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가족들의 상황별 대처법 “치매어르신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마세요”
치매환자 가족들의 상황별 대처법 “치매어르신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마세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25 13:15
  • 호수 6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호자가 충분히 쉬는 게 중요… 계속 밥 달라하면 조금씩 나눠 드려

억지로 씻기기 보다는 부드럽게 유도… 한 번에 한 가지만 질문해야 

[백세시대=배성호기자]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은경(가명‧45) 씨는 몇 해 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82)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남편 형제들이 가족회의를 통해 요양원 대신 직접 모시기로 결정을 했고 매달 일정금액을 김 씨에게 주겠다고 해서 돌봄에 나선 것이다. 초기에는 그럭저럭 견딜만했지만 최근 들어 밤늦은 시간 방에서 몰래 나와 냉장고의 음식을 마구 먹는 등 시어머니의 증세가 심해지면서 돌보는 김 씨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김 씨는 “매일 처음 경험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에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치매를 앓는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숨겨진 환자’로도 불린다. 완치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수발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본인 건강이 악화되고 심리적으로도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온종일 치매 가족을 돌보려면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따라온다. 이로 인해 간혹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중앙치매센터 자료 참고

특히 치매 단계별로 다른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환자 가족들끼리 자조모임을 결성해 경험을 주고받도록 지원하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치매센터 등에서도 관련 안내자료를 제작‧공급해 고통경감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가 대한의학회‧대한신경과학회와 함께 만든 자료는 ‘질병관리본부 국가정보포탈’(health.cdc.go.kr)에 접속해 제일 상단 ‘검색란’을 통해 ‘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보’를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앙치매센터가 제작한 치매 어르신 가족들을 위한 교육교재도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www.nid.or.kr)에 접속, 상단 검색란을 통해 ‘헤아림’을 검색한 후 아래 ‘자료실’을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자료를 종합하면, 먼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보호자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 보호자가 24시간 내내 치매 환자에게만 집중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서로에게 고통이 될 수 있다. 치매 환자를 반드시 내가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보호 시설에 맡기거나 도우미를 거절하는 사례가 있는데 그러면 더 힘들어진다. 보호자가 하루에 단 몇 시간이라도 환자를 타인에게 맡기고 자기 시간을 가져 심신을 회복하는 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돈이 없어진다’ ‘물건이 사라진다’ ‘도둑이 들었다’ ‘너희끼리만 먹는다’ ‘용돈을 빼앗겼다’ 등은 치매 환자가 많이 하는 표현이다. 이 정도 단계에 이르면 온 가족이 치매 환자의 상태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가족들은 먼저 치매 환자가 하는 말에 대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수용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치매 어르신의 말이 다 끝날때까지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치매 환자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 구분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 상황이 지나가기만 하면 곧 잊혀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밤에 일어나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 여기가 집이라고 알려주는 것보다 얼른 불을 켜고 다른 것에 집중하게 해서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치매 환자는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해 수치심을 잘 느끼지 못하고 마치 아이처럼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밥을 자꾸 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방금 밥을 먹은 것을 잊어서일 수도 있고, 포만감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된 것일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식사를 조금씩 나누어 드리거나 맛있는 간식을 드리겠다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방금 먹었다고 화를 내거나 소리치는 행동은 환자에게 거부감을 줄 뿐이니 피해야 한다.

◇기억 잘 못한다고 짜증내면 안돼

씻기는 것에 고통을 토로하는 가족들도 많다. 증세가 심해지면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어져 씻어야 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또한 옷을 벗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나 몸에 물이 닿는 것에 대한 공포심으로 더욱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더럽다며 억지로 욕실로 끌고 가는 행동은 삼가고 부드러운 태도로 목욕을 권하는 것이 좋다. 

몸에 서서히 물이 닿게 하며, 마음이 맞는 보호자가 지속적으로 편안한 대화를 이끌면서 씻기는 것이 현명하다.

볼일도 보지 않는데 하루에 십수 차례 화장실을 가는 것도 환자의 입장에서 따라줘야 한다. 

치매 환자는 불안한 마음과 적은 활동량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려는 경향이 있고 그 증상이 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기도 해서 계속 같이 가주는 것이 최선이다. 증상이 심하면 약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기억력 저하로 한 번 들은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치매 환자의 대표적 특징이다. 특히 아무리 기억을 해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이때 “몇 번이나 얘기해드렸다” “스스로 생각해 봐라”라며 환자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역시 안 된다. 환자는 자존심이 상해 더 화를 내거나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질문을 할 때도 한 번에 한 가지만 묻도록 한다. 

용돈을 숨기고 모른 척하거나 자신의 돈을 훔쳐갔다고 화를 내는 등 돈과 관련한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정말 용돈을 숨긴 기억이 없고, 받은 기억이 사라져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때 보호자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계속 자신이 돈을 숨겼거나 받았다고 말하기 때문에 매우 불안하고 화나는 상태가 된다. 같이 찾는 행동을 보이거나 소액을 따로 준비했다가 찾은 것처럼 해 안심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성희 한국치매가족협회장은 “치매는 마음의 병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