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 그 원인과 당면과제
[백세시대 / 금요칼럼]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 그 원인과 당면과제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10.18 14:46
  • 호수 6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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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외교·경제 등 체제경쟁서 

한국에 완패한 상태인데

요즘 이념논쟁 격화돼 우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넘어

성공한 나라 ‘대한민국’ 완성을

국가의 성공과 실패가 기후나 문화적 요인보다는 정치·제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의 저자 에이스모글루(Acemoglu)와 로빈슨(Robinson)의 주장이다. 이들은 성공한 국가의 대표적 사례로 대한민국을 그리고 실패한 국가로 북한을 꼽고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과 북한의 차이는 어디에 있고 우리의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김일성은 소련의 지원을 받아 북한에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하고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정적을 숙청함은 물론 세습적 독재정권의 기반을 굳게 닦아놓았다. 경제는 사회주의적 기획경제 체제를 구축하여 1980년대 초까지는 비교적 견실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후 기획경제의 태생적 한계에 직면하여 비효율과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외 관계는 초기에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나름 성공적으로 전개하였으나, 소련이 붕괴되고 세계정치의 패권이 미국에 집중되면서 국제적으로 심각한 고립상태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자구책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의 ‘벼랑 끝 외교’를 전개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UN의 각종 제재는 북한에 경제적 고통과 외교적 고립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반면 1948년 정부 수립에 성공한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명문화하면서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6·25 전쟁을 계기로 세계 최강대국이면서 한국 영토에 욕심이 없는 미국과 동맹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안보를 확고히 함과 동시에 경제발전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1961년 군사혁명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대외지향적 경제정책을 채택하고 수출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도성장과 분배개선을 함께 이룩하였다. 이는 1962년 군사혁명으로 집권한 버마(미얀마)의 네윈 정권이 대내지향적 사회주의 경제정책 추진으로 저성장과 분배악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역사적 사실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60년대 노동집약적 수출산업 신장, 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80년대 안정화 정책 전개, 그리고 90년대 정보화 정책 추진 등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함은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그리고 원조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국가다. 또한 민주화 부문에서도 1987년 이후 큰 성과를 거둬 2018년 현재 세계 22위로 일본(23위), 프랑스(27위)보다도 앞선 민주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북한은 폐쇄적 기획경제의 한계로 대한민국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은 1/23, GDP는 1/43, 무역총액은 1/19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북한은 세습적 공산주의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매우 심각한 인권유린 행태를 보임으로써 민주화 순위 역시 세계 최저인 150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요즈음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를 계기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간 체제 경쟁이 끝나면서 세계무대에서는 이념논쟁이 사실상 종식되었으나, 최근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간 이념논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국가인 대한민국에 살면서 실패한 국가인 북한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우리의 오래된 영남 대 호남 지역갈등과 민주 대 반민주 세력 갈등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6·29 민주화 선언이 있은 지 30여 년이 지났고 정치권에서 군사독재 시절 인사들이 사라진 지금 대한민국에 반민주 세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1987년 대선에서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호남 세력이 정권의 주도권을 잡은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영호남 지역갈등 역시 이제는 종식되어야 한다. 한국 보수의 뿌리가 호남이고 민주당이 대한민국 최초의 보수정당이었다는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 호남은 무조건 진보라는 등식도 성립될 수 없다. 

이에 더해, 국제사회에서 공산주의는 이미 몰락했고, 북한의 모든 실정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 역시 버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모든 국민이 보수와 진보 그리고 좌파와 우파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대한민국’을 완성하는 역사적 과업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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