 그릇에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의 내용을 채워가겠가는?’라며 마지막까지 인간이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피력한 온 그의 고귀한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그의 글에는 마음을 울리는 수많은 격언들이 담겨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이웃을 위해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부자다”라면서 말이다. 

“우리는 밤의 어두움을 몰아내기 위해 촛불은 켜야 한다. 초는 불타서 없어지지만 그 빛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암흑은 그 불빛 때문에 자취를 감추게 된다.” 

진정으로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고 술회하는 100세 철학자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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